옛날이야기를 각색해서 새 이야기를 썼어

옛이야기 각색과 저작권

by 박윤경

알로가 눈을 반짝이며 달려왔습니다. 날개 아래 노트를 꼭 껴안고 있었어요.

"타호야! 나 드디어 이야기 하나 완성했어!"

타호가 책에서 눈을 들었습니다.

"오, 어떤 이야기야?"

"심청전 각색본! 아버지 눈을 뜨게 하려고 바다에 뛰어드는 심청이 있잖아. 나는 바다에 뛰어드는 대신, 스스로 깊은 곳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는 이야기로 바꿨어. 자기 자신을 잃어버렸다 되찾는 이야기로."

알로가 노트를 내밀었습니다. 타호가 천천히 읽었습니다.

"알로, 이거 정말 잘 썼다."

"그렇지? 이거 브런치에 올려도 되겠지? 근데 심청전이 저작권 있는 거면 어떡하지?"


타호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습니다.

"심청전 이야기 자체는 저작권 걱정 안 해도 돼."

"왜?"

"저작권에는 보호 기간이 있어. 작가가 죽고 70년이 지나면 저작권이 소멸해서 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공유 영역이 되거든. 심청전은 조선 시대부터 구전으로 전해진 고전 판소리 문학이야. 특정한 작가가 없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이미 훨씬 오래전에 공유 영역이 됐어."

알로가 안도의 날갯짓을 했습니다.

"다행이다! 그럼 마음대로 써도 되는 거네?"


"원작은 그렇지. 그런데 주의할 게 있어."

타호가 손을 들었습니다.

"누군가 먼저 각색한 버전이 있다면?"

알로가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갑자기 토비가 뛰어 들어왔습니다. 귀를 쫑긋 세우고 대화를 듣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나 나 나! 내가 설명할래."

토비가 칠판에 후다닥 그림을 그렸습니다.

"원작 심청전은 공유 영역이라 누구 것도 아니야. 근데 어떤 작가가 심청전을 소설로 새로 쓰거나, 드라마 작가가 현대판으로 각색했다면? 그건 그 작가가 만든 창작물이지. 그 안의 특정 문장, 새로 만든 장면, 새로 붙인 대사들 이런 건 저작권이 살아 있어!"


알로가 눈을 크게 떴습니다.

"아! 그럼 심청전 원작은 써도 되지만, 다른 사람이 각색한 버전을 따라 쓰면 안 된다는 거야?"

"맞아!" 토비가 깡충 뛰었습니다.

"원작이 공유 영역이어도, 누군가의 각색본을 그대로 따라 하면 그건 그 사람 저작권을 침해하는 거야."

타호가 덧붙였습니다.

"알로 네 이야기는 어때? 원작에서 가져온 건 이야기의 큰 뼈대뿐이고, 바다 대신 내면 깊은 곳으로 내려간다는 설정, 아버지가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 떠난다는 결말. 이건 전부 알로가 직접 만들어낸 거잖아."

알로가 자신의 노트를 다시 내려다봤습니다.

"응, 인당수도 없앴고, 공양미 삼백 석도 없어. 사실 심청전에서 남은 건 '사랑하는 존재를 위해 깊은 곳으로 뛰어든다'는 마음 정도야. 그것도 이번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이야기로 바꿨고."


ⓒ박윤경 2026


타호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래, 그 마음은 심청전만의 것이 아니야. 희생과 사랑, 그리고 다시 돌아온다는 구조는 많은 사람들이 옛날부터 써온 이야기 이야. 저작권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구체적인 표현을 보호하거든."

알로가 무릎을 탁 쳤습니다.

"그럼 나는 괜찮은 거네!"

"응. 알로가 쓴 이야기는 알로의 창작물이야. 원작의 틀을 빌렸어도 표현이 알로 것이라면, 그 저작권은 알로에게 있어."

알로가 활짝 웃으며 노트를 번쩍 들었습니다.

"정말 신난다!"


토비가 장난스럽게 끼어들었습니다.

"근데 알로, 브런치에 올릴 때 '심청전 각색'이라고 밝힐 거야?"

"밝혀야 하는 거야?"

타호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법적 의무는 아니야. 하지만 독자들이 심청전을 떠올리며 읽게 되는 이야기라면, '심청전에서 영감을 받았다'라고 밝히는 게 글쓴이로서의 예의이기도 하고, 독자도 이야기를 더 풍부하게 읽을 수 있겠지?"

알로가 노트 첫 페이지에 작게 한 줄을 적었습니다.

< 심청전에서 영감을 받아 새로 쓴 이야기입니다. >

"이 정도면 되지?"

타호가 빙그레 웃었습니다.

"충분해."




고전을 각색할 때, 기억하세요!


● 고전 문학은 공유 영역이에요

심청전, 홍길동전, 춘향전처럼 오래된 고전은 저작권 보호 기간이 지나 누구나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어요.


● 단, 다른 사람의 각색본을 베끼면 안 돼요

원작이 공유 영역이어도 누군가 새로 쓴 각색본의 구체적인 표현은 그 사람의 저작물입니다.


● 아이디어는 보호 안 되지만 표현은 보호돼요

희생과 귀환이라는 구조는 누구나 쓸 수 있어요.

그것을 담은 구체적인 문장과 장면은 쓴 사람의 것이에요.


● 출처를 밝히는 건 좋은 글쓴이의 예의예요

법적 의무가 아니어도 독자를 위해 영감의 출처를 밝히는 것은 원작자에 대한 예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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