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무엇을 말하고 있나
4월 10일, 이재명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 짧은 글을 올렸다. 이스라엘 군인들이 팔레스타인인의 시신을 건물 옥상에서 내던지는 영상을 공유하면서 "위안부 강제, 유대인 학살이나 전시 살해와 다를 바 없다"고 쓴 것이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홀로코스트를 경시하는 발언"이라며 강하게 항의했고, 국내 야당은 "외교 참사"라며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이 대통령은 물러서지 않았다. "끊임없는 반인권적 행동으로 고통받는 세계인들의 지적을 되돌아볼 만도 한데 실망"이라고 재차 비판했다.
이 사건을 둘러싼 국내 논쟁은 뜨겁다. 하지만 시선을 조금만 넓히면 더 큰 그림이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 국제사회가 이미 수년째 해오고 있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7월, 호주·캐나다·프랑스·영국·독일·일본 등 28개국이 공동 성명을 내고 "가자 전쟁은 지금 당장 끝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나라들은 모두 전통적으로 이스라엘과 가깝게 지내온 서방 우방국들이다. 그런 나라들이 "이스라엘의 인도주의 지원 방식은 위험하고 가자 주민의 존엄을 박탈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올해 들어서는 중동의 아랍 국가들도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월, 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요르단·UAE·카타르·터키 등 8개국 외교장관은 이스라엘이 서안지구 팔레스타인 땅을 이스라엘 국유지로 등록하고 유대인 이주민이 살 수 있도록 허용한 조치에 대해 공식 정부 문서를 통해 "불법 병합을 가속화하는 행위"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이들은 "이스라엘은 점령지에 대한 주권이 없다"고 못 박았다.
4월 초에는 이스라엘 의회가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수감자에게만 적용되는 사형제를 도입하는 법을 통과시키자 같은 8개국이 다시 공동 성명을 냈다. "아파르트헤이트보다도 나쁜 차별 제도"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가장 강경한 반응은 터키에서 나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4월 12일 "이스라엘에 군사 행동을 할 수 있다"고 공개 위협했고, 터키 외무부는 네타냐후 총리를 가리켜 "우리 시대의 히틀러"라고까지 불렀다. 터키 법원은 이스라엘 군인들이 지난해 가자로 향하던 구호 선단을 강제로 나포한 사건과 관련해 네타냐후를 포함한 이스라엘 관리 36명을 기소했다.
국제사법기관의 판단도 무겁다. 국제형사재판소는 이미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국제사법재판소에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제기한 집단학살 소송이 진행 중이고, 현재 18개국이 소송에 참가 의사를 밝힌 상태다. 독립적인 학술 연구기관인 막스플랑크 연구소는 이번 전쟁으로 숨진 가자 주민이 최대 12만6천 명에 달하며, 그 가운데 27%가 어린아이라고 추산했다.
물론 국제사회의 비판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솔직히 봐야 한다. 강한 성명을 낸 28개국이 이스라엘과의 무역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스라엘을 가장 강하게 비판해온 아일랜드와 스페인도 예외가 아니다. 아랍 국가들 역시 말과 행동 사이의 간극이 크다. 요르단은 전기 생산의 70% 이상을 이스라엘산 천연가스로 충당하고, 이집트도 에너지 면에서 이스라엘에 크게 의존한다. 이런 현실이 강한 비판 성명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제재로는 이어지지 않는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 방식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일부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인용한 것은 분명한 허점이다. 그러나 그 허점이 정작 중요한 질문, 즉 '지금 가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덮어버리는 데 쓰여서는 안 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 정책은 국제사회의 말만으로 무너지지 않았다. 비판이 실질적인 제재와 고립으로 이어졌을 때 비로소 변화가 시작됐다. 지금 세계는 이스라엘에 대해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다. 문제는 그다음 행동을 할 용기가 있느냐다.
*2026년 4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