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렁이다

부산현대미술관 다원예술_초록 전율

by 경주씨

미술관에 갔다.

멀리서 온 친구들과 산책하고 삼락공원에 핀 유채꽃을 보러 갈 작정이었다. 후두둑 돋는 빗방울. 몸을 피할겸 겸사겸사 현대미술관에 들렀다. 적당히 따로 또 같이 흘러다니다 만나면 멀찍이 서서 친구 사진도 찍어주고 같이 전시 얘기도 좀 하다 또 스르르 흩어진다. 느슨한 관계가 지닌 아름다움이란 얼마나 좋은가.


와글와글한 소리들 속에서 홀로 일 수 있다는 것.


현재전시 - 부산현대미술관 다원예술_초록 전율 : 부산현대미술관


빛의 궤적을 따라 슬라이드 필름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광활한 노랑 속에 바스락 거리는 돌들의 소리를 듣고

이제는 사라진 강의 소리가 채집된 이야기를 지켜보다

따개비의 노래를 손으로 들었다.


그러다 몸으로 닿은 소리가 고단해 잠시 밖으로 피했다.

부지불식간에 몸안으로 밀고들어오는 것들이 지닌 힘은 이렇게 직접적이다. 기우뚱기우뚱 어지러움이 나를 관통한다. 세계는 소리로 가득하다. 다만 너무도 당연해 지나칠 뿐이다. 그 소리가 지닌 이야기들을 다 알아챌 수 없다. 그들을 가만히 들으면 규칙과 운율이 거기 있구나 한다.


세계가 나아가는 방향의 끝에 결국은 내일이 있을까?

무수한 가능성과 이야기가 녹아들어 결국 닿고자 하는 내일이 있을까?

이렇게 현상에서 얼마쯤 확대된 순간들을 만날 때 마다 인간이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가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정말 거짓말처럼 매번 거기에 시가 있다.

도드라지게 맨몸을 드러내는 순한 것들의 면면이 그대로 시다.

아이러니한 건 그 순간을 채집하고 기록하는 건 결국은 인간.


하찮고 무용하고 아름다운 인간.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에서 한 발 비켜서 기어이 순간을 찰나를 기록하는 인간.

지구를 안타까워 하는 인간들의 마음이 있어 얼마쯤 다들 사람으로 숨쉬고 살 당위를 얻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에게 빚지고 기대지 않고 홀로 존재하는 인간이란 허상이다.


내 하찮음을 인식하고

내가 그저 스쳐지나가는 존재임을 인지하고

머문다 해도 나는 그저 허상이고 찰나이고 있었던 한 때의 빛남은 그렇게 사라져도


그냥 오래오래 가라앉아 일렁이다 말겠지

그림자만 남고 흔적도 사라지면 그럼 좀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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