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이야기
매도인이 매매계약을 적법하게 해제한 후에도 매수인이 착오를 이유로 매매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지 여부
(대법원 1996. 12. 6. 선고 95다24982,24999 판결)
[적어보는 글]
이 사건의 쟁점 중 하나는 매도인이 매매계약을 적법하게 해제한 후에 매수인이 착오를 이유로 매매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매도인이 매수인의 중도금 지급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적법하게 해제한 후라도 매수인으로서는 상대방이 한 계약해제의 효과로서 발생하는 손해배상책임을 지거나 매매계약에 따른 계약금의 반환을 받을 수 없는 불이익을 면하기 위하여 착오를 이유로 한 취소권을 행사하여 위 매매계약 전체를 무효로 돌리게 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다만 이 사건에서는 매수인이 착오를 이유로 취소하기에는 매매계약 체결 당시 원고 주장의 그 백화점 소유관계가 매매계약의 중요부분에 해당한다든지 나아가서 원고에게 그 부분에 대한 착오가 있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이유로 매수인인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쟁점이 몇 가지가 더 있으나 필요한 부분만 발췌하여 정리함)
[사실관계]
(1) 원고가 피고로부터 1988. 6. 3. 이 사건 부동산을 대금 67억 5,900만 원에 매수하기로 하는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그 주요 내용은 원고가 계약 당일 계약보증금으로 금 7억 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대금은 1988. 12. 2.부터 1993. 6. 2.까지 매 6개월마다 각 금 6억 590만 원씩을 지급하되, 원고가 지급기일에 분할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할 때에는 그 다음날부터 지연액에 대하여 금융기관 연체이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가산 지급하며, 위 분할대금 지급을 30일 이상 연체할 때에는 피고가 위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원고의 귀책사유로 이 사건 계약이 해제되는 경우에는 계약보증금과 지연손해금은 피고에게 귀속하고 계약해제시 원고가 부담하는 점유사용료 지연손해금 기타 제 비용 및 손해금을 원고로부터 이미 수령한 매매대금에서 공제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이 사건 건물의 준공을 위한 도로의 기부채납 및 제반 시설물 설치 등 주무관청의 허가기준에 따른 이행은 매수자인 원고가 책임지기로 하였다.
(2) 원래 위 매매계약에 의하면, 이 사건 부동산은 대금완납 후에 원고에게 인도하되, 다만 원고가 대금완납 전에 이를 점유 사용하기 위하여는 피고가 제시하는 별도의 조건을 이행하도록 되어 있었는데, 계약 당시 위 부동산은 당국으로부터 가사용승인을 받아 유니버스호텔이라는 상호로 관광호텔영업에 제공되고 있었으나, 일부 영업장의 임차인들과 사이에 분쟁이 생겨 그 인도에 어려움이 예상되자, 피고는 원고에게 대금을 완납한 후에 이를 인도받을 것을 권유하였으나 원고는 피고에게 이를 미리 인도받아 호텔영업을 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함에 따라, 피고는 1988. 7. 8. 원고와의 사이에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사용관리약정을 체결하고 당일로 원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하였는바, 위 사용관리약정의 내용은 위 매매계약에 따라 원고의 귀책사유로 매매계약이 해제되는 때에는 원고는 피고에게 지체없이 목적물을 명도하고, 원고는 매 1년마다 매매대금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점유사용료로 피고에게 지급하기로 하였으며, 원고는 같은 날 피고에게 위 임차인들의 점유 부분에 관한 명도는 88올림픽 행사 이후 피고가 별도의 명도소송에 착수하고 소송 결과에 따른 강제집행을 실시하여 인도하여도 이의하지 아니하기로 하는 내용의 각서를 제출하였다.
(3) 한편, 원고는 피고에게 계약상 납부기한이 1990. 12. 2. 및 1991. 6. 2.인 제5차 및 제6차 중도금을 납입하지 못하게 되자, 1991. 7. 10. 피고에게 같은 해 8. 31.까지 위 제5, 6차 중도금 뿐만 아니라 나머지 잔금 전부를 납부하되,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에는 피고가 이 사건 계약을 해제하여도 아무런 이의를 하지 아니하기로 약정하였으나, 결국 위 기한까지도 위 제5, 6차 중도금을 지급하지 못하자, 피고는 1991. 9. 26. 원고에게 같은 달 30.까지 위 금원을 지급하지 아니하면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하겠다는 통지를 하였고, 위 기한까지 원고가 이를 지급하지 아니하자 피고는 같은 해 10. 1. 원고에게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내용의 통지를 하여 그 통지는 같은 해 10. 2. 원고에게 도달하였으며, 원고는 1992. 9. 24. 피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명도하였다.
[원고의 주장]
첫째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매매대금을 전부 지급하여도 이 사건 부동산이 인접한 백화점과 동일인 소유가 아니면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준공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몰랐고, 만일 원고가 위와 같은 사실을 알았더라면 원고는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을 것이므로 이는 위 매매계약의 내용의 중요부분에 대한 착오에 해당되어 원고는 1994. 3. 31.자 준비서면의 송달로써 이 사건 매매계약을 취소하고,
둘째 피고가 계약상 기대된 준공검사 협력을 스스로 태만히 하고, 임차인들에 대한 명도 노력을 게을리하여 위 매매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대금완납 전부터의 원고의 호텔영업을 불가능하게 하였으며, 원고가 도로를 기부채납한 후에도 준공검사에 협력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원고는 피고의 이와 같은 귀책사유로 이 사건 매매계약에 대한 해제권을 취득하였으므로 제1심에서의 1994. 3. 31.자 준비서면 또는 원심의 1995. 1. 13.자 준비서면의 송달로써 이 사건 매매계약을 해제한다.
[원심] 서울고법 1995. 5. 12. 선고 94나33578, 33585 판결
이 사건 매매계약은 원고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1991. 10. 2. 적법하게 해제된 이상, 원고가 이 사건 계속 중에 행하였다는 이 사건 매매계약의 취소 및 해제의 의사표시는 그 목적이 되는 계약이 존재하지 아니하여 허용될 수 없다.
[대법원]
매도인이 매수인의 중도금 지급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적법하게 해제한 후라도 매수인으로서는 상대방이 한 계약해제의 효과로서 발생하는 손해배상책임을 지거나 매매계약에 따른 계약금의 반환을 받을 수 없는 불이익을 면하기 위하여 착오를 이유로 한 취소권을 행사하여 위 매매계약 전체를 무효로 돌리게 할 수 있다고 할 것이므로(1991. 8. 27. 선고 91다11308 판결 참조),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당시 원고에게 위 주장과 같은 착오가 있었는가 하는 점과 그 착오가 이 사건 매매계약에 있어서 중요부분에 해당하는가 하는 점에 관하여 심리·판단을 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점에 관하여는 심리·판단함이 없이 위와 같은 이유로 취소권행사에 관한 원고의 위 주장을 배척한 원심은 착오로 인한 법률행위의 취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을 저질렀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기록을 살펴보아도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 당시 원고 주장의 그 백화점 소유관계가 매매계약의 중요부분에 해당한다든지 나아가서 원고에게 그 부분에 대한 착오가 있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엿보이지 아니하여 위 주장은 어차피 배척될 것임이 명백하므로 원심의 위와 같은 잘못은 판결에 영향이 없어 판결의 파기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으니, 원심판결에 착오로 인한 법률행위의 취소에 관한 법리오해나 판단유탈의 위법이 있다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결국 이유 없음에 귀착된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