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
협상 테이블 너머에서 유통되는 여섯 가지 대안적 해석
2026년 4월 12일, 이슬라마바드에서의 21시간의 마라톤 협상 끝에 미국과 이란의 평화 회담이 최종 결렬됐다. JD 밴스 부통령은 기자회견장에서 "이란이 우리의 조건을 수용하지 않기로 선택했다"고 밝힌 뒤 에어포스2에 올랐다. 이란 측 협상단은 검은 상복을 입고 회담장에 들어섰다. 핵 농축권 포기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둘러싼 간극은 끝내 좁혀지지 않았다.
주요 언론과 정부 발표가 이 협상 결렬의 표면적 원인을 보도하는 동안, 소셜 미디어와 대안 미디어 공간에서는 또 다른 이야기들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음모론의 영역에서 구조적 지정학 분석의 영역까지 — 그 스펙트럼은 넓다. 이 글은 그 주장들을 사실 확인과 함께 정리한다.
① "협상은 처음부터 가짜였다"
음모론 커뮤니티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공유되는 시나리오는 외교 자체가 위장이었다는 주장이다.
그 핵심 근거로 자주 거론되는 것은 지난 2월 27일, 즉 미-이스라엘 합동 공습 하루 전날의 사건이다. 당시 오만 외무장관 바드르 알부사이디는 "획기적인 돌파구가 마련됐다"고 선언했다. 이란이 농축 우라늄 비축 포기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완전 검증을 수용했다는 것이었다. 그는 "평화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다"고 말했다. 그 다음 날, 폭탄이 떨어졌다.
미국 군비통제협회는 이 시점에 대해 의미심장한 분석을 내놓았다. "3차 제네바 회담이 종료될 무렵, 트럼프는 이미 전쟁을 결정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란의 완전한 항복이 없었다면 어떤 협상 결과도 군사 공격을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 분석은 외교 트랙과 군사 공격 트랙이 동시에 가동되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오늘의 이슬라마바드 결렬을 같은 패턴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미국이 군사적 선택지를 이미 마련해둔 상태에서, 협상은 국내외 여론을 위한 외교적 절차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② "진짜 목적은 페트로달러 수호"
이 시나리오는 음모론의 경계를 넘어 포춘(Fortune),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류 경제 미디어도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
논리의 출발점은 1974년이다. 당시 헨리 키신저 미 국무장관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비밀 협정을 맺었다. 핵심은 단순했다 — 모든 원유는 달러로 결제한다. 이 '페트로달러' 시스템은 이후 50년간 미국이 막대한 재정 적자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강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숨겨진 엔진이었다.
그런데 이 시스템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2022년 러시아 제재 이후 러시아 원유 수출의 달러 결제 비중은 5%로 추락했고, 위안화가 67%를 차지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년 전 중국과 통화 스와프 협정을 조용히 체결하며 사실상 페트로달러와의 결별을 시작했다. 달러의 글로벌 외환보유고 비중은 1999년 71%에서 현재 57%로 25년 만의 최저치다.
이란은 여기서 결정적인 변수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위안화로만 통행료를 받겠다고 선언했다. 중국 국적 선박에만 통과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위안화 기반 새로운 에너지 질서의 교두보를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시각에서 보면, 핵무기 위협은 개전의 명분이고 진짜 전선은 통화 패권이다.
③ "이스라엘이 미국을 전쟁으로 끌어들였다"
개전 직후부터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확산된 서사다. 반유대주의 단체와 친이란 계정들이 주도하는 이 주장의 핵심은 '이스라엘 로비가 미국 외교정책을 장악했다'는 것이다.
반유대주의 방지연맹(ADL)은 "반이스라엘 세력들이 이번 작전을 '시온주의 전쟁 기계가 미국을 조종한 최신 사례'로 프레이밍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전략대화연구소(ISD) 분석에 따르면, 이란 국영 미디어와 서방 극우 계정들은 공습 수개월 전부터 이 서사를 조직적으로 증폭시켜왔다.
그러나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와 같은 주류 외교 저널은 음모론과는 다른, 구조적 차원의 비판을 제기한다. "이스라엘이 비밀 영향력으로 미국을 조종했다는 것이 아니다. 대국이 소국에게 무조건적인 안보 공약을 제공하면, 의제 설정 권한이 자동으로 소국에게 넘어가는 구조적 문제"라는 것이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개전 초기 "이스라엘이 공격을 결정했고 미국의 선택은 어떻게 따를 것인가뿐이었다"고 발언했다가 철회한 사례는 이 논의에 지속적으로 인용된다.
이 시나리오는 사실의 영역과 반유대적 편견이 혼재하는 복잡한 지형 위에 있다.
④ "우라늄 탈취 특수작전이 진짜 목표"
군사 전문 포럼과 일부 독립 저널리스트들이 주목하는 시나리오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HEU) 약 400킬로그램을 지상 특수부대를 투입해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작전 계획을 보고받았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전시 상황에서 전례 없이 어려운 작전"이라고 평가했다.
이 보도를 근거로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핵 능력 파괴가 아닌 핵물질 확보 자체가 이번 전쟁의 숨겨진 목표"라는 주장이 유통된다. 이란이 보유한 HEU가 협상 타결 후 어디로 향할 것인지에 대한 불투명성이 이 서사에 연료를 공급하고 있다.
⑤ "화석연료 기득권의 에너지 전환 저지전"
좌파 환경주의 미디어와 일부 학술 분석가들이 제기하는 시각이다. 이 논리의 구조는 독특하다.
현재 글로벌 에너지 전환(transition) 산업에 대한 투자는 이미 화석연료 투자의 두 배를 넘어섰다. 전기차는 처음으로 내연기관차 판매량을 추월했다. 유럽에서는 태양광이 화석연료보다 많은 전력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달러-석유 복합체가 지탱해온 미국 패권의 물질적 토대가 구조적으로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시각에서 이란 전쟁은 핵 비확산의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에너지 경제 질서에서 미국이 밀려나는 것을 막으려는 '전환기의 전쟁'이다. 트럼프가 "이란의 석유를 가져오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한 대목이 이 시나리오의 근거로 반복 인용된다.
역설적이게도, 이란의 걸프 국가 인프라 공격이 AI 데이터센터 건설 자금을 대던 걸프 투자자들을 흔들면서, 이 전쟁이 미국이 가장 공을 들이는 AI 버블까지 붕괴시킬 수 있다는 역설적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⑥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이 조작됐다 — 딥페이크 전쟁"
가장 급진적이고 검증이 어려운 시나리오다. 텔레그램과 X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 중이다.
BBC는 이라크 미군 기지 대규모 폭발 장면을 묘사한 AI 생성 딥페이크 이미지를 검증해냈다. 구글의 AI 탐지 도구로 분석한 결과, 실제 아르빌 국제공항 사진을 기반으로 인공 화염과 왜곡된 구조물이 합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시신처럼 묘사된 사진 역시 AI 생성물로 판명됐다.
음모론자들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공습 영상의 상당 부분이 조작됐으며, 실제 피해 규모는 알려진 것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X는 이미 AI 생성 전쟁 콘텐츠에 레이블을 달지 않은 계정을 수익 배분 프로그램에서 제외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 조치 자체가 오히려 음모론자들에게 "무언가를 숨기려 한다"는 근거로 역이용되고 있다.
결론 — 불신의 시대, 서사 전쟁
이슬라마바드 협상 결렬 이후, 이 여섯 가지 시나리오는 더욱 강력한 동력을 얻을 것이다. 공식 설명과 실제 사건 사이의 간극이 클수록, 대안적 서사는 그 틈을 채운다.
주목할 점은 스펙트럼의 넓이다. 반유대적 편견에 기반한 조작된 서사가 있는가 하면, 페트로달러 시스템의 구조적 균열처럼 주류 경제 분석가들도 진지하게 다루는 논점도 있다. 모든 대안적 주장을 음모론으로 일축하거나, 반대로 모두를 진실로 수용하는 것 모두 위험하다.
전쟁이 계속되는 한, 정보 전쟁도 계속된다. 그리고 가장 위험한 전장은 종종 스크린 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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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공개된 보도, 학술 분석, 그리고 소셜 미디어에서 유통되는 대안적 주장들을 종합·정리한 것입니다. 음모론으로 분류된 주장들은 사실로 확인된 것이 아님을 명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