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

by 경주씨

연두가 너무 환해 눈이 부시다.

맛있는 빵을 싸들고 친구에게 갔다. 고속도로 구간 양 옆으로 초록이 시작이다. 순하고 여리디 연한 연두가 층층이 드러났다. 연두는 밀도 채도가 나무마다 다르다. 그들이 어울려 기대어 선 숲, 숲이 숲으로 엎디어 산.

멀리는 멀어서 아련하고 가까운 나무들은 가까워 한없이 연하다.

삼십 분 남짓한 거리를 내내 감탄하며 지났다. 어쩌면 저렇게 예쁘지? 너무 예쁘다.


차를 타고 조금 멀리 까페를 찾아간다. 그길은 내내 그도시를 넘나 들어도 처음 가보는 길. 친구가 운전하는 차에 타고 입벌리고 연두를 구경한다.

저기 저 연두,

저 너머의 연두,

그 옆에 연두,


한숨같은 탄식, 어쩌면 저렇게 예쁘지?

그렇게 도착한 까페는 밭너머 장독대 옆이다. 안에는 앞에서 키운 루꼴라도 콩도 판다. 겨우내 잘 갈무리 한 무말랭이도, 장독대에서 한철 잘 익어 버틴 장들도 판다. 빵도 커피도 반듯한 맛이다. 창 밖으로 바람이 많이 불었다. 가늘가늘 피어난 유채꽃이 한없이 흔들리며 버틴다.

예쁘다는 말은 질리지도 않지. 연이어 잊을만 하면 또 예쁘다 한다.

소리내 예쁘다 말하는 사이 생채기 난 몸도 마음도 서서히 흐릿하다.


저 너머는 바다야.

응 바다네.

거기 바다가 있으니 그렇게 바다구나 하며 돌아온다. 돌아오는 길은 갈 때랑 반대편 연두들을 가까이 들여다본다. 어째 질리지도 않지? 하아... 너무 예뻐.

예쁘다는 말 말고 무슨 말을 덧붙일까.


그냥 예쁜 것.

예쁘다 소리내는 것.

거듭 거듭 예쁘다 말하는 것.

그래서 또 연두


예쁜 것들을 잔뜩 품어 산들을 등지고 집에 오는 길이 선명하다.


동네를 오래오래 찬찬히 걸으며 지난 겨울을 지나온 나무들을 본다. 너도 연두, 말랑한 강아지의 발바닥 마냥 순한 속살 같은 연두. 노래도 아닌 마음들이 노래처럼 떠다닌다.

그래 아직은 사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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