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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주씨 Feb 26. 2024

소개팅하실래요?

사십 대의 연애

그자와 나, 현재의 우리는 그때 아무 사이도 아니었다.


2019년, 한 모임에서 스치듯이 봤고 뒤풀이 자리에서 두어 번 한자리에서 술 마신 게 다다. 심지어 그자에게 내 첫인상은 꽐라였다. 여튼지간에 그자는 그 당시 그 모임에 나타나는 사람 중에 보기 드물게 멀쩡해 보였다.

어느 날 친구와 이야기하다 그 모임의 보기 드물게 멀쩡해 보이는 남자사람 얘기를 했다.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보기에는 멀쩡하더라~  세상에 그런 사람도 오더라 하며 웃다가 친구의 지인인 모언니 생각에 닿았다. 모언니는 당시 연애가 고팠다.


"그 언니 소개팅 할까?"

"오!!"


우리는 뭔가 다급하게 일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일요일 오후 반쯤 장난 삼아 '누구님 소개팅하실래요?' 하고 카톡을 보냈다. 심심했던 그자는 콜! 외쳤다. 둘이 잘되면 좋겠다 했는데 어느 날 그자가 미안하다며 소개팅을 못하겠다고 연락해 왔다. 썸녀가 생겼다고 한다. 소개팅은 망했지만 그자의 썸을 응원했다! 그런데 그자의 썸도 망했다.


그자에게 어느 날 카톡이 왔다.  밥을 사겠다고 한다. 주선한 소개팅이 어그러지고 미안하니 다음에 밥을 사겠다고 했었는데 그 밥이란다. 썸이 망하고 어지간히 답답했던 그자가 그나마 속을 터놓을 상대를 찾은 것이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ㅎㅎㅎ

소개팅이 어그러진 이유를 나에게 얘기하지 않았다면 없었을 자리.

우리 동네 고깃집 좌표를 주고 저녁에 만나자 했었다.


절대로 그자와 어떻게 해볼 생각이 없었다. 결혼 생각 자체가 없었던지라 그럼 뭣하러 남자를 만나나 하던 터였다. 눈은 안 높은데 얘기가 잘되는 사람을 찾다가 내내 망했던 나는 더 이상 뭘 어쩔 생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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