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이야기
이중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반사회질서적 이중매매의 법리를 적용할 수 있는가?
(대법원 2013. 6. 27. 선고 2011다5813 판결)
[적어보는 글]
이중매매에 관한 법리를 이중으로 체결한 임대차계약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며, 이 사건에서는 제2임차인이 단순히 제1임대차계약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는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으로 무효라고 할 수 없다고 하였다.
[사실관계]
(1) 피고(주식회사 한샘물산)는 2009. 6. 5. 원고들과 사이에 그 소유의 인천 남동구 소재 대 603.2㎡ 지하 1층, 지상 9층 건물(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고 한다) 중 지상 1, 2층(이하 ‘이 사건 임대 부분’이라 한다)을 원고들에게 임대차보증금 1억 원, 차임 월 1,000만 원으로 정하여 임대하는 내용의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이하 ‘이 사건 임대차계약’이라고 한다), 같은 날 원고들로부터 계약금으로 1,500만 원을 받았다.
(2)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들 이전의 종전 임차인으로부터 이 사건 임대 부분을 명도 받은 다음날 새로운 임차인인 원고들에게 이 사건 임대 부분을 인도하고, 원고들은 같은 날 임대차보증금 잔액 8,500만 원을 피고에게 지급하기로 되어 있다.
(3) 피고는 2009. 6. 30. 인천지방법원 소속 집행관 소외 1을 통해 이 사건 임대 부분에 관하여 부동산 인도 집행을 실시하여 종전 임차인 소외 2로부터 이 사건 임대 부분을 인도받았다.
(4) 그 후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천장 에어컨 등 집기류 및 임대료 인하 등의 문제로 분쟁이 발생한 가운데, 피고는 2009. 7. 23. 소외 3과 사이에 이 사건 건물 중 지상 1, 2층(이 사건 임대 부분)과 지상 3층(이하 이 사건 임대 부분이 포함된 소외 3에 대한 임대 부분 전체를 ‘이 사건 재임대 부분’이라 한다)에 관하여 임대차보증금 1억 8,000만 원, 임대차기간 5년, 차임 월 1,800만 원으로 정하여 임대하는 내용의 임대차계약(이하 ‘2차 임대차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2009. 7. 31. 소외 3에게 이 사건 재임대 부분을 인도하였으며, 소외 3의 요청에 따라 기존 임대차계약서의 임차인 명의를 소외 3에서 소외 3의 딸인 소외 4로 수정하는 내용의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였다.
(5) 그리고 소외 3은 그 무렵부터 2009. 8. 10.까지 이 사건 재임대 부분의 인테리어 공사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기존 인테리어 철거공사를 실시하였다.
(6) 한편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인천지방법원에 이 사건 임대 부분에 대한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신청하여(2009카단12054) 2009. 8. 4. 위 법원으로부터 그 신청취지대로 점유이전금지가처분 결정을 받았고, 2009. 8. 11. 이 사건 임대 부분에 위 가처분이 집행되었다(이하 ‘이 사건 가처분’이라고 한다).
[원심] 서울중앙지법 2010. 12. 23. 선고 2010나28252 판결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그 목적상 임차인이 임대인으로부터 직접 점유를 이전받아 그 목적물을 사용·수익함으로써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데, 피고가 이 사건 가처분의 당사자 항정효가 발생하기 이전에 소외 3과 사이에 새롭게 2차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뒤 소외 3에게 이 사건 재임대 부분을 인도하여 이 사건 임대 부분에 대한 직접 점유를 상실한 이상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임대 부분의 인도를 구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를 기각하였다.
피고와 소외 3 사이의 2차 임대차계약이 이중계약으로 무효라는 원고들의 주장에 대하여, 원고들이 이 사건 임대 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소외 3을 상대로 직접 이 사건 임대 부분의 인도를 구하거나 피고를 대위하여 소외 3을 상대로 이 사건 임대 부분의 인도를 구하는 것이 아닌 이상 원고들의 주장은 그 주장 자체로 이유 없다
[대법원]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1. 간접점유자에 대하여 계약상의 권리에 기초한 부동산의 인도를 청구할 수 있는가?
불법점유를 이유로 하여 부동산의 인도를 청구하는 경우에는 현실적인 점유자를 상대로 하여야 하는 것과 달리, 약정에 의하여 인도를 청구하는 경우에는 그 상대방이 직접점유자로 제한되지 아니하며 간접점유자를 상대로 하는 청구도 허용된다(대법원 1983. 5. 10. 선고 81다187 판결, 대법원 1991. 4. 23. 선고 90다19695 판결 참조).
다만 다른 사람의 직접점유로 인하여 간접점유자의 인도의무의 이행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며, 이 경우 인도의무의 이행 불능은 단순히 절대적·물리적으로 불능인 경우가 아니라 사회생활에서의 경험법칙 또는 거래상의 관념에 비추어 볼 때 채권자가 채무자의 이행의 실현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0다22850 판결 등 참조).
2. 임대차계약상의 의무 이행으로 이 사건 임대 부분의 인도 청구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피고가 이 사건 임대 부분을 불법점유하고 있음을 이유로 그 인도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 따른 계약상의 의무 이행으로 이 사건 임대 부분의 인도를 구하고 있으므로, 위에서 본 법리에 의하면 피고가 이 사건 재임대 부분을 소외 3에게 임대하여 이 사건 임대 부분을 직접 점유하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은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 기초하여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임대 부분의 인도를 청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도 이와 달리 원심은 피고가 이 사건 임대 부분을 소외 3에게 임대하여 이를 점유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계약상의 의무 이행으로 인도를 구하는 소송의 상대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3. 이 사건 임대부분의 인도는 이행불능이 되었다.
이 사건 가처분에 앞서 피고가 2009. 7. 23. 소외 3과 임대차기간을 5년으로 정하여 2차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소외 3에게 이 사건 재임대 부분을 인도하여 그가 인테리어 공사까지 마치고 상당한 금액의 임차보증금과 월 임료를 부담하면서 이를 사용하여 오고 있는 이상, 피고가 언제라도 소외 3으로부터 이 사건 임대 부분을 반환받아 원고들에게 인도할 수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가 원고들에게 이 사건 임대 부분을 인도해야 하는 의무는 이행불능이 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원고들은 2차 임대차계약에 관한 계약서에 이 사건의 결과에 따라 승복하는 취지의 특약사항 제10항을 두고 있으므로, 이 사건의 결과에 따라 소외 3이 임의로 이 사건 임대 부분을 인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계약서의 특약사항 제10항은 ‘전 계약자와 법정 다툼이 있어 본 계약이 무효 판결될 경우 임대인은 임차인으로부터 받은 금액을 위약금 없이 반환하기로 한다’라는 것으로서, 이 사건에서 2차 임대차계약이 무효로 판단될 경우에 대비하여 둔 규정으로 보일 뿐, 이를 넘어서서 피고가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 기초한 인도의무를 부담한다는 사정만으로 소외 3이 2차 임대차계약 내지 이 사건 임대 부분에 관한 사용권을 포기하고 이를 피고에게 반환하기로 하는 약정이라고 해석되지는 아니한다.
따라서 위 특약사항만으로는 피고가 소외 3으로부터 이 사건 임대 부분을 반환받아 원고들에게 인도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에 해당된다고 보기는 부족하고, 기록을 살펴보아도 달리 이 사건에서 그러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이 사건 임대 부분을 원고들에게 인도해야 하는 피고의 의무는 이행불능의 상태에 이르렀다고 볼 것이다.
결국 그 의무의 이행이 가능함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청구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 할 것이고, 원심이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그 목적물을 사용·수익함으로써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데 피고가 소외 3에게 이 사건 재임대 부분을 인도함에 따라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임대 부분의 인도를 구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결론은 수긍할 수 있으므로,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원심의 잘못으로 말미암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은 없다.
4. 2차 임대차계약의 신의칙 위반에 관하여
가. 반사회질저적 이중매매를 임대차계약에도 적용할 수 있는가?
이중매매를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하기 위하여는, 제2매수인이 이중매매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나아가 매도인의 배임행위(또는 배신행위)를 유인, 교사하거나 이에 협력하는 등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것이 필요하며, 그와 같은 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이중매매계약에 이른 경위, 약정된 대가 등 계약 내용의 상당성 또는 특수성 및 양도인과 제2매수인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대법원 1989. 11. 28. 선고 89다카14295, 14301 판결, 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다23283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이러한 법리는 이중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나. 이 사건의 경우
소외 3이 이 사건 임대차계약 체결 사실을 알면서 2차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고, 2차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때에 피고에게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해제와 관련된 위약금 재원으로 5,000만 원을 지급한 사실을 알 수 있으며, 또한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 의하여 2차 임대차계약이 무효로 될 경우에 대비한 특약사항을 두었음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그렇지만 위 증거들에 의하면, 2차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원고들은 계약금만 지급한 상태였고, 또한 이미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서 분쟁이 발생하여 그 적법 여부를 떠나 피고가 원고들에게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해제를 통보한 상태였으며, 소외 3이나 2차 임대차계약의 체결은 그 분쟁의 발생과 전혀 무관한 사정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2차 임대차계약 당시 소외 3이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알고 있었고 이 사건 임대차계약과 관련된 사항이 계약 내용에 반영되었다는 앞에서 본 사실관계만으로는 2차 임대차계약을 신의칙에 반하는 이중계약으로서 무효라고 보기에는 부족하고, 소외 3이 피고에게 이 사건 임대 부분을 반환할 의무를 진다고 할 수 없으므로, 결국 이중 임대차계약을 이유로 피고가 소외 3으로부터 이 사건 임대 부분을 반환받아 원고들에게 인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원심의 판단이 미흡하기는 하지만, 2차 임대차계약의 무효를 이유로 소외 3에게 이 사건 임대 부분의 인도를 구할 수 없다고 본 결론에는 잘못이 없으므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이를 다투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