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부터 시작한 맨발 걷기.
원래도 자연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마음만 있을 뿐 실행하기 쉽지 않았었는데, 맨발걷기로 한층 가까워졌다.
날이 따뜻해지면 다시 시작한 덕분에 벚꽃이며 산수유, 라일락, 개나리... 실컷 관람하는 기분이다.
다양한 꽃들이 우르르 만개해서 덕분에 텐션 올라가는 봄날이지만, 한 편으로는 시기가 다른 꽃들이 한 꺼번에 피어나니 환경 걱정에 고개를 갸웃도 해본다.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나즈막한 공원 같은 산에 자주 오른다.
그래도 산이라서 새 소리까지 감상하며 오를 수 있다. 삐-삐- 마치 피리를 부는 듯한 소리. 구르릉 거리는 산 비둘기 소리. 가끔씩 딱다구리 소리도 들린다. 세상에나... 책에서나 보던 딱다구리라니.
아무 생각 없이 자연의 소리에 취해 걷는 데만 집중해본다.
전환점을 삼아 앉아보는 벤치에서 보는 하늘은 나뭇가지 사이로 조용히 나를 응원해주는 듯하다.
나도 모르게 호흡이 편해지고 마음이 넓어진다.
내가 좋아하고, 내게 의미 있는 존재들이 떠오르는 시간이다.
이 시간과 공간이 소중하다.
맨발 걷기를 실행한 이유가 있으니, 아무래도 내가 본 효과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유난히 손저림이 심해서 주물러 주기를 재촉하며 가족들을 귀찮게 했었다.
이제는 거의 그 증상이 사라져서 우선 가족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니 기쁘다. 또 한 가지는 오래된 발바닥의 굳은 살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한 쪽 발에만 있어서 잘라내도 항상 다시 고대로 생겨나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똑 떨어져 나갔다. 얼마나 시원하던지.
요즘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여유 없이 지내다보니 대상포진이 또 생긴 듯 하다.
그래서 일단은 다 내려놓고 잘 먹고 쉬려고 한다.
그래도 맨발걷기는 포기할 수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