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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alintheSea Apr 07. 2024

퇴사여행 6. 여행의 후반전, 아이슬란드 01

아이슬란드로 넘어가는 여정, 유럽 대륙에서 점프하기.


before 아이슬란드 part 1. 니스 투 밀란. 

밀라노에 대해 크게 고민이 있던 건 아니었다. 프랑스 남부 지중해 도시들을 여행하고 나서, 아이슬란드로 가는 비행편이 필요했는데 가장 많이 뜨는 공항을 찾아 밀라노 옆의 말펜사 공항을 선택했고, 그에 맞추어 말펜사로 가는 일정을 조율했을 뿐이다. 3월 25일 오전 11시까지 말펜사에 도달하기만 하면 돼. 



3월 24일, 니스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한 채 백팩에 짐을 욱여넣고 밀라노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황금 같은 오후 시간인 13시-19시 버스였지만, 이동에는 어차피 반나절이든 하루든 대부분 낮을 소모해야 하는 법이다. 플릭스 버스 출발지인 니스 정류장은 하염없이 맑았으며 초여름의 따스함이 가득했다. 그리고 버스가 가는 길에 지중해에 접한 마을들을 계속 지나쳤는데, 국경의 경계는 전혀 느낄 수 없었으며 부드러운 바다와 황토색 지붕으로 덮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가끔 5층을 넘는 것 같은 빌라도 큰 도로 사이에 있긴 했는데, 제노바를 지나칠 때 집 베란다에서 펄럭이던 하얀색 침대 시트가 왠지 기억에 남았다. 이 기억들도 모두 희미해지겠지만, 그래도 가능하다면 기억해 주기를. 



밀라노에는 해가 떨어질 때 즈음에 도착했다. 다행히 숙소까지는 바로 지하철 1개 노선으로 바로 갈 수 있어서 지하철 앞 기계에서 표를 사고는 바로 탑승했다. 아주 시끄러운 꼬마들로 가득한 지하철을 마주하고 나니 왠지 이탈리아 사람들이니까 더 시끄럽게 말할 수 있는 걸까 하고 생각했다. 아이들은 마침 스포츠 경기를 끝낸 것 마냥 잔뜩 신나 하고 있었고, 나는 이런 때일수록 가방을 잘 지켜야지 하고 생각하며 옆으로 멘 가방을 단단히 부여잡았다. 



밀라노에서 묵은 한인 민박은 말펜사 공항으로 출발하는 버스가 많다는 첸트랄레(센트럴) 역에서 걸어서 5분 정도 되는 곳에 있는 작은 집에 있었는데, 나이 지긋해 보이는 여사님이 친절히 2인실 열쇠를 주었다. 숙소에는 다른 남자분이 더 있는데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고 했다. 근처 유명하다는 피자집에서 간단히 요기를 했는데, 같이 시킨 콜라가 뭔가 물이 맞지 않았는지 배가 아파져서 좀 더 돌아보겠다는 원래 계획을 유보하고 숙소로 돌아와 쉬었다. 



밀라노도 꽤나 큰 상업 도시인 데다 패션 산업의 중심이기도 하다 보니 밤에 분명 놀러 다닐 만한 데가 꽤 있었을 텐데 혼자 새로운 도시에서 맞는 밤이 되면 어딘가 돌아다니기보다는 낮에 쌓인 피로를 풀어야 했다. 그리고 숙소 이슈도 한몫했는데, 밤에 대중교통이 끊겨 긴 거리를 걸어와야 한다거나, 숙소를 혼자 쓰는 게 아니라 여권 등을 모두 몸에 지니고 다녀야 한다면 거기 신경 쓰여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았다. 대낮에도 소매치기는 항상 주의해야 하거늘, 심지어 밤중에 조금 취한 것처럼 보이는 여행자라면!! 




before 아이슬란드 part 2. 밀란 to 아이슬란드. 


밀라노 숙소 새벽에 룸메이트가 들어왔다. 밤에도 노트북을 켜고 계속 무언가를 하더니 아침에 물어봤는데 프리랜서라고 한다. 어제도 스타벅스에서 문이 닫을 때까지 작업하다 들어왔다고... 밤문화(?)를 즐기러 간 건 아니었구나 생각했다. 



한인 숙소에서는 대부분 한식으로 조식을 주는 편이다. 이곳도 굉장히 한식 평이 좋았는데, 오전 7시 30분에 딱 한 시간만 준다고 하셔서, 그전에 밀라노 두오모 성당을 걸어 다녀오면 되겠다고 생각해 오전 6시에 조용히 숙소를 나섰다. (도보 40분의 거리라 사실 굉장히 빠듯한 시간이긴 했지만)  새벽의 밀라노는 여느 다른 대도시와 다를 바 없이 햇살이 찾아오는 조용한 거리였다. 집 앞에 내놓은 쓰레기 봉지들과 그것들을 열심히 치우고 계신 차량과 인부들. 밀라노 성당을 향한 길 사이의 아름다운 주택들과 한 번쯤 들어봄직한 브랜드들이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채 새벽의 여행객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밀라노의 대성당을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은 뭐랄까... 절대 사진으로나 한 번의 눈으로 담을 수 없는 압도적인 위용이 느껴졌다. 모든 벽면과 기둥마다 빼곡히 들어선 조각들과 이야기... 나중에 찾아보니 고딕 양식을 싫어한 이탈리아인들이 고딕 양식의 성당을 짓기로 결심한 후 근 600년에 걸쳐 계획을 계속 수정해 가며 확장하여 사실은 최근에서야 건축을 완료했다고 한다. 내부도, 옥상도 너무 보고 싶었지만 나에게는 이번 밀란에서 주어진 시간이 없기 때문에 건물을 한 바퀴 돌고, 앞에서 도시와 나의 길을 함께 서로 축복하길 소망하는 마음으로 합장하여 인사하였다. 남은 나의 여정이 무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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