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만남, 외교적 교착으로 막 내리다
— 밴스, 합의 없이 "최선·최종 제안" 남기고 귀국
이슬라마바드 세라나 호텔. 일요일 이른 새벽, JD 밴스 부통령이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 재러드 쿠슈너 대통령 고문을 양옆에 거느리고 연단에 섰다. 세계가 숨죽이며 기다리던 그 발표는 불과 4분 만에 끝났다. 21시간에 걸친 협상 끝에 밴스는 합의 도달에 실패했음을 공식 확인했다.
"나쁜 소식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미국보다 이란에 훨씬 더 나쁜 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밴스는 워싱턴행 비행기에 올랐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미·이란 직접 대화는 공동 성명도, 합의 문서도 없이 미국 측의 일방적 최후 통첩과 함께 막을 내렸다.
배경: 6주간의 전쟁과 불안한 휴전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규모 연합 공습을 개시했다. 이 작전으로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사망했고, 핵 시설과 군사·정부 시설 다수가 파괴됐으며 상당수 민간인 피해가 발생했다. 이란은 이스라엘과 중동 내 미군 기지, 미국 우방국들을 향해 탄도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 응수하는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을 전면 봉쇄해 세계 에너지·상품 시장에 충격파를 안겼다.
40일간의 교전 끝에 파키스탄이 튀르키예,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와 공조해 중재에 나섰고, 4월 8일 2주간의 휴전이 성사됐다. 이슬라마바드 회담은 이 불안한 휴전을 항구적 정치 합의로 전환하기 위한 자리였다. 그러나 휴전 이후에도 이란의 해협 통제는 지속됐고, 이전에 하루 100척 이상이 통과하며 세계 원유 교역량의 약 5분의 1을 담당했던 이 수로를 통과한 선박은 휴전 이후 불과 12척에 그쳤다.
협상단 구성: 비대칭 대결
미국은 밴스 부통령을 수석대표로 위트코프 특사, 쿠슈너 고문, 앤드루 베이커 국가안보 부보좌관, 마이클 밴스 아시아 담당 특별보좌관을 포함한 약 300명 규모의 대규모 대표단을 파견했다.
이란은 의회 의장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와 외무장관 아바스 아라그치를 공동 수석대표로 70여 명의 협상단을 구성했다. 이란 대표단은 하메네이를 비롯한 전사자들에 대한 애도의 표시로 전원 검은 옷을 입고 입장했으며, 전쟁 첫날 미군 공습으로 희생된 초등학생들의 신발과 가방을 함께 가져왔다. 갈리바프는 이슬라마바드 도착 직후 이란 국영매체에 이렇게 말했다.
"우리에게 선의는 있습니다. 하지만 신뢰는 없습니다. 미국과의 협상이 언제나 실패와 약속 위반으로 끝났던 경험 때문입니다."
지역 관계자들에 따르면 협상의 간접 촉진을 위해 중국,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대표들도 이슬라마바드에 자리했다.
협상 경과: 3라운드, 다중 형식의 마라톤 협의
본 협상에 앞서 양측은 파키스탄 샤바즈 샤리프 총리와 각각 개별 면담을 가졌다. 알자지라 중재 소식통은 당초 양측이 별도 공간에서 중개자를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는 '근접 협상' 방식으로 계획됐던 회담이 파키스탄 조정자들이 동석한 가운데 직접 대면 대화로 전환됐다고 전했다.
밴스는 협상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최소 여섯 차례 통화했으며,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헥세스 국방장관,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브래드 쿠퍼 중부사령관과도 수시로 협의했다. 핵심 쟁점은 세 가지로 압축됐다.
① 호르무즈 해협 주권
이란은 협상 중재자들에게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완전한 주권, ▲침략국의 전쟁 배상, ▲동결 자산의 무조건 해제, ▲서아시아 전역의 항구적 휴전 등 4개 항을 '비협상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와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미군이 해협 기뢰 제거 작전에 착수했으며, 이란의 기뢰 부설 선박 28척 전부가 격침됐고 이란의 해군력·방공망·공군력이 사실상 소멸됐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이를 명백한 휴전 위반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② 핵 비확산 — 협상 결렬의 핵심 원인 —
이것이 최종 파국의 결정적 분기점이었다. 밴스는 회견에서 이렇게 못 박았다. "핵심은 명확합니다. 우리는 이란이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그리고 핵무기를 신속하게 획득할 수 있는 수단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확약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미국 대통령의 핵심 목표이며, 이번 협상을 통해 달성하고자 했던 바입니다." 미국의 15개 항 제안은 핵무기 포기, 고농축 우라늄(60% 농축) 물리적 이전, 재래식 방위 역량 제한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③ 레바논·헤즈볼라 변수
이란 대통령 마수드 페제시키안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지속 공습을 협상 내내 최대 긴장 요인으로 지목하며, 미국과 제3국들이 이스라엘을 압박해 공습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레바논이 현행 휴전 협정의 적용 범위 밖에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최종 결과: "최선·최종 제안"을 남기고 결렬
밴스는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우리의 레드라인이 무엇인지, 어디서 양보할 수 있고 어디서는 양보할 수 없는지를 최대한 명확하게 밝혔습니다. 그런데도 이란은 우리의 조건을 수용하지 않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이어 "우리는 이곳을 매우 단순한 제안, 즉 우리의 최선이자 최종 제안을 남겨두고 떠납니다. 이란이 수용할지 지켜보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2주간의 휴전이 만료된 이후의 행보나 휴전 연장 여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었다.
이란 측 언론들은 협상 결렬의 책임을 미국의 "과도하고 비현실적인 요구"에 돌렸다. 그러나 파키스탄 측 고위 관계자 두 명은 "대표단 수석들 간의 후속 협의가 일정 휴식 후 재개될 것"이라고 밝혀, 파키스탄이 아직 외교적 노력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국제사회의 반응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란의 페제시키안 대통령에게 협상을 통해 "지속적인 긴장 완화"를 달성하고 지역 안보를 보장하는 포괄적 합의를 도출해 줄 것을 촉구했으며,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자유 복원을 핵심 요건으로 강조했다.
러시아는 모든 당사자에게 자제를 촉구하며 협상을 저해할 수 있는 행동을 삼가는 "책임 있는 접근"을 요구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대다수 국가가 이번 외교적 과정을 지지한다며 파키스탄 중재 하의 미·이란 협상 성공에 기대를 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정보기관이 중국의 대이란 방공 시스템 공급 준비 정황을 포착했다는 보도와 관련, 중국이 실제로 이란에 무기를 지원할 경우 "큰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의 대이란 군사 지원 가능성은 미국의 대이란 강압 레버리지를 직접적으로 잠식하는 요인으로, 협상 환경을 한층 복잡하게 만드는 지정학적 변수로 부상했다.
교황 레오 14세는 전쟁 발발 이후 가장 강도 높은 공개 발언을 통해 이번 전쟁을 촉발한 "전능에 대한 오만한 망상"을 강하게 규탄했다.
향후 전망: 휴전 시계는 째깍거리고 있다
이슬라마바드 회담은 기본 합의 틀조차 도출하지 못한 채 결렬됐다. 이는 만료를 며칠 앞둔 2주간의 휴전을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로 내몰고 있다.
협상 결렬의 구조적 원인은 뚜렷하다. 이란의 완전한 핵 무장 해제를 요구하는 미국의 비타협적 입장은, 우라늄 농축권이 주권적 권리라는 이란의 주장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관할권 주장은, 항행의 자유를 국제법적 원칙으로 고수하는 미국 및 동맹국들의 입장과 근본적으로 양립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스라엘의 레바논 군사작전은 이란이 언제든 협상 결렬의 명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영구적 교란 변수로 작동하고 있다.
밴스의 돌연한 이탈 — 4분짜리 기자회견에 이은 즉각적인 귀국행 — 은 그 자체로 하나의 메시지다. 이란 측이 미국의 "최선·최종 제안"을 진정한 협상의 출발점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굴복을 강요하는 최후통첩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앞으로의 며칠이 새로운 협상의 국면을 열 것인지 아니면 전면 교전 재개로 이어질 것인지가 결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어조를 유지했다. "어떻게 되든 우리가 이깁니다. 우리는 그 나라를 완전히 무력화했습니다." 그러나 이 자신감이 지정학적 현실을 반영하는 것인지, 아니면 국내 정치적 수사에 그치는 것인지는 앞으로 2주가 판가름할 것이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가장 중대한 미·이란 직접 외교의 첫 장은 해결 없이 닫혔다. 이슬라마바드의 긴 밤이 남긴 것은 합의가 아닌 질문이다 — 다음 장이 열릴 것인가, 아니면 전쟁이 다시 시작될 것인가.
*본 기사는 CNN, NBC뉴스, ABC뉴스, 악시오스(Axios), 알자지라, 폭스뉴스, AP통신, TRT월드의 보도와 이란 타스님 통신·IRIB, 파키스탄 총리실 공식 성명, 이슬라마바드 회담 관련 공개 자료를 종합하여 작성됐습니다. (현지 시각 2026년 4월 12일 오전 6시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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