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날, 세 번째 이야기
* 일요일 저녁의 오사카 - 오사카 지하철
숙소로 돌아와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어제 그리고 오전에 너무 열심히 걸어 다녀 다리가 너무 아팠기 때문입니다. 한 시간쯤 쉬고, 다시 씻고 나와 오사카역, 우메다역으로 향했습니다.
오래간만에 와보는 우메다역은 여전히 사람들로 넘쳐났습니다. 우선 한신백화점에 가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데, 나오라는 한신백화점은 안 나오고 한큐백화점만 나옵니다. 돌아 돌아 한신백화점에 도착해 한신 타이거즈샵에 갔습니다. 한신 모자를 꼭 사고 싶어서 일부러 찾아갔지만 전날 고시엔에서 본 것보다 훨씬 빈약한 모습을 보고 바로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한신백화점에서 나와 한큐백화점으로 향했습니다. 이번에는 한큐백화점이 안 보입니다. 왔던 길을 더듬어 겨우 찾아 식당가로 향했습니다. 돈가츠를 정말 좋아해 괜찮은 돈가츠 식당을 찾던 중 한큐백화점에 맛있는 돈가츠 집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찾아갔습니다. 조금 이른 시간이었지만 신기하게도 배가 고파졌기에 바로 돈가츠 식당 '혼카츠기'에 들어갔습니다. 160g 히레가츠와 빠질 수 없는 생맥주를 시켰습니다. 헌데, 나오라는 맥주는 안 나오고 이상한 술을 받았습니다. 이걸 어떻게 이야기하지 잠깐 고민했지만 용기를 내어 짧은 일본어와 바디랭귀지를 통해 다시 원하던 생맥주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돈가츠도 나왔고, 맛있게 먹었습니다. 인생돈가츠까지는 아니었지만 한국에서 먹어본 다른 돈가츠와 확연히 다른 본토의 돈가츠 맛이었습니다.
배부르게 먹고 오사카 쇼핑에 나섰습니다. 이번에는 우메다 다이마루 백화점에 있는 포켓몬 센터에 갔습니다. 잠만보 인형을 사려고 갔는데 전혀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잠만보를 별로 좋아하지 않나 봅니다. 아쉬운 걸을을 뒤로 하고 지하철을 타고 덴덴타운으로 향했습니다. 덴덴타운에 가는 여러 목적이 있겠지만 이번 목적은 '신장서점'이었습니다. '성진국'이라고 이야기하는 일본의 AV문화를 직접 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있었습니다.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구경하면서 내려오는데 정말 신기한 것들 투성이었습니다. 그중 제일 신기한 건 AV를 대하는 일본 사람들의 태도였습니다. 쭈뼛쭈뼛, 힐끔힐끔 구경하고 지나치기 바쁜데, 이들은 정성 들여 보고 고르고 또 고르는 모습이었습니다. 마치 정말 좋은 영화를 고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과 비슷해 보였습니다.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난바역을 지나 도톤보리를 거쳐 신사이바시까지 걸으며 오사카를 구경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빌리지 뱅가드'라는 서점입니다. 'Exciting Book Store'라는 간판 속 글귀에 맞게 정말 익사이팅한 공간이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기에 서점이라는 공간은 책이 있는 공간으로서 기능합니다. 다른 것이 있다고 해도, 공간이 나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강남 교보문고에 가보면 책은 한쪽에 있고, 음반은 음반대로, 필기구는 필기구대로 끼리끼리 모여 있습니다. 하지만 빌리지 뱅가드에서는 모든 게 한 곳에 뒤섞여 있습니다. 책 옆에 옷이, 책 옆에 맥주가, 책 옆에 장난감이 있습니다. 여기가 서점인지, 돈키호테인지 구분이 잘 안 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습니다. 뭐가 나올지 모르는 공간이기에 구석구석 찾는 재미가 있습니다. 뜬금없는 게 나올 때면 혼자 피식하고 웃을 수 있는 공간입니다. 딱딱한 서점이 아니라 웃으며 즐길 수 있는 서점입니다.
신사이바시에서 다시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오늘도 역시 마지막은 맥주와 함께! 오늘은 무려 22Km를 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