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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달원 Aug 22. 2019

잘못 배당이 된 경우의 부당이득반환청구

판례 이야기

  

잘못 배당이 된 경우 채권자가 배당금을 수령한 다른 채권자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지 여부

(대법원 2019.7.18. 선고 2014다206983 전원합의체 판결)




[적어보는 글]



잘못된 배당의 결과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허용하는 것이 실체법 질서에 부합하는 점, 배당이의 소의 한계나 채권자 취소소송의 가액반환에 따른 문제점 보완을 위한 현실적 필요성, 현행 민사집행법에 따른 배당절차의 제도상 또는 실무상 한계로 인한 문제, 민사집행법 제155조의 내용과 취지, 입법연혁 등에 비추어 보면, “배당받을 권리 있는 채권자가 자신이 배당받을 몫을 받지 못하고 그로 인해 권리 없는 다른 채권자가 그 몫을 배당받은 경우에는 배당이의 여부 또는 배당표의 확정 여부에 관계없이 배당받을 수 있었던 채권자가 배당금을 수령한 다른 채권자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한 종래 대법원 판례는 여전히 타당함을 확인한 판결이다. 



그러나 다수 의견 역시 현행 민사집행법에 따른 배당절차의 제도상 또는 실무상 한계로 인한 문제점이나 배당절차의 조속한 확정과 집행제도의 안정 및 효율적 운영을 강조하는 반대의견의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 다만 개정입법 등을 포함한 배당절차의 전반적인 제도보완이 선행되지 않은 채 절차의 안정만을 강조하여 채권자의 실체법상 권리인 부당이득반환 청구권 행사 자체를 제한할 수는 없고, 부당이득반환청구가 권리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을 소송과정에서 충실히 심리·판단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인 제도운영이라는 것이다. 


(이 사건에 관하여 대법원에서 배포한 보도자료 내용)




[사실관계]



소외인 소유의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하여 1995. 5. 25. 주식회사 우리은행(합병 전 주식회사 평화은행) 앞으로 채권최고액 2억 원, 채무자 한창산업 주식회사의 이 사건 근저당권이 설정되었다.



이 사건 근저당권부 채권을 전전 양수한 주식회사 디엔피에이엠씨대부(이하 ‘디 엔피에이엠씨대부’라 한다)의 신청에 따라 2011. 10. 13.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해서 이 사건 경매가 개시되었다.



원고는 2011. 11. 1. 소외인 등에 대한 집행력 있는 정본을 가진 채권자로서 배당요구를 하였다. 주식회사 아이엠에셋대부(이하 ‘아이엠에셋대부’라 한다)는 2011. 11. 18. 소외인에 대한 집행력 있는 정본에 근거하여 배당요구를 하였고, 피고는 2012. 5. 2. 아이엠에셋대부로부터 위 채권을 양수한 다음 2012. 7. 3. 권리신고를 하였다.



이 사건 경매절차에서 2012. 8. 17. 배당기일이 열렸는데, 경매신청채권자인 디엔피에이엠씨대부로부터 이 사건 근저당권부 채권을 양수한 현대상호저축은행에게 2순위로 148,417,809원(이하 ‘이 사건 배당금’이라 한다)이 배당되고[1순위부터 5순위까지는 채권액 전부(배당비율 100%)가 배당되었다], 일반채권자인 원고와 피고 등에게는 6순위로 자신들의 채권금액 중 일정금액(배당비율 0.53%)이 배당되었다.



피고는 2012. 8. 17. 배당기일에 출석하여 이 사건 배당금에 관하여 이의하고 같은 날 현대상호저축은행을 상대로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하였다. 피고는 그 배당이의소송에서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주장하였는데, 현대상호저축은행은 곧바로 청구를 인낙하는 취지의 준비서면을 제출하였고 이에 법원은 기일 외에서 이 사건 배당금을 모두 피고에게 배당하는 것으로 배당표를 경정하는 내용의 화해권고결정을 하였다. 위 화해권고결정은 2012. 11. 23. 확정되었고, 피고는 2012. 13. 경정된 배당표에 따라 이 사건 배당금 전액을 수령하였다.



원고는 2012. 8. 17. 배당기일에 출석하였으나 이의하지 않았고, 피고와 현대상호저축은행 사이의 위 화해권고결정이 확정된 이후인 2013. 2. 28.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배당금에 대한 6순위 채권자들(원고, 피고, 제네시스유동화전문 유한회사, 주식회사 케이알앤씨, 중소기업 협동조합 중앙회)의 채권액 비율에 따른 안분액  중 원고의 몫인 99,733,514원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배당절차에 참가한 채권자가 배당기일에 출석하고도 이의하지 않아 배당표가 확정된 후에도 그 배당절차에서 배당금을 수령한 다른 채권자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 이 사건 쟁점에 관한 아래의 논의에는 적법한 배당요구를 하여 배당절차에 참가한 채권자로서 배당기일에 출석하고도 배당이의를 하지 않은 경우는 물론, 적법한 통지를 받고도 배당기일에 출석하지 않아 배당표에 따른 배당의 실시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되는 경우(민사집행법 제153조 제1항), 배당이의를 하였다가 이의를 취하한 경우,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하고도 제1회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아 배당이의의 소를 취하한 것으로 간주되는 경우(이하 위와 같은 채권자들을 통틀어 ‘배당이의 등을 하지 않은 채권자’라 한다)를 포함한다. 그러나 ① 배당요구를 하여야 배당을 받을 수 있는 채권자 (민사집행법 제148조 제2호)가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적법한 배당요구를 하지 않아 배당에서 아예 제외된 경우와 ② 배당기일에서 이의한 채권자가 배당이의의 소제기 증명 서류 제출기간을 지키지 못한 경우처럼 민사집행법 제155조에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는 제외된다.




[관련규정]



∙ 민사집행법 제155조(이의한 사람 등의 우선권 주장) 이의한 채권자가 제154조 제3항의 기간을 지키지 아니한 경우에도 배당표에 따른 배당을 받은 채권자에 대하여 소로 우선권 및 그 밖의 권리를 행사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 민법 제741조(부당이득의 내용)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 




[제1심, 원심] 대전지방법원 2014. 2. 11. 선고 2013나103573 판결



원고의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받아들이자 피고는 이에 불복하여 종래 대법원 판례의 변경을 주장하며 상고를 제기하였다. 



원고, 피상고인 : 신용보증기금


피고, 상고인 : 주식회사 한유자산관리




[대법원]



1. 배당이의 등을 하지 않은 채권자의 부당이득반환 청구 허용 여부



가. 민사집행법 제155조의 입법연혁과 종래 대법원 판례



(1) 민사집행법 제155조의 입법연혁



민사집행법 제155조는 ‘이의한 채권자가 제154조 제3항의 기간(배당이의의 소제기 증명서류 제출기간)을 지키지 않은 경우에도 배당표에 따른 배당을 받은 채권자에 대하여 소로 우선권 및 그 밖의 권리를 행사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위 조항의 입법연혁은 다음과 같다.



1960. 4. 4. 법률 제547호로 제정된 민사소송법 제593조는 “이의를 당한 채권자가 전조의 기간을 해태한 경우에도 배당표에 의한 배당을 받은 채권자에 대하여 소로 우선권을 주장하는 권리는 영향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정하고 있었다. 이는 의용 민사소송법 제634조를 통해서 독일 구 민사소송법 제764조 제2항(현재의 독일 민사소송법 제 878조 제2항으로 유지되고 있다)을 받아들인  것이다. 독일에서는 위 규정의 입법취지를 배당절차가 실체법상 권리관계까지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하는 규정으로 보면서 배당기일에 출석하지 않거나 이의하지 않은 채권자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 독일은 배당표에 기판력이나 배당참가자들에 대한 기속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배당결과가 실체적 권리관계와 달라질 여지가 많다는 점에서 우리 법제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제정 민사소송법 제593조는 1963. 12. 13. 법률 제1499호로 일부 개정되면서 ‘이의를 당한’ 부분이 ‘이의를 신청한’으로, ‘우선권을’ 부분이 ‘우선권 기타를’로 각 변경되었고, 이는 2002. 1. 26. 법률 제6627호로 제정된 민사집행법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다만 ‘우선권 기타’ 부분의 표현을 ‘우선권 및 그 밖의 권리’로 바꾸었다).



위 민사소송법 규정은 1963. 12. 13. 개정 당시 ‘우선권’ 부분이 ‘우선권 기타’로 개정되었는데, 그 개정이유에 대해서는 독일과 달리 평등주의(平等主義)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의 법제에서 ‘순위에 의한 우선권’에 한정할 이유가 없으므로 일반채권자도 배당표에 의해 부당이득을 얻은 사람을 상대로 그 반환청구를 할 수 있음을 명확하게 하는 입법으로 보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시각이었다.



(2) 종래 대법원 판례



실제로 위와 같은 민사소송법 개정 이후 선고된 대법원 1964. 7. 14. 선고 63다839 판결은 경매법(1962. 1. 15. 법률 제968호로 제정되어 같은 날부터 시행되다가 1990. 13. 법률 제4201호로 폐지되었다)에 따른 임의경매절차 사안에서 배당을 받아야 할 자가 배당을 받지 못하였다면 배당에 관하여 이의를 하였는지 여부나 배당절차가 확정 되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발생하고 이는 우선채권과 일반채권의 관계에서도 같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입장은 경매법이 폐지되고 구 민사소송법 (1990. 1. 13. 법률 제4201호로 개정된 것)에서 강제경매와 담보권 실행 등을 위한 경매를 포괄하여 규율하기 시작한 이후에도 계속 유지되었다(대법원 1994. 2. 22. 선고 93다55241 판결, 대법원 1997. 2. 14. 선고 96다51585 판결, 대법원 2000. 10. 10. 선고 99다53230 판결 등 참조). 그 후 민사집행법에 따른 경매절차(강제경매와 담보권 실행 등을 위한 경매를 포함한다) 사안에서도 대법원은 일관되게 같은 취지로 판단함으로써(대법원 2007. 2. 9. 선고 2006다39546 판결, 대법원 2011. 2. 10. 선고 2010다 90708 판결 등 참조) 이는 대법원의 확립된 입장으로 굳어졌다.



나. 대법원 판례의 법리적 근거



(1) 대법원 판례의 태도



대법원은 배당받을 권리 있는 채권자가 자신이 배당받을 몫을 받지 못하고 그로 인해 권리 없는 다른 채권자가 그 몫을 배당받은 경우에는 배당이의 여부 또는 배당표의 확정 여부와 관계없이 배당받을 수 있었던 채권자가 배당금을 수령한 다른 채권자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이러한 법리의 주된 근거는 배당절차에 참가한 채권자가 배당이의 등을 하지 않아 배당절차가 종료되었더라도 그의 몫을 배당받은 다른 채권자에게 그 이득을 보유할 정당한 권원이 없는 이상 잘못된 배당의 결과를 바로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실체법 질서에 부합한다는 데에 있다. 나아가 위와 같은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허용해야 할 현실적 필요성(배당이의의 소의 한계나 채권자취소소송의 가액반환에 따른 문제점 보완), 현행 민사집행법에 따른 배당절차의 제도상 또는 실무상 한계로 인한 문제, 민사집행법 제155조의 내용과 취지, 입법연혁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종래 대법원 판례는 법리적으로나 실무적으로 타당하므로 유지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2) 잘못된 배당과 부당이득반환 청구권의 성립



(가) 민법 제741조는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① 이득의 취득과 이로 인한 손해의 발생, ② 이득에 대한 법률상 원인의 결여라는 요건을 충족하면 부당이득이 성립한다. 경매절차에 참가한 채권자들은 정해진 매각 대금을 둘러싸고 어느 채권자에게 우선적으로 또는 더 많은 액수가 배당되면 다른 채권자가 배당을 받지 못하거나 덜 받게 되는 반대의 이해관계를 가진다. 경매목적물의 매각대금이 잘못 배당되어 배당받을 권리 있는 채권자가 배당받을 몫을 받지 못하고 그로 인해  권리 없는 다른 채권자가 그 몫을 배당받은 경우에는, 배당금을 수령한 다른 채권자는 배당받을 수 있었던 채권자의 권리를 침해하여 이득을 얻은 것이 된다.



위와 같이 배당금을 수령한 다른 채권자는 그 이득을 보유할 정당한 권원이 없는 이상 이를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



(나) 민사집행법상 배당의 순위는 민법, 상법 그 밖의 법률에 의한 우선순위에 따라야 하고(제145조 제2항), 배당에 참가한 채권이 모두 일반채권이면 채권자평등 원칙에 따른 안분비례(按分比例)의 방법으로 배당되어야 한다. 그러나 확정된 배당표에 따라 배당이 실시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배당금을 수령한 다른 채권자가 그 이득을 보유할 정당한 권원, 즉 민법 제741조가 규정한 ‘법률상 원인’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배당절차는 실체적 권리를 실현하는 수단이 되는 경매절차의 일부를 이루는 데 그칠 뿐, 이에 따라 실체적 권리를 확인하거나 형성하는 절차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배당에 관한 민사집행법 규정 자체가 실체적 권리와 그 내용을 규율하는 것이 아니라, 절차적 처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채권자가 배당기일에 출석하지 않아 민사집행법 제153조 제1항에 따라 배당표와 같이 배당을 실시하는 데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되거나 배당기일에 출석하고도 배당이의를 하지 않은 경우에도, 이는 배당절차에서 ‘배당표에 따른 배당 실시’라는 절차의 진행에 동의한 것일 뿐 다른 채권자의 실체법상 권리를 승인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더욱이 민사집행법은 배당이의를 하지 않거나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하지 않은 채권자의 권리를 상실하게 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확정된 배당표에 기판력이나 배당참가자들에 대한 기속력을 인정하고 있지도 않다.



(다) 적법한 배당요구가 필요함에도 이를 하지 않아 배당에서 제외된 선순위 채권자는 대신 배당받은 후순위 채권자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대법원 1997. 2. 25. 선고 96다10263 판결, 대법원 1998. 10. 13. 선고 98다12379 판결 등 참조). 채권자가 배당요구를 하기 전의 단계에서는 채무자의 책임재산으로부터 액수 미상의 돈을 분배받으리라는 잠재적이고 추상적인 기대를 가질 뿐이다. 그러나 채권자가 배당요구를 하여 배당절차에 참가하고 경매절차의 진행으로 배당요구의 종기가 지나면 특정 금액의 배당금을 자신에게 귀속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권리를 가진다. 따라서 어느 채권자가 자신이 배당받을 수 있는 금액을 넘어 배당을 받거나 배당받을 지위에 있지 않음에도 다른 채권자에게 귀속되어야 할 배당금을 받아갔다면, 그는 다른 채권자의 손실로 인하여 법률상 원인 없이 이득을 얻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



(라) 민사집행법 제150조 제2항은 ‘배당기일에 출석한 이해관계인과 배당을 요구한 채권자가 합의한 때에는 이에 따라 배당표를 작성’하도록 하고, 제152조 제2항은 ‘배당이의에 관계된 채권자가 이의를 정당하다고 인정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합의한 때에는 집행법원은 이에 따라 배당표를 경정하여 배당을 실시‘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배당절차에 참가한 이해관계인과 채권자들 사이에 ’합의‘나 배당이의에 관계된 채권자의 ’동의‘가 있음을 전제로 그들 상호간에 배당관계를 자주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합의나 동의 없이 단지 배당이의 등을 하지 않아 배당표가 확정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잘못된 배당의 결과로 수령한 배당금을 보유 할 정당한 권원, 즉 ’법률상 원인‘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마) 민사집행법 제155조는 채권자가 배당이의 등과 같은 일정한 절차를 밟지 않았는지 여부나 배당이의의 소의 소송계속이 소멸하였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그로 인해 자신의 실체법상 권리까지 잃게 되는 것이 아님을 확인한 규정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3) 부당이득반환 청구 허용의 필요성 



(가) 배당이의의 소의 한계 보완



민사집행법은 배당기일에서 이의진술과 그에 따른 배당이의의 소와 같이 채권자가 자신의 실체법상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별도의 권리구제수단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배당이의의 소는 제소권자를 ‘배당기일에 이의를 진술한 채권자나 채무자’에 한정하고 제소기간을 ‘1주일’이라는 짧은 기간으로 정하는 등 그 행사요건을 엄격하게 정하고 있다. 이러한 제한은 배당절차의 조속한 확정을 위한 것이지만, 잘못된 배당으로 인한 결과를 실체법적 권리관계에 부합하도록 교정할 수 있는 기회를 당사자에게 제공하는 측면에서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에 따르면 채권자가 제기한 배당이의의 소에서는 원고의 청구가 이유 있으면 ‘배당이의를 하지 않은 다른 채권자의 채권을 참작할 필요 없이’ 피고가 배당받을 수 없게 된 금액을 원고의 채권액에 달할 때까지 원고에게 배당하는 것으로 배당표를 경정하도록 하고 있다(이른바 ‘흡수설’, 대법원 1998. 5. 22. 선고 98다 3818 판결 등 참조). 이는 배당이의소송 제도의 본질이 배당이의에 관계된 당사자들 사이의 상대적인 해결을 도모하는 데 기인한 것으로 소송심리의 효율성이 확보되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법리를 따를 경우 당초 권리 없는 피고를 제외하고 배당을 실시하였을 경우 받을 수 있었던 배당액 이상을 원고가 보유하도록 하는 결과가 생길 수 있는데, 이러한 결과는 채권자평등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하지 못한 채권자의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허용하면 위와 같은 배당결과가 사후적으로라도 채권자평등 원칙에 맞게 조정될 수 있다.



나아가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에서는 청구권자의 손해를 한도로 하면서 배당에 참가한 다른 채권자의 채권도 참작하여 반환할 부당이득의 범위가 정해지므로, 배당이의소송과 달리 채권자평등원칙에 맞는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다. 따라서 배당절차 종료 후 채권자의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허용하는 것은 위와 같은 배당이의소송 제도의 한계를 보완하는 기능을 한다.



(나) 사해행위 취소소송에서 가액반환의 문제점 보완



부동산에 대한 (근)저당권설정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취소채권자는 원상회복으로서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구하여야 하지만 부동산에 대한 경매절차가 개시되어 부동산이 매각되고 매수인이 대금을 납부하여 저당권설정등기가 집행법원의 촉탁에 따라 말소되면 취소채권자는 더 이상 원상회복으로서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구할 수 없게 되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원상회복의 방법으로서 가액반환이 허용된다(대법원 2001. 2. 27. 선고 2000다44348 판결 등 참조). 취소채권자는 이미 배당금을 현실적으로 수령한 수익자인 (근)저당권자에 대하여 직접 자기에게 배당금을 반환할 것을 청구할 수 있으나(대법원 1998. 5. 15. 선고 97다58316 판결, 대법원 1999. 9. 7. 선고 98다41490 판결 등 참조), 취소채권자가 회복해 온 재산(배당금)은 모든 채권자를 위한 공동담보로 제공되어야 한다(민법 제407조 참조). 원상회복된 배당금에 대하여 취소채권자는 우선권을 가지지 않지만, 실제로는 취소채권자가 수령한 배당금을 채무자에게 반환할 채무와 채무자에 대한 자신의 채권과 상계하는 등으로 사실상 우선변제 받는 것을 막을 수 없어 민법 제407조의 채권자평등 원칙에 위반된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현행법상 제도적 미비로 인해 취소채권자가 독점적 이득을 취득할 수도 있게 되는 문제가 있지만, 종래 대법원 판례에 따라 배당절차에서 배당이의 등을 하지 않은 다른 채권자들도 취소채권자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할 수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배당절차에 참가한 채권자들 사이에 채권자평등원칙이 구현될 수 있는 기회가 어느 정도 보장되어 있다. 그런데 만일 대법원 판례를 변경하여 배당이의 등을 하지 않은 채권자의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게 되면 위와 같이 사해행위취소에 따른 가액반환 사안에서 취소채권자의 독점적 이득 취득 문제를 보완하거나 교정할 수 있는 수단을 잃게 되는 문제가 있다.



(4) 현행 민사집행법에 따른 배당절차의 제도상 또는 실무상 한계로 인한 문제 



(가) 배당기일 통지와 관련한 문제



배당절차는 법원사무관 등이 이해관계인과 배당을 요구한 채권자에게 배당기일을 통지하고 채권계산서의 제출을 최고함으로써 시작한다(민사집행법 제146조, 민사집행규칙 제81조). 위와 같은 통지와 최고는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방법으로 할 수 있다(민사집행규칙 제8조 제1항). 그런데 현재의 배당기일 통지 실무는 배당기일 통지서를 등기부상 주소나 채권자가 신고한 주소로 우편송달하고 송달불능이 되면 발송송달하며 채권자의 주소를 알기 어려운 경우 직권으로 공시송달을 하고 있어 채권자의 귀책사유 없이 배당기일을 알지 못하여 배당절차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등기된 가압류권자의 주소가 경매개시결정 전에 변경되어 주소를 알 수 없게 된 경우가 그러하다. 가압류등기는 가압류 당시 집행법원의 촉탁에 의해 이루어지므로(민사집행법 제293조 참조), 가압류권자로서는 변경된 주소만을 별도로 신고하여 등기할 방법이 없는데, 이 때문에 송달을 받지 못하여 배당절차에 참여하지 못한 것을 가압류권자의 책임으로 돌리기도 어렵다.



현행 민사집행법에 따른 배당기일 통지 실무상 적법한 발송송달이나 공시송달을 받은 채권자임에도 배당이의 등을 할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함부로 부당이득반환 청구권의 행사를 제한할 것은 아니다.



(나) 단기간의 배당표원안 열람기간 및 배당이의의 소 제기기간에 따른 문제



채권자들이 제출한 계산서와 집행기록을 토대로 사법보좌관이 작성한 배당표원안(配當表原案)은 채권자와 채무자에게 보여주기 위하여 배당기일 3일 전에 법원에 비치되어야 한다(민사집행법 제149조 제1항). 채권자는 배당기일에 출석하여 다른 채권자의 채권 또는 그 채권의 순위에 대해 이의할 수 있다(민사집행법 제151조 제3항). 다른 채권자에 대해 이의한 채권자는 배당기일부터 1주 이내에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한 사실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민사집행법 제154조 제1항, 제3항).



현행 민사집행법에서는 배당에 참가한 채권자가 권리관계나 순위 등을 확인하고 배당이의 여부를 결정하는 데에 필요한 배당표원안의 열람기간도 최대 ‘3일’에 불과하다. 따라서 배당기일 전에 배당표원안을 열람하지 못하거나 열람하더라도 짧은 기간 내에 배당표를 검토하여 이의하는 것이 쉽지 않다. 가장 임차인, 가장 임금채권자나 사해행위의 수익자인 근저당권자와 같이 배당을 받아서는 안 되는데도 배당채권자로 기재된 경우를 가려내어 이의하고 배당기일부터 1주 이내에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다) 채무자의 부당이득반환 청구에 관한 문제



채권이 없음에도 배당이 되었거나 채권의 범위를 초과하여 배당이 이루어진 때에는 배당이의 등을 하지 않은 채권자의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제한하더라도 그 채권자가 채무자를 대위하여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하는 것까지 막을 방법은 없다. 그런데 채무자가 배당이의 등을 하지 않은 경우 채무자의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허용하면서 배당이의 등을 하지 않은 채권자의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제한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일관되지 않고, 배당이의 등을 하지 않은 채권자가 여전히 채무자를 대위하여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할 수 있게 된다면 절차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판례를 변경하는 실익은 적을 수 밖에 없다.



(라) 배당표가 실체적 권리관계와 달리 작성될 여지가 크고 배당표의 옳고 그름을 조사하거나 판단하는 데에 필요한 시간이나 정보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 배당절차의 제도상 또는 실무상 한계를 고려할 때, 배당절차가 종료되었다고 하여 배당요구를 하고 배당절차에 참가한 채권자의 부당이득반환 청구권을 전면적으로 제한할 경우 진정한 권리자가 부당하게 희생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특히 채무자와 통모한 가장 채권자들에 의한 이른바 ‘배당금 빼돌리기’ 등의 문제를 배제할 수 없는 우리의 집행현실에서 단순히 절차를 게을리 하였다는 이유로 실체적 권리의 실현요청을 봉쇄하는 것은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다. 대법원 판례에 대한 비판의 검토



배당받을 권리 있는 채권자가 잘못된 배당으로 인해 배당을 받지 못한 경우에는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앞서 본 바와 같이 민사집행법 제155조를 비롯한 배당절차에 관한 여러 민사집행법 규정의 내용과 취지, 잘못된 배당에 따른 실체법상 부당이득반환 청구권의 성립 여부 등에 근거한 결론이다. 민사집행법 제정 당시 배당요구의 종기를 앞당기는 입법적 결단을 하여 경매절차의 안정을 도모하였다거나 우선주의를 취하고 있는 독일의 법제가 평등주의를 바탕으로 한 우리의 법제와 다르다는 사정은 위와 같은 결론에 별다른 영향을 미칠 수 없다.



다만 종래 대법원 판례에 대해서는 일단 ‘종결’된 것으로 여겨지는 사항에 대해서 다시 문제제기를 허용하는 결과가 되어 배당절차의 안정성을 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특히 배당절차가 모두 종료되었음에도 민사집행법이 예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배당결과를 사후적으로 뒤집을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은 배당표에 의한 배당의 결과를 불안정하게 하고 배당절차에 성실하게 참여한 다른 채권자나 이해관계인의 수고를 무시하는 결과를 초래할 염려가 있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지적이나 비판에는 수긍할만한 부분이 있다.



(2) 그러나 우리 민사집행법에서는 판결이 아닌 배당표, 재판기일이 아닌 배당기일에서 배당받을 권리의 존부와 순위 등이 결정되고 채권자가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하더라도 배당이의판결은 상대적 효력만 인정되므로, 배당표가 실체적 권리관계와 달리 작성될 가능성이 높고 배당이의소송을 거치더라도 실체적 권리가 제대로 실현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여지가 적지 않다. 따라서 배당절차의 전반적인 제도보완 없이 부당이득반환 청구권의 행사만을 배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의 시작이 될 염려가 있다.



제도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다음과 같다. 먼저 배당의 기초가 되는 배당표 작성이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할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보완해야 하고, 배당절차의 종료로 실권되는 채권자의 절차보장을 위해 송달제도, 배당표원안 열람제도, 배당기일 운영방식 등을 개선하여 채권의 존부나 우선권 등에 대한 실질적인 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확정된 배당표에 대해서는 배당절차에 참가한 채권자들 모두가 배당표에 기속되도록 하는 법령상의 근거를 마련하거나 민사집행법 제155조의 개정 등의 작업이 필요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도보완이 선행되지 않은 채 절차의 안정만을 강조하여 배당절차 종료 후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함부로 제한할 수는 없다.



배당이의 등을 하지 않은 채권자의 배당절차 종료 후 부당이득반환 청구가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부당이득반환 청구권의 행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해서는 안 된다는 내재적 한계가 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대법원이 오랫동안 위와 같은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허용해 왔지만 소송실무상 배당의 잘못을 이유로 한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이 남발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소송이 눈에 띠게 증가하였다고 볼만한 현상은 발견되고 있지 않다. 따라서 배당이의 등을 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일괄적으로 부당이득반환 청구 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기보다는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과정에서 충실한 심리와 판단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인 제도운영이라고 할 것이다.




3. 사안에 대한 판단 



가. 사실관계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소외인 소유의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하여 1995. 5. 25. 주식회사 우리은행(합병 전 주식회사 평화은행) 앞으로 채권최고액 2억 원, 채무자 한창산업 주식회사의 이 사건 근저당권이 설정되었다.


(2) 이 사건 근저당권부 채권을 전전 양수한 주식회사 디엔피에이엠씨대부(이하 ‘디 엔피에이엠씨대부’라 한다)의 신청에 따라 2011. 10. 13.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해서 이 사건 경매가 개시되었다.


(3) 원고는 2011. 11. 1. 소외인 등에 대한 집행력 있는 정본을 가진 채권자로서 배당요구를 하였다. 주식회사 아이엠에셋대부(이하 ‘아이엠에셋대부’라 한다)는 2011. 11. 18. 소외인에 대한 집행력 있는 정본에 근거하여 배당요구를 하였고, 피고는 2012. 5. 2. 아이엠에셋대부로부터 위 채권을 양수한 다음 2012. 7. 3. 권리신고를 하였다.


(4) 이 사건 경매절차에서 2012. 8. 17. 배당기일이 열렸는데, 경매신청채권자인 디엔피에이엠씨대부로부터 이 사건 근저당권부 채권을 양수한 현대상호저축은행에게 2순위로 148,417,809원(이하 ‘이 사건 배당금’이라 한다)이 배당되고[1순위부터 5순위까지는 채권액 전부(배당비율 100%)가 배당되었다], 일반채권자인 원고와 피고 등에게는 6순위로 자신들의 채권금액 중 일정금액(배당비율 0.53%)이 배당되었다.


(5) 피고는 2012. 8. 17. 배당기일에 출석하여 이 사건 배당금에 관하여 이의하고 같은 날 현대상호저축은행을 상대로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하였다. 피고는 그 배당이의소송에서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주장하였는데, 현대상호저축은행은 곧바로 청구를 인낙하는 취지의 준비서면을 제출하였고 이에 법원은 기일 외에서 이 사건 배당금을 모두 피고에게 배당하는 것으로 배당표를 경정하는 내용의 화해권고결정을 하였다. 위 화해권고결정은 2012. 11. 23. 확정되었고, 피고는 2012. 13. 경정된 배당표에 따라 이 사건 배당금 전액을 수령하였다.


(6) 원고는 2012. 8. 17. 배당기일에 출석하였으나 이의하지 않았고, 피고와 현대상호저축은행 사이의 위 화해권고결정이 확정된 이후인 2013. 2. 28.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배당금에 대한 6순위 채권자들(원고, 피고, 제네시스유동화전문 유한회사, 주식회사 케이알앤씨, 중소기업 협동조합 중앙회)의 채권액 비율에 따른 안분액  중 원고의 몫인 99,733,514원에 대하여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나. 배당이의를 하지 않은 채권자가 배당이의소송에서 승소한 다른 채권자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리오해 주장 등에 관한 판단



(1) 배당이의를 하지 않은 채권자의 부당이득반환 청구가 허용됨은 앞서 본 바와 같고, 나아가 배당이의소송은 대립하는 당사자인 채권자들 사이의 배당액을 둘러싼 분쟁을 상대적으로 해결하는 것에 지나지 않으며, 그 판결의 효력은 오직 소송당사자인 채권자들 사이에만 미칠 뿐이므로, 어느 채권자가 배당이의소송의 승소확정판결 또는 이와 같은 효력을 가지는 화해권고결정 등에 기초하여 경정된 배당표에 따라 배당을 받은 경우에도, 그 배당이 배당이의소송의 당사자 아닌 다른 배당요구채권자가 배당받을 몫까지도 배당받은 결과로 된다면 그 다른 배당요구채권자는 배당이의소송의 승소확정판결 또는 화해권고결정 등에 따라 배당받은 채권자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대법원 2007. 2. 9. 선고 2006다39546 판결, 대법원 2007. 3. 29. 선고 2006다 49130 판결 등 참조).



(2)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앞서 본 사실관계를 살펴본다.



현대상호저축은행에 잘못 배당되었던 이 사건 배당금은 이 사건 배당절차에서 자신 의 채권액 전부를 배당받지 못한 6순위 채권자들에게 평등하게 분배되어야 한다. 이 사건 배당금 중 6순위 채권자인 원고의 채권액 비율에 따른 안분액 99,733,514원은 원고에게 귀속되어야 함에도, 피고가 원고의 몫을 포함한 이 사건 배당금 전액을 배당받은 것은 법률상 원인 없이 이익을 얻은 것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 99,733,514 원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 비록 원고가 배당기일에 출석하고도 이 사건 배당금에 대해 이의를 하지 않았거나 피고가 현대상호저축은행과 사이에 배당이의소송을 통해 확정된 화해권고결정에 따라 이 사건 배당금을 수령하게 된 것이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은 앞서 살펴 본 대법원의 확립된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다.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배당이의를 하지 않은 채권자의 부당이득반환청구 및 그 반환청구 상대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



다. 소멸시효 중단 및 신의성실 원칙에 대한 법리오해 주장 등에 관한 판단



원심은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의 소멸시효가 가압류로 인하여 중단되었다고 볼 수 없고, 원고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부당이득반환 청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도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소멸시효의 중단이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이기택, 대법관 안철상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다.




5. 배당이의 등을 하지 않은 채권자의 부당이득반환 청구 허용 여부에 관한 대법관 조희대, 대법관 이기택, 대법관 안철상의 반대의견



다수의견은 배당이의 등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은 채권자가 스스로 배당이의 등을 하지 않아 배당표가 확정되고 배당절차가 종료되어도 그 배당절차에서 배당받은 다른 채권자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하는 것을 허용하는 종래 대법원 판례를 유지해야 된다고 한다.



그러나 종래 대법원 판례와 같이 배당절차 종료 후 배당이의 등을 하지 않은 채권자의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허용하는 것은 민사집행법 제155조의 문언은 물론이고 민사집행법의 전체적인 취지에 반할 뿐만 아니라, 확정된 배당절차를 민사집행법이 예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사후에 실질적으로 뒤집는 것이어서 배당절차의 조속한 확정과 집행제도의 안정 및 효율적 운영을 저해하는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배당절차에서 이의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배당이의 등을 하지 않은 채권자는 더 이상 해당 절차로 형성된 실체적 권리관계를 다투지 않을 의사를 소극적으로 표명한 것이므로, 그러한 채권자의 자주적인 태도결정은 배당금의 귀속에 관한 법률상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런데도 배당절차 종료 후 배당이의 등을 하지 않은 채권자의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허용하는 것은 금반언의 원칙에 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일련의 배당절차와 이에 투입된 집행법원과 절차 참가자들의 노력을 무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채권자가 적법한 소환을 받아 배당기일에 출석하여 자기의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받고도 이러한 기회를 이용하지 않은 채 배당절차가 종료된 이상, 그 배당절차에서 배당받은 다른 채권자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 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새삼스럽게 자신의 실체법적 권리를 주장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아래에서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가. 민사집행법 제155조와 민사집행법의 전체적인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허용할 수 없다.



(1) 민사집행법 제155조는 배당기일에 이의한 채권자가 배당이의의 소제기에 관한 증명서류 제출기간(1주일)을 지키지 아니한 경우에도 배당표에 따른 배당을 받은 채권자에 대하여 소로 우선권 및 그 밖의 권리를 행사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수의견은 위 조항이 확인적 규정이거나 예시적 규정임을 전제로 배당이의 등을 하지 않은 채권자의 부당이득반환청구도 허용된다고 한다. 그러나 위 조항은 위와 같은 절차를 게을리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소로 우선권 및 그 밖의 권리를 행사하는 데 영향 이 없는 채권자의 범위를 ‘이의한 채권자’로 한정하고 있으므로, 그 문언대로 ‘이의한 채권자’에 대해서만 위 조항이 적용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만일 채권자가 배당기일에 이의하였는지 여부를 묻지 않고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하려는 입법의도가 있었다면 입법기술상 그러한 의도를 반영한 입법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런데도 ‘이의한 채권자’만을 명시함으로써 이의한 채권자에 대해서만 위 조항을 적용하려는 입법의도를 분명하게 표명하고 있으므로, 위 조항을 함부로 확인적이거나 예시적인 규정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2) 민사집행법이 제정되기 이전의 구 민사소송법(2002. 1. 26. 법률 제6626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은 다수의 경합하는 채권자들 사이의 배당순위에 관하여 프랑스 등이 채택하고 있던 이른바 ‘평등주의(平等主義)’ 법제를 바탕으로 경매에 참여하는 채권자가 매각결정기일까지 배당요구를 할 수 있게 하였다(구 민사소송법  제  605조 제1항).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위와 같이 배당요구의 허용시기가 늦추어짐에 따라 선순위 담보권이 매각기일 후에 소멸되어 그 후순위 용익물권 등이 예기치 않게 매수인에게 인수되거나 매각기일 후 우선변제권 있는 자의 배당요구에 의해 남을 가망이 없게 되어 경매절차가 취소되는 등 경매절차의 불안정을 초래하는 폐단이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리하여 민사집행법을 제정하면서 배당순위 등에 관하여 ‘평등주의’ 원칙을 유지하면서 그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구 민사소송법에 비하여 배당요구의 종기를 앞당기는 입법이 이루어졌다. 즉, 민사집행법은 첫 매각기일 이전의 적당한 날로 집행법원이 배당요구의 종기를 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제84조 제1항) 재산발견을 위한 압류채권자의 노력이 무시될 수 있는 ‘평등주의’ 법제의 단점을 완화하면서 경매절차의 불안정을 제거하고자 하였다.



민사집행법을 제정하면서 배당요구의 종기를 앞당긴 것을 비롯하여 배당절차의 조속한 확정과 집행제도의 안정을 꾀하는 방향으로 입법적 결단이 이루어졌으므로, 민사집행법 조항에 대한 해석이나 배당절차 전반에 관한 법리 전개도 이에 맞추어 일관성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민사집행법 제155조에서 명시적으로 허용하는 경우가 아님에도 배당이의 등을 하지 않은 채권자의 배당절차 종료 후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폭넓게 허용하는 것은 입법자의 의도에 어긋나고 민사집행법이 지향하는 전체적인 법질서 체계에 부합하지 않는 법해석이다.



(3) 독일과 프랑스, 일본, 미국의 입법례와 판례를 보더라도 배당이의 등을 하지 않은 일반채권자의 배당절차 종료 후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허용하고 있는 나라는 독일밖에 없고, 그 외의 나라들은 적어도 일반채권자에 대해서는 배당절차 종료 후 부당이득 반환 청구를 일절 허용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더욱이 독일에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우선주의(優先主義)’를 바탕으로 배당절차에서 압류채권자의 우선적 권리를 인정하는 강제집행법 체계를 취하고 있으므로, 우리 민사집행법을 해석할 때 독일의 이론이나 실무를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나. 민사집행법이 정한 배당절차의 특수성에 비추어 보더라도 부당이득반환 청구는 허용될 수 없다.



(1) 민사집행법은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집행법원은 배당에 관한 진술 및 배당을 실시할 기일을 정하여 이해관계인과 배당을 요구한 채권자에게 이를 통지하여야 하고(제146조 본문), 채권자 등에게 보여 주기 위하여 배당기일의 3일 전에 배당표원안을 작성하여 법원에 비치하여야 한다(제149조 제1항). 집행법원은 배당기일에 출석한 이해관계인과 배당을 요구한 채권자를 심문하여 배당표를 확정하여야 하고(제149조 제2항), 배당기일에 출석한 채권자는 자기의 이해에 관계되는 범위 안에서 다른 채권자를 상대로 그의 채권 또는 그 채권의 순위에 대하여 이의할 수 있다(제151조 제3항). 배당기일에 배당이의가 완결되지 않은 때에는 배당표에 기재된 각 채권자에 대한 배당액 가운데 배당이의와 관계없는 부분에 한하여 배당을 실시한다(제152조 제3항). 배당기일에 다른 채권자에 대하여 이의한 채권자는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하고(제154조 제1항), 배당기일부터 1주 이내에 집행법원에 그와 같이 소를 제기한 사실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하여야 하는데(제154조 제3항), ‘이의한’ 채권자가 제154조 제3항의 기간을 지키지 않은 경우에도 배당표에 따른 배당을 받은 채권자에 대하여 소로 우선권 및 그 밖의 권리를 행사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제155조).



민사집행법은 채권자에게 배당기일을 통지하여 배당기일에 이의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함과 동시에 이의가 완결되지 않는 경우를 대비하여 배당이의의 소라는 권리구제 수단까지 마련하고 있고, 채권자가 배당이의의 소 이외의 소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경우를 ‘이의한’ 채권자가 ‘배당이의의 소의 제소기간을 지키지 않은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이는 배당에 관한 분쟁이 집행절차 내에서 종결되도록 함으로써 배당절차를 조속히 확정하고 집행제도의 안정을 도모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 따라서 종래 대법원 판례처럼 배당이의 등을 하지 않은 채권자가 배당절차 종료 후에 아무런 제한 없이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민사집행법이 정하고 있는 절차를 거쳐 확정된 배당표를 사후에 민사집행법이 예정하지 않은 수단에 의하여 뒤집는 것이 되어 그 입법 취지에 반하고, 배당표에 의한 배당의 결과를 불안정하게 하며, 배당기일에서 이루어진 여러 절차를 헛수고에 그치게 할 우려가 크다.



(2) 민사집행법이 배당기일에서의 이의(제151조 제1항)나 배당이의의 소(제154조)라는 제도를 마련하여 채권자의 실체법적 권리관계를 주장할 수 있는 구제수단을 보장하고 있는데도, 스스로 그 기회를 이용하지 않은 채권자는 배당표에 의해 정해진 실체법적 권리관계를 더 이상 다투지 않겠다는 의사를 소극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배당이의 등을 하지 않아 배당표가 확정된 후 그 배당표가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 자체로 신의성실의 원칙에서 파생된 금반언의 원칙에 반한다.



더욱이 절차법이 정한 진행단계에 따른 일정한 행위를 하지 않은 사람은 설령 그가 실체법상 정당한 권리자라고 하더라도 그 절차에서는 ‘실권’되는 것이 당연한 법리이다. 채권자가 배당이의 등을 하지 않은 채 배당절차가 종료되었더라도 실제 배당을 받지 못한 이상 실체법상 권리가 소멸하는 것은 아니므로, 채권자는 채무자의 다른 재산에 대해서 얼마든지 강제집행 등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해당 배당절차에서 그러한 실체법상 권리를 실현할 수 있는 절차적 구제수단에 제한이 있다면 그에 따를 수밖에 없고, 그 배당절차에서 확정된 권리관계를 다른 방법으로 부정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소송·집행절차상 원리나 필요에 의해 실체법적 권리가 제한될 수 있는 것은 비단 배당절차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가령 민사소송절차에서는 실기한 공격방어방법의 각하(민사소송법 제149조), 소송절차에 관한 책문권(責問權), 소취하 후의 재소금지(민사소송법 제267조 제2항), 상소기간 등이 있고, 민사집행절차에서는 배당요구의 종기(민사집행법 제84조)나 즉시항고 등이 있다. 특히 대법원은 배당요구권의 행사시기는 민사집행법 제84조 제1항에 의하여 종기의 제한을 받게 되어 경우에 따라서 임금 등 청구권 행사가 종국적으로 제한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제한은 특정한 절차에 한정된 일시적 제약에 불과한 것이고 권리의 존재와 내용 및 실체법상의 권리행사에 무슨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며, 이러한 배당요구의 종기 제도에 의하여 달성되는 경매제도의 효율적 운영은 더욱 중요한 공익에 속한다는 이유로 배당요구의 종기를 첫 매각기일 전까지의 범위에서 정하도록 한 것은 합리적인 입법조치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4. 6. 17.자 2014그85 결정 등 참조). 위와 같이 ‘배당요구의 종기’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집행절차법 원리에 의한 실체법상 권리의 제약은 ‘배당절차의 종료’ 단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유지되어야 한다. 그에 대한 예외는 민사집행법 제155조(이의한 채권자가 배당이의의 소제기 증명서류 제출기간을 준수하지 못한 경우)와 같이 명시적 규정이 있는 경우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



다. 민사집행법이 정한 절차에 따른 배당을 ‘법률상 원인’이 없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민사집행법은 배당표의 확정과 그에 따른 배당을 실시할 때 채권자에게 다른 채권자와 합의하거나 그에 대하여 이의를 하는 등으로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제150조 제2항, 제151조  제3항). 그리고 배당기일에 출석한 채권자들의 합의가 있는 경우와 배당이의에 관계된 채권자가 이의를 정당하다고 인정한 때에 집행법원이 이에 기속되도록 하고 있다(제152조 제2항).



민사집행법은 배당을 실시할 때 1차적으로 합의에 의한 배당을 하고 그러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비로소 법률에서 정한 우선순위나 안분비례(按分比例)의 방법으로 배당하도록 하고 있다. 배당에 참가한 채권자 상호간의 배당관계는 채권자의 자주적인 태도결정에 따라 얼마든지 변경될 수 있고, 배당의 순위나 액수 등이 실체관계와 엄밀하게 합치될 것을 요구하고 있지도 않다. 따라서 배당기일에서의 ‘합의’와 같이 채 권자의 자주적인 태도결정의 결과로 배당금이 다른 채권자에게 귀속되었다면 이를 ‘법률상 원인’이 없는 부당이득이라고 할 수 없다.



이러한 법리는 채권자가 적법한 배당기일 통지를 받아 배당기일에 출석하여 이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음에도 이의하지 않은 경우에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의할 기회를 부여받은 채권자가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배당이의 등을 하지 않았다면 이 역시 채권자의 자주적인 태도결정에 해당하고, 합의배당에 준하여 그 배당결과에 ‘법률상 원인’이 없다고 볼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2) 대법원은 구 민사소송법 제605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배당요구 채권자는 매각기일까지 배당요구를 한 경우에 한하여 비로소 배당을 받을 수 있고, 비록 실체법상 우선변제청구권이 있더라도 적법한 배당요구를 하지 않아서 그를 배당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배당표가 작성되어 배당이 실시되었다면 그가 적법한 배당요구를 한 경우에 배당받을 수 있었던 금액 상당의 돈이 후순위 채권자에게 배당되었다고 하여 이를 법률상 원인이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하였다(대법원 1998. 10. 13. 선고 98다12379 판결, 대법원 2005. 8. 25. 선고 2005다14595 판결 등 참조). 또한 대법원은 근저당권자가 경매신청서에 피담보채권 중 일부만을 청구금액으로 기재하여 담보권의 실행을 위한 경매를 신청한 후 그대로 경매절차를 진행시켜 경매신청서에 기재된 청구금액을 기초로 배당표가 작성·확정되고 그에 따라 배당이 실시되었다면, 신청채권자가 청구하지 않은 부분의 해당 금원이 후순위채권자들에게 배당되었다 하여 이를 법률상 원인이 없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대법원 1997. 2. 28. 선고 96다495 판결, 대법원 1998. 7. 10. 선고 96다39479 판결 등 참조).



대법원은 배당요구의 종기까지 배당요구를 하지 않은 채권자나 경매신청서에 피담보채권 중 일부만을 청구금액으로 기재한 채권자의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배척하고 있는 데, 이와 달리 배당이의 등을 하지 않은 채권자의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허용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일관되지 않다. 앞서 본 대법원 판례도 채권자가 배당요구를 하지 않았거나 채권의 일부만을 청구금액으로 기재한 경우와 같이 당사자의 의사에 기인한 사정으로 인해 실체관계와 달리 배당이 실시되었음에도 그러한 배당결과에 대해 ‘법률상 원인’을 인정하였다. 배당이의 등을 할 것인지 여부도 배당요구나 일부청구에서와 마찬가지로 채권자의 의사에 맡겨져 있으므로, 배당이의 등의 경우만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 특히 경매 진행사실 자체를 알지 못하였거나 법률의 부지 등으로 인하여 배당요구를 하지 못한 채권자보다 배당기일 통지를 받고도 출석하지 않은 채권자나 배당기일에 출석하였음에도 이의하지 않은 채권자 등을 더 보호하는 것은 형평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라. 종래 대법원 판례를 유지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없다.



(1) 일반적으로 배당절차에는 다수 채권자들이 경합하는 경우가 많고, 배당금이 모든 채권을 만족시키기에 부족하여 배당절차에서 충분히 만족을 받지 못하는 일반채권자들이 다수 발생하게 되는데, 종래 대법원 판례대로라면 배당기일에서 이의를 하지 않은 채권자도 그 채권의 소멸시효(통상 10년)가 완성되기 전이면 언제라도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민사집행사건기록의 보존기간은 ‘배당의 실시(지급 또는 공탁)가 완료된 때부터 3년’이므로(재판서·사건기록 등의 보전에 관한 예규 제2조 바목 및 별표 참조), 적어도 기록보존기간이 경과한 이후의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에서 소송당사자들은 모두 불충분한 증거와 그로 인해 불명확한 법률관계를 감수해야 한다. 또한 배당결과는 다수의 채권자들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채권자 한 명의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허용하면 연쇄적으로 다른 채권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는 배당절차가 종료된 이후에도 장기간 그 배당과 관련한 법률관계를 불안정한 상태에 놓아두게 된다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2) 현행 민사집행법상 배당에 참가한 채권자가 권리관계나 순위 등을 확인하고 배당이의 여부를 결정하는 데 필요한 배당표원안의 열람기간이 최대 3일에 불과하고(제149조 제1항), 배당기일부터 1주 이내에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하고 그 증명서류까지 집행법원에 제출해야 하므로(제154조 제1항, 제3항), 배당에 참가한 채권자가 실체적 권리관계의 존부, 액수와 순위 등을 정확하게 판단하기에는 너무 짧은 기간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시간과 정보의 제약을 받는 배당실무상 배당이의 등을 하지 않은 채권자의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전면적으로 봉쇄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실체적 배당금 수령권의 존부는 최종적으로 배당이의소송 등을 통해 판단될 수밖에 없고, 집행절차 내에서는 아무리 충분한 시간과 정보를 제공하더라도 그 확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배당이의 등을 하지 않은 채권자의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제한하는 데 위와 같은 사정이 결정적인 장애사유가 될 수 없다.



(3) 배당이의 등을 하지 않은 채권자의 부당이득반환 청구가 제한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 채권자가 배당표에 대하여 이의를 하여 다툴 수 있는 절차적 보장을 받았음을 전제로 하므로, 종래 대법원 판례를 변경하더라도 채권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법해석이라고 할 수 없다. 가령 채권자가 적법한 배당기일 통지를 받지 못하였거나 다른 채권자의 기망이나 강박에 의하여 이의하지 못한 경우 또는 채권자가 책임을 질 수 없   는 사유로 배당기일에 출석할 수 없었던 경우에는 채권자가 이의할 기회 자체를 부여받지 못하였으므로, 채권자의 부당이득반환 청구가 허용될 수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적법한 절차의 보장을 전제로 한다면, 배당기일에서 나타난 채권자의 자주적인 태도결정(배당기일 불출석, 배당이의 미진술 등)을 객관적 요건으로 하여 배당절차의 조속한 확정, 집행제도의 안정 및 효율적 운영과 같은 더욱 중요한 공익을 보호하기 위해 채권자의 권리행사를 일정 부분 제한하는 것을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



마.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허용할 수 없는 이유를 종합적으로 정리하여 본다.



(1) 배당이의 등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은 채권자가 스스로 배당이의 등을 하지 않아 배당표가 확정되고 배당절차가 종료되어도 그 배당절차에서 배당받은 다른 채권자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하는 것이 가능한지는 부당이득반환제도의 실체법적 측면만이 아니라 집행제도와 배당절차의 절차법적 측면을 함께 고려하여 결정할 문제이다.



(2) 앞서 본 구 민사소송법 당시 대법원 판례는, 비록 실체법상 우선변제 청구권이 있더라도 적법한 배당요구를 하지 않으면 배당을 받을 수 없고 배당받은 다른 채권자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할 수도 없다고 하여 집행절차와 배당절차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위한 획기적인 조치를 취하였다. 그 후 제정된 민사집행법은 배당요구의 종기를 더 앞당기고 배당에 관한 분쟁이 집행절차 내에서 종결되도록 함으로써 배당절차를 조속히 확정하여 집행제도의 안정을 꾀하고 있다. 그러므로 민사집행법 제155조에서 명시적으로 규정한 채권자가 아닌 채권자의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널리 허용하는 것은 민사집행법의 문언과 입법취지 및 관련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반한다.



(3) 민사집행법은 배당기일에서 ‘이의한’ 채권자가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하여 실체적 권리관계를 다툴 수 있도록 하고 있고, 배당이의의 소 이외의 방법으로 실체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경우를 규정한 민사집행법 제155조도 그 권리행사 주체를 ‘이의한 채권자’로 한정하고 있다. 민사집행법의 위 규정 내용과 전체적인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배당이의 등을 하지 않은 채권자의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



(4) 배당이의 등을 하지 않은 채권자의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제한하더라도, 채권자는 그 배당절차로 형성된 권리관계에 대해서만 자신의 실체법상 권리실현이 제한될 뿐, 그 권리에 기초하여 채무자의 다른 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 등을 할 수 있으므로 진정한 권리자가 부당하게 희생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채권자가 배당이의 등을 하지 않아 그 배당절차에서 다른 채권자가 그 몫을 배당받는 경우에도 다른 채권자는 자기 채권   의 범위에서 배당금을 수령한 것이므로 이를 법률상 원인이 없는 부당이득이라고 할 수도 없다. 따라서 민사집행법이 마련한 일련의 절차를 모두 거쳐 확정된 배당결과에 대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손쉽게 뒤집을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소송경제에 부합하고 배당절차의 불안정으로 인한 혼란을 막는 길이다.



(5) 민사집행법 제155조의 규정과 아울러 배당절차에 관한 민사집행법의 규율 태도, 배당이의 등을 하지 않은 채권자의 부당이득반환 청구에 관한 실체법적 측면과 절차법적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배당이의 등을 하지 않은 채권자의  배당절차 종료 후 부당이득반환 청구는 불허함이 타당하다.



바. 이 사건에 대하여 살펴본다.



(1) 원심은, 원고가 2012. 8. 17. 배당기일에 출석하고도 배당표에 대해 이의하지 않았으나 피고는 위 배당기일에서 이의한 후 현대상호저축은행에 대한 배당이의소송에서 화해권고결정에 따라 이 사건 배당금을 수령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원고가 배당이의를 하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피고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할 수 있음을 전제로, 피고가 배당받은 이 사건 배당금 중 6순위 일반채권자들의 채권액 비율에 따른 원고에 대한 안분액 99,733,514원은 원고에게 반환되어야 할 부당이득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원고가 배당기일에 출석하고도 배당표에 대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이상 배당절차가 종료된 이후에 다시 자신에게 배당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내세워 피고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 청구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원고의 부당이득반환 청구의 소를 받아들여 피고에 대해 일정한 금액의 지급을 명한 원심의 판단에는 배당이의 등을 하지 않은 채권자의 부당이득반환 청구 허용 여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결국 원심판결은 파기되어야 한다.



(3) 이 사건에서 피고가 배당기일에 출석하여 이의하고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하여 적극적인 소송수행을 함으로써 화해권고결정을 받아 이 사건 배당금을 수령한 것은 민 사집행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자신의 권리 일부를 되찾은 것이다. 피고는 수고와 비용을 들여 자신의 권리를 찾은 것뿐인데, 배당절차와 배당이의소송이 모두 종료된 다음, 뒤늦게 원고가 제기한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의 상대방이 되어 위와 같은 권리회복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았던 원고에게 그의 몫에 해당하는 금액을 돌려주어야 하고 그로 인한 소송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더욱이 피고는 원고 외의 다른 6순위 일반채권자들(이 사건에서는 제네시스유동화전문 유한회사, 주식회사 케이알앤 씨, 중소기업 협동조합 중앙회가 이에 해당한다)로부터 장기간(10년의 소멸시효 기간)에 걸쳐 위와 같은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을 다시 제기당할 위험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이는 이 사건 배당절차에서 이루어진 배당기일의 진행, 배당표의 확정과 실시 등과 같은 일련의 절차와 이를 위해 집행법원과 절차 참가자들이 들인 수고와 노력을 무위로 만들고 소송경제에도 반하는 부당한 결과가 됨은 다언을 요하지 않는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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