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쉬운 카톡설명서 with 카카오 서비스마케팅 박은지, 피치마켓 김예은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보호자 분께서
"감사하다”고 하시면서 눈시울을 붉히시더라고요.
정말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카카오톡에 있는 많은 기능과 활용법을 담은 ‘카톡설명서’. 기존 기능은 물론이고 새로운 업데이트를 쉽고 빠르게 언제든 찾아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올해 4월을 기준으로 110개의 콘텐츠를 공개했으며, 1년여 만에 약 2,800만 명의 방문자와 9,100만 회의 콘텐츠 조회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채팅방 만들기나 사진 보내기처럼 기본적이라고 생각했던 기능도 누군가에게는 설명이 필요했다. 카톡을 사용하는 모두가 소외되지 않고, 어려움 없이 쉽게 쓸 수는 없을까? 카카오는 ‘정보 평등’이라는 미션을 가지고 시작한 비영리 사회적 기업 피치마켓과 손잡고, 발달장애인을 비롯해 시니어 등 배움에 어려움이 있는 ‘느린 학습자’들도 이해할 수 있는 ‘더 쉬운 카톡설명서’를 선보였다.
‘느린 학습자’라는 단어가 인상적인데요. 어떤 분들을 말하나요?
김예은 피치마켓은 ‘느린 학습자’를 ‘쉬운 글이 필요한 누구나’로 폭넓게 정의하고 있어요. 배움과 정보 습득이 어려워도 특성과 환경을 고려한 지원이 있다면 속도는 느리지만 누구나 학습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요. 발달장애인이나 시니어일 수도 있고,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카톡이 익숙지 않은 외국인처럼 어떤 영역에 낯선 초보일 수도 있어요.
‘더 쉬운 카톡설명서’의 주요 기능과 특징이 궁금해요. 기존 ‘카톡설명서’와는 어떤 점이 다른가요?
박은지 카톡설명서는 새로운 기능을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면, 더 쉬운 카톡설명서는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쉽게 차근차근 알아볼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가장 큰 특징을 말하자면, 쉬운 글과 큰 그림이죠. 첫 화면에서는 많은 기능을 한번에 보여주는 게 아니라, 3개 메뉴로 단순화했어요. 각자 상황에 따라 필요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요. 카톡의 다양한 기능 용어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용어사전을 따로 만들었고요. 그리고 사이트에서 콘텐츠를 읽기 쉽게 돕는 도구를 두어 확대하거나 축소해서볼 수 있고, 고대비 기능이 있어 저시력자분들도 편하게 보실 수 있게 했어요.
김예은 단순히 기능 사용법을 알려주면, 발달장애인은 어떤 상황에서 써야 할지 맥락을 파악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일상에서 있을 만한 상황을 이야기로 만들어, 그럴 때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구성했어요. ‘투표하기ʼ 기능의 사용법만 알려주는 게 아니라, 친구들과 만날 약속을 정할 때 시간이나 장소를 쉽게 정할 수 있는 상황을 같이 얘기하는 식으로요.
특수교사나 보호자, 그리고 발달장애인 당사자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셨다고요.
김예은 카톡의 기능 사용법 외에 대화 예절이나 안전한 사용 방법 등 주의 사항에 대한 니즈도 있었어요. 새벽 늦게 카톡을 보낸다든가, 카톡을 한 마디씩 지나치게 끊어 여러 번 보내 알림이 계속 울리게 한다든가, 불쑥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묻거나 본인의 개인정보를 노출하는 사례들이 있더라고요. 일상에서 카톡을 쓸 때 유용했거나, 반대로 어려웠던 상황을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
박은지 인터뷰 후에 소감을 나누는데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보호자 분께서 “이렇게 이야기를 듣고 노력해 주시는 자체만으로도 감사하다”고 하시면서 눈시울을 붉히시더라고요. 책임감을 느끼고 정말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외 어떤 부분을 더 신경 썼나요?
박은지 더 쉬운 카톡설명서가 필요한 분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사이트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전문가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고요. 불필요한 요소를 다 걷어내고 조금은 투박하더라도 크고 잘 보이는 구조로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조작의 어려움이 없도록 버튼 영역을 크게 잡았고, 클릭해야 하는 부분은 알기 쉽게 아이콘이 아닌 텍스트를 모두 넣었어요.
김예은 인지 능력이 부족한 발달장애인들은 긴 문장을 이해하기 어려워 문장을 짧게 써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분량이 길어지고 모바일에서는 가독성이 떨어지기도 하거든요. 내용이 쉬우면서도 모바일 화면에서 보기에 간결하게 쓰려고 노력했어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새롭게 발견한 것이 있나요?
박은지 부모님이 카톡을 어떻게 쓰고 계시는지 관찰하게 됐어요. 부모님이 톡을 어떻게 쓰는지, 이 기능은 아는지, 뭐가 어려운지 여쭤보고 알려드렸어요. 제가 카카오를 다니지만 지금껏 신경 쓰지 못했던 부분인데, 이번 기회에 계정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도록 2단계 인증도 해드렸어요.(웃음) 생각해보면 우리 부모님도 디지털 약자일 수 있어요. 우리 가족 중에 누구나, 한두 명은 디지털 약자가 있을 수 있다는 걸 모르고 있었던 것 같아요.
김예은 저도 잘 알지 못하는 카톡의 기능을 많이 발견하게 돼서 앞으로도 유용하게 쓸 것 같아요.(웃음) 바쁘게 일할 때 잘 모르고 넘어갔는데, 실제로 발달장애인이나 보호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가 하는 일이 의미 있겠구나’ 새삼 깨닫게 됐어요.
더 쉬운 카톡설명서가 어떤 사이트가 됐으면 하시나요?
박은지 뻔한 말이지만 백과사전 같은 존재가 되길 바라요. 디지털에 익숙지 않은 부모님께서 카톡 사용법을 자녀에게 물어보시는 일이 많을 텐데, 이럴 때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사이트가 되면 좋겠어요. 카카오톡 더보기 하단으로 쉽게 들어갈 수 있으니 카톡하다 궁금한 게 생겼을 때 찾아주셨으면 해요.
김예은 디지털 약자나 느린 학습자분들이 “맞아, 이런 상황에서 이 기능을 쓸 수 있지!”하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천천히 카톡 사용법을 알고 일상에서 잘 쓰실 수 있도록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