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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마존도 주목한 스타트업의 싹을 틔운 카카오

카카오벤처스 with 에이슬립 이동헌 대표

카카오벤처스는 수많은 스타트업 사이에서 좋은 씨앗을 가려내 이들이 양질의 토양에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울 수 있도록 돕는다. 기업 가치를 높여주는 전략을 펼치며 풍성한 열매도 맺게 한다. 2년 전, 카카오벤처스는 ‘에이슬립’이라는 가능성 있는 씨앗을 발견했다. 

우리는 좋은 잠으로 하루를 살아갈 에너지를 비축한다. 각종 바이러스와 스트레스의 공격도 스스로 이겨내는 힘, 즉 ‘자생력’이 생긴다. 에이슬립의 이동헌 대표는 일생에서 3분의 1을 차지하는 수면에 관련된 근본적인 솔루션이 아직 나오지 못했다는 것에 흥미를 느꼈고, 특히 선진국일수록 수면장애의 비율이 높아지는 문제에 대해 고민했다.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수면 진단의 신뢰도가 낮고, 사용자가 이용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여기서 비접촉 측정 및 인공지능을 활용한 수면 데이터 정량화에 도전했다. 2020년 6월 설립 후, 3개월 만에 카카오벤처스로부터 시드 투자를 받았다. 그리고 2년이 채 되지 않아 아마존을 비롯해 유수의 기업들이 주목하는 AI 헬스케어 스타트업이 됐다. 에이슬립의 싹을 틔운 카카오벤처스는 ‘필요한 미래를 앞당기는 개척자들의 든든한 파트너가 된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그 이면에는 아이디어를 현실화해 필요한 미래를 앞당기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는 믿음이 있다. 호기심, 맨땅에 헤딩하는 기질, 빠른 회복력, 포기하지 않는 집요함 등 개척자의 미덕을 두루 가진 이동헌 대표는 “카카오벤처스가 보여준 창업자에 대한 믿음이 버팀목이 됐다”라고 말한다.

카카오벤처스는 재무적인 투자 외에도 스타트업이 취약한 PR, 컨설팅, 네트워킹 강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그들이 지쳐서 포기하지 않도록 공감과 응원 등 정서적인 지원도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이렇게 차곡차곡 쌓인 초기의 자양분은 오랜 시간 기업이 버틸 수 있는 힘, ‘자생력’이 되고 있다. 


‘잠’을 창업 아이템으로 택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2020년 CES(세계가전전시회)에 참가했을 때, 헬스케어 부스에 유독 사람이 많았고, 특히 ‘슬립 테크(sleep tech)’가 눈에 띄었습니다. 수면 장애는 선진국일수록 심해지기 때문에 시장도 점점 커질 거예요. 그런데 기존 솔루션이 해결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수면 중 뇌파, 심박수 등을 측정하는 웨어러블 기기가 많이 있지만 잠을 잘 때 몸에 착용해야 하고, 분석 정확도도 높지 않았죠. 수면 진단을 제대로 하려면 병원에서 잠을 자며 센서 수십개를 붙이고 12시간 가까이 머물러야 하고요. 병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IT 기술과 접목해 가정으로 옮기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에이슬립의 솔루션이 다른 수면 진단 솔루션과 차별화되는 점은 무엇인가요?
일단 개인이 별도의 하드웨어를 사거나, 굳이 착용해야 하거나, 귀찮게 누를 필요가 없습니다. 스마트폰만 있더라도 가정에서 편하게, 하지만 신뢰도 있는 수면 분석 결과를 얻을 수 있어요. 더 정밀하게는 침실 내 와이파이 칩이 탑재된 가전들이 많은데, 그 안에 에이슬립의 소프트웨어만 심어져 있다면 가능합니다. 수면 영역의 인텔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먼저 ‘마이크 레코딩’ 기능을 활용해 호흡음을 사용해서도 신뢰도 있는 수면 진단이 가능하며, ‘와이파이’로 굴절 신호와 직진 신호의 차이를 잡아내 복부와 흉부의 움직임을 읽어내면 수면 중 질환들까지도 추정할 수 있습니다. 간단한 측정 방식이지만, AI 기술이 결합돼 분석 정확도가 월등히 높아집니다. 병원에서 3시간 이상 걸리는 분석 시간도 1분이면 충분하고요. 결과적으로 다양한 기업과 협업해 모든 수면 영역에 에이슬립이 ‘인사이드’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기업 활용 모델, 개인 다운로드 모델 등으로 확장할 수 있는 에이슬립 유니버스죠. 


선진국일수록 수면장애의 비율이 높은데, 근본적인 문제는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수면 진단의 신뢰도가 낮고, 사용자가 어렵기 때문이에요. 



벌써 에이슬립 유니버스가 태동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존과 국내 최초로 협업하는 스타트업으로 주목을 받았죠. 

최근 아마존이 공식 홈페이지에 에이슬립을 아마존 알렉사를 활용하는 주목할만한 스타트업이라고 직접 소개했습니다. 이미, 미국에서 인공지능 스피커 알렉사는 많은 사람들의 일상에 녹아있습니다. 알렉사를 통해 사람들이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에 산뜻하게 일어나면 좋겠다는 상상에서 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인공지능 스피커 알렉사에 탑재된 에이슬립 솔루션이 사용자의 수면을 측정해 기분 좋게 일어날 수 있는 시간에 알람을 울리고, 수면 결과도 알려주는 것이죠. 국내 굴지의 기업과도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해나가고 있습니다. 카카오벤처스의 연결로 협력 중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역시 인공지능 스피커 내 에이슬립 솔루션 탑재를 준비 중이며, MOU 체결도 앞두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코웨이, 삼성생명과도 에이슬립 솔루션을 활용한 협업을 진행할 계획이고요, 삼성전자와 같은 전자 기업들과도 협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데이터의 양과 질도 중요할 텐데요. 수면 데이터는 어떤 방식으로 수집하고 있나요?
국내 최고의 수면센터인 분당서울대병원과 협력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수면 데이터와 진단 결과를 가지고 있어요. 데이터는 토네이도와 같아요. 처음에는 천천히 모이다가 쌓일수록 데이터가 모이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추후 가정에서도 데이터를 모으게 되면 압도적으로 많아질 겁니다. 


대학병원과의 협업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원래 헬스케어 기업은 의학계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해요. 다행히도 수면은 규제에서도 자유롭고, 병원에서 오히려 가정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독려하는 분야였어요. 그런데 저희 기술을 설득하기 힘드니, 처음에는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병원의 니즈를 생각해 봤는데, 마침 개인화를 위한 AI가 의학계를 강타하고 있었습니다. 먼저 뇌파 분석을 AI로 돕는 연구를 통해 분당서울대병원과 협업해 의료진의 신뢰를 얻었습니다. 팀에 AI 전문가가 많기 때문이 가능했던 일이죠. 


사회 흐름과 니즈를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 같아요. 니즈를 파악하는 비결이 있을까요?
초기 멤버로 참여한 것까지 치면 벌써 4번째 창업이에요. 변호사와 의뢰인을 연결하는 플랫폼, 배터리의 남은 수명을 알아내는 AI 기술 등 여러 창업 경험을 통해 많이 배웠습니다. 해당 산업의 이해 관계자를 생각하지 못했고, 인터넷에 나온 기사들만 보고 시장을 판단하는 우를 범하기도 했습니다. 직접 발로 뛰어서 얻는 데이터의 소중함을 알았죠. 한 사람의 말만 믿지 않고,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있어요. 


창업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 또 도전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언제든 넘어질 수 있는데, 빨리 털고 일어나는 법을 배워야죠. 전 천성이 ‘공돌이’여서 모든 문제를 모델링하고, 수식으로 바꿔요. 항상 베스트와 워스트 케이스를 생각하죠. 그중 워스트가 되면, 거기에서 다시 베스트와 워스트를 떠올려요. 그렇게 계속 베스트로 가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마지막은 베스트가 돼요. 그리고 해당 선택이 최고의 선택이 되는 경우도 많았어요. 그래서 전 워스트의 결과도 실패했다고 보지 않아요. 변수가 발생하면 다음에 고려하면 되거든요. 포기하지 않고, 현재 상황에서 더 나은 방향으로 집요하게 노력하면 작은 성공을 이루고, 이러한 작은 성공들이 모여서 결국 앞으로 나아가게 되는 원동력이 되는 겁니다. 


카카오벤처스의 투자를 받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투자로 인해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카이스트 E*5(이파이브)라는 학생창업지원프로그램에 김기준 부대표님이 멘토로 참여하셨어요. 처음부터 선뜻 투자를 결정하신 것은 아니었어요. 여러 번 만나 설득했고, 결국 2020년 9월 카카오벤처스에서 3억 정도 투자를 받았습니다. 20곳을 만나야 겨우 투자를 받을까 말까 한 상황이었는데, 카카오벤처스가 그 물꼬를 터주었습니다. 카카오벤처스의 투자가 레퍼런스가 되니 다른 곳에서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죠. 


카카오벤처스에서는 에이슬립의 어떤 점에 매력을 느꼈다고 생각하시나요? ‘카이스트 석박사 출신’이 모였다는 점도 이점이었을 것 같아요.
우리를 구성하는 배경이니 전혀 영향이 없지는 않겠지만, 카카오벤처스는 기본적으로 학벌이나 스펙보다는 사람과 가능성을 보는 것 같아요. 카이스트 안에서만 하더라도 창업 기업이 엄청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에 차별성이 없기도 하고요. 당시 E*5(이파이브)에도 12개 팀이 나왔거든요. 카카오벤처스에서는 아무래도 저희의 집요함을 보신 것 같아요. 잘 안 풀려도 버티면서 시기를 기다려요. 가만히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하고요. 에이슬립은 그 과정을 반복하며 집요하게 버틸 수 있는 기업입니다. 



스타트업이 잘 굴러가기 위해 놓치지 말아야 할 요소가 있을까요? 

많은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기 위해 IR을 목표로 삼고 힘을 줘요. PR과 HR에 소홀하고요. 그런데 PR로 좋은 기업임을 대외적으로 알리면, 그게 또 HR로 연결이 되더라고요. 구성원을 잘 꾸리면 결국 투자가 따라오고요. 이 과정에서 카카오벤처스에서 받은 PR 지원도 큰 도움이 됐어요. 


카카오벤처스 투자과정에서 인상 깊었던 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재무적으로만 협력할 수도 있는데, 계속 개인적인 고민은 없는지 묻고, 공감해주셨어요. 사실 정체성을 잃고 헤매던 시기도 3~4개월 정도 있었는데, 그때도 정신적인 서포트를 해주셨어요. 카카오벤처스가 보여준 창업자에 대한 믿음이 버팀목이 됐어요. 지금도 여전히 든든한 지지자시죠.

 우리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생태계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비전과 가능성을 가진 팀을 믿고 도와주는 카카오벤처스는 본질에 충실한, 매우 좋은 투자사라고 생각해요. 어떤 팀이 ‘넥스트 카카오’가 돼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을지 모르거든요. 


비전과 가능성을 가진 스타트업을 믿고 도와주는 카카오벤처스는 본질에 충실한, 매우 좋은 투자사라고 생각해요. 어떤 팀이‘넥스트 카카오’가 돼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을지 모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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