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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긴 혼잣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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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ty noodle Jul 02. 2024

당신의 행복을 말해주세요

각자의 정의

행복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그리고 현재 그 행복을 이루셨나요?

   

행복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항상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몇 해 전이었다. 선선하고 햇빛 좋은 가을이었고 나는 한강에서 혼자 산책을 하고 있었다. 내 시선 끝에는 강물 위에서 금빛으로 반짝거리는 윤슬이 보였고, 중간쯤에는 억새가 바람에 하늘하늘 나부끼는 것이 보였다. 그 순간 이어폰에서는 검정치마의 everything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 순간 정말로 ‘와, 행복하다’라고 소리 내서 말했다. 꿈 속이나 영화 속에 있는 기분이었다.

나는 사실 행복이 헤픈 사람이다. 행복에 대한 역치가 낮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인지 행복을 경험하고 손에 넣는 일이 자주 있다. 혼자서 느낀 적도 있었고, 친구나 연인 또는 낯선 타인과 함께 공유한 적도 있고, 어쩌면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과 함께 경험한 적도 있었을 거다.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한 계절을 온전히 느끼는 일처럼 사소한 행복부터, 마음과 생각을 담아 쓴 글을 모아 혼자서 디자인하고 편집해서 독립출판물로 찍어냈을 때와 같이 커다란 행복까지. 앗, 쓰고 보니 예시로 든 것들은 모두 혼자서 느낀 행복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건 아마 혼자 경험한 행복이 타인과 공유된 행복의 빈도와는 비교할 수도 없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일 테다.

나의 행복은 크기도 형태도 너무나 다양하고 뚜렷한 규칙이 없는 경우도 많아서 한 마디로 무엇이라고 정의하기는 어렵다. 다만 그것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대체로 다른 누구가 아닌 자연스러운 나로 존재하며 마주한 ‘현재’가 고스란히 담긴 순간이라는 거다. 이 질문에 답하고 있는 나의 현재는 너무 빠른 속도라서 “그리고 현재 그 행복을 이루었는가?”라는 질문에는 아니라고 대답해야겠다. 지금 나는 딱히 불행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와! 행복하다! 하는 순간을 마주하고 있지 않으니까.

하지만 분명한 것은, 조만간 게다가 몇 번이나 내가 ‘현재’ 행복한 사람일 것이라는 사실. 만약 내가 평균 수명을 다 채우고 이곳을 떠난다면, 죽기 전까지 몇 백 번 아니 몇 천 번은 ‘현재’ 행복한 사람으로 존재하는 순간들이 있을 거다. 만약 그 순간 현재 행복을 이루었냐는 이 질문이 떠오른다면 혼잣말으로라도 “네!”라고 대답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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