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것들. 정말 잃어버린 게 맞을까?
우리는 매 순간 어떤 것을 잃어버림으로써 다른 무언가를 얻고 있다. 예를 들면, 시간이 지나며 잃어가는 것은 젊음이지만 그 대신 경험이 생긴다. 사랑이 떠난 자리에 고독이 남지만, 고독 속에서 나를 이해하게 된다. 결국 잃는다는 건 단순히 빼앗기는 게 아니라, 교환의 또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잃어버린다는 행위가 사실은 환영이 아닐까? 잃었다고 믿는 모든 것은 어쩌면 처음부터 우리 것이 아니었던 건지도 모른다. 관계, 물건, 시간, 감정 이 모든 것은 애초에 빌려 쓰는 것이었고, 그저 그 대여 기간이 끝난 것뿐이다. 그러니 잃어버린 게 아니라, 돌려준 거라고 보는 건 어떨까?
가끔, 잃어버린 것들이 나를 떠난 게 아니라 내가 그것을 밀어냈던 건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우리가 기억 속에 붙잡고 있던 어떤 감정, 혹은 관계가 사라질 때, 그것이 우리를 버린 게 아니라 사실은 내가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해 내려놓은 것일지도 모른다. 잃어버린다는 건 때로 우리가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고 가벼워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잃어버린 것들은 우리를 기다린다. 아주 다른 형태로. 길 잃은 물건이 다른 이의 손에 들려 새로운 추억을 만드는 것처럼, 나의 손을 떠난 순간들이 누군가에게 새로운 이야기가 된다. 어쩌면 우리는 잃는 것이 아니라, 세상 어딘가에 그것을 흩뿌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잃어버린 것들은 누군가가 찾을 준비를 하는 과정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이제 나는 잃는다는 걸 두려워하지 않으려 한다. 잃어버린다는 건 단지 한 장의 책장을 넘기는 일과 같다. 그 페이지는 더 이상 내 눈앞에 없지만, 그것이 내 손끝을 지나갔다는 사실은 남는다. 그리고 손끝에 묻은 이야기가 다음 페이지를 만들어준다.
잃어버린 것들. 그것은 한순간에 소멸하는 게 아니라, 다른 무언가로 변해가는 과정이다. 손에서 사라졌을 뿐, 그것은 여전히 세상 어딘가에서 다른 이야기가 되어 숨 쉬고 있다.
우린 계속 잃어버려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것들을 만나게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