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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사주 Feb 10. 2017

공유경제, 얻을 수 있는 건 부스러기뿐이다?

지금, 여기 있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이슈들

최근 IT기술을 기반으로 한 공유경제가 각광받고 있습니다. 지금의 경제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나름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공유경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는 않습니다. 공유보다 이익이 우선이고, 탈세와 노동 착취 문제가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뉴스의 배경>은 공유경제의 의미와 논란을 되짚어보고자 합니다.



공유경제Sharing Economy 생산품 하나를 여럿이 나눠 쓰는 경제활동


자동차, 빈방, 가구, 사무실 등 가지고 있는 물건 중 활용도가 떨어지는 것을 타인과 공유함으로써 자원 활용을 극대화하는 경제활동이다. 소유자는 효율을 높이고, 구매자는 싼 값에 이용할 수 있다. 


공유경제라는 말과 개념은 2008년 하버드대 법학과 로렌스 레식 교수에게서 나왔다. 당시 미국 사회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로 인해 정치·사회적으로 큰 충격에 빠져 있었다. “누구나 노력하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던 자본주의의 오랜 약속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1퍼센트 특권층이 99퍼센트 부를 독점한 현실은 그 자체로 자유민주주의의 허구성을 폭로했다. 인류를 비약적 발전으로 이끈 대량생산 체제와, 이를 기반으로 한 근대 자본주의 시스템은 회의에 부쳐질 수밖에 없었다. 


접근이 소유를 이긴다


공유경제는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했다. 레식 교수는 상업경제(commercial economy)의 대척점에 공유경제를 놓고 “문화에 대한 접근이 가격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에 의해 규정되는 경제양식”이라고 정의했다. 구체적인 모델로는 다함께 만드는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를 들었다. 


2001년 미국 인터넷 사업가 지미 웨일스가 처음 개설한 위키피디아의 핵심은 불특정 다수가 아무 보상 없이 작업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나 접근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 산업의 발달이 이 조건을 충족시켰다. 대중이 위키피디아로 유입되는 동인은 이와 같은 접근 가능성과 공동의 유익이며, 그로써 얻는 것은 뿌듯함뿐이다(생산물은 무료로 배포된다).1 

이것이 상업경제와 공유경제를 가르는 결정적 차이다. 상업경제의 목적이 경제적(금전적) 교환이라면, 공유경제의 목적은 사회적(비금전적) 교환에 있다. ‘접근이 소유를 이긴다’가 캐치프레이즈인 공유경제는, 시장의 한계를 극복해온 비시장 모델들을 염두에 둔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 이후 공유경제는 미국인들의 삶에 빠르게 침투했다. 거품이 꺼지자 사람들은 지금껏 자신이 별장, 가구, 명품 구두처럼 효율이 낮은 물건을 너무 많이 갖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이들은 부족한 현금 때문에 겁을 먹었고, 과도한 자산을 활용해 돈을 마련해야겠다는 경제적 자극을 받게 되었다.2 남는 방을 싼 값에 다른 사람에게 대여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 ‘에어비앤비’가 그런 경우다. 


샌프란시스코에 살던 브라이언 체스키와 조 게비아는 높은 월세에 허덕이다가, 살림살이에 얼마라도 보탬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자기 집 거실을 샌프란시스코 디자인콘퍼런스 참가자들에게 빌려주기로 했다. 이에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사진과 비용, 서비스 내용 등을 올리자, 비싼 호텔비가 부담스러웠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뜻하지 않은 반응에 고무된 두 사람은 자신들의 소소한 아이디어를 사업 모델로 확장, 2008년 에어비앤비를 출범시켰다. 


끊임없이 부딪히는 공유경제


2016년 현재 에어비앤비는 192개국 3만 5,000여 도시에 2만 5,000개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기업가치는 255억 달러로, 전 세계에 호텔과 리조트 체인을 두고 있는 하얏트(84억 달러)와 메리어트(159억 달러)를 가뿐히 뛰어넘는다. 이 과정에서 에어비앤비의 정체성은 공유경제에서 온디맨드경제 기업으로 바뀌었고, 새로운 사업 형태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각국의 법, 관습, 상업 시스템과 끊임없이 부딪혔다. 


빈방을 타인과 공유하여 낯선 사람들과 어울린다는 애초의 취지는, 돈을 벌 요량으로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빌려서 영업하는 ‘업자’들이 난입하며 퇴색했다. 정식 숙박업소로 등록하지 않고 영업을 하니 탈세는 당연한 일이 되었다. 개인끼리의 계약인 만큼 일이 틀어질 경우 보상 받기도 어렵고, 성폭력이나 인종차별에 노출될 위험도 높다. 하지만 에어비앤비 측은 이 같은 문제점들에 대해 “현지 사정과 법이 있기 때문에 관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밖에도 노동권, 노동환경 등을 놓고 갈등이 잇따르자, 2015년 오스트레일리아 노동당은 세계 최초로 ‘공유경제 기업 활성화를 위한 여섯 가지 조건’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1. 공유하려는 주된 자산이 본인 소유여야 한다. 
2. 새로운 서비스는 좋은 급료와 노동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3. 모든 이들은 공정한 세금을 내야 한다. 
4. 공공 안전을 위한 적절한 보호조치가 있어야 한다. 
5. 모두에게 접근권이 허용되어야 한다. 
6. 규칙에 따라 운영해야 한다.3 



온디맨드경제On Demand Economy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와 물품 등이 온라인이나 모바일 네트워크를 통해 제공되는 경제 시스템


운송 네트워크 회사 ‘우버’가 대표주자다. 얼마나 대표적인지 미국에서는 이런 시스템으로의 변화 자체를 ‘우버화(Uberization)’라고 한다. 개인과 개인이 중개인 없이 온라인 플랫폼에서 계약을 맺는다는 점, 남는 시간과 물건, 인력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언뜻 공유경제와 비슷하지만, 참여와 관리가 중앙 집중적이라는 점, 핵심 추동력이 사회적 동기가 아니라 수익과 가격신호라는 점에서 전혀 다르다.4 


우버는 복잡한 대도시, 샌프란시스코에서 택시 잡기에 곤욕을 치르는 사람들을 위해 고안되었다. 공유 차량 운전기사와 승객을 모바일 앱을 통해 중개하고 얼마간 수수료를 받는 시스템으로, 승객이 앱으로 택시를 예약하면 가까이에 있는 차량을 연결해주는 식이다. 2010년 6월 첫 서비스를 시작했고, 편리성과 안정성을 인정받으며 출시 4년 만에 37개국 140여 개 도시로 진출하는 등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2016년 현재 우버의 기업가치는 680억 달러로, 세계 스타트업 기업 중 1위다. 


공유경제가 아니라 부스러기 경제


공유경제 기업으로 출발해 온디맨드경제 기업으로 성장한 에어비앤비와 우버의 성공사례는 다른 업종에도 영감을 주었다. 집이나 자동차 같은 덩치 큰 영역은 물론이고 음식배달, 세탁, 장보기, 청소, 꽃배달, 선물 구매 같은 삶의 미시적인 부분들도 하나둘 우버화되기 시작했다. 이제 개인은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일상다반사를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기업은 온라인 플랫폼만 구축해 놓으면 인프라를 갖추거나 사람을 고용·관리하는 번거로움 없이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사이에 낀 노동자다. 


미국 클린턴 정부의 노동부 장관이자 UC버클리대 경제학 교수 로버트 라이시는, 2015년 2월 자신의 블로그에 “말이 공유경제지 사실은 부스러기경제(share-the-scraps economy)에 지나지 않는다”며 공유경제(를 가장한 온디맨드경제)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소비자들이 서비스와 재화를 이용하고 지불하는 요금 가운데 큰 몫은 수요와 공급을 연결해주는 소프트웨어 플랫폼 업체가 가져”5가는데도 “우버 같은 회사는 운전자에게 어떤 복지혜택도 제공하지 않는다. 사고가 나도 그 책임을 운전자 본인에게 지운다”는 것이다.  


‘고급 차를 많이 확보한 기업’ 이미지를 위해, 운전자들에게 값비싼 자동차로 업그레이드할 것을 강요하기도 한다. 돈이 부족해서 차를 사거나 빌릴 수 없는 사람에게는 후원사가 운영하는 서브프라임 대출을 권한다. 그렇게 번 돈은 고스란히 은행이나 렌트 업체로 흘러들어간다. 샌프란시스코의 한 우버 운전기사는 “차량을 대여해 우버 기사로 참여하고 있으며 번 돈으로 차량 렌트비를 내야 한다”고, 주변에 많은 우버 기사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영업하고 있다고 말했다.6 


우버화는 노동시장을 19세기로 퇴보시킬 것


수입은 회사가 챙기고 위험과 부담은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파렴치한 경영논리. 보통 기업이라면 노동법 위반으로 고소당해 마땅하지만, 우버의 경우 경제활동이 기존 법체계 밖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즉 불법이기 때문에 노동법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직접 고용을 하지 않으니 임금이나 노동안정성도 낮을 수밖에 없다. 전 세계 스타트업 1위 기업인 우버가 임금을 지불하는 사람은 1,500명. 나머지 노동자들은 노동법의 사각지대에서 저임금, 임시직, 낮은 복지수준을 감당해야 한다. 언제, 어디서, 누구나 접근 가능하도록 경계를 허물고 권력을 분산시킨 IT 기술혁명이 ‘수익과 통제, 권력의 집중화’를 위해 사용되는 현실. “우버화가 노동시장을 19세기로 퇴보시킬 것”이라는 라이시의 우려, 온디맨드경제를 ‘임시직 경제’라고 정의한 힐러리 클린턴의 비판 지점이다. 


이런 이유로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인도 등지에서는 우버나 에어비앤비 영업을 규제하고 있다. 한국은 ‘영업용 차량만 택시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운수사업법과 세금 탈루를 막겠다는 의지에 따라, 개인차량을 이용한 택시 서비스는 전면 금지한 대신 개인택시 서비스 ‘우버 택시’와 리무진 서비스 ‘우버 블랙’ 운영만 허용한 상태다. 


참고


1 이용자가 무료로 요리법을 공유하는 ‘오픈소스 푸드’, 무료로 운영되는 디지털 도서관 ‘인터넷 아카이브’, 저작권 보호기간이 지난 책을 무료 파일로 전환해 올리는 ‘구텐베르크 프로젝트’ 등도 공유경제의 좋은 사례다.

2 앨릭스 스테파니 저, 위대선 역, 차두원 감, 『공유경제는 어떻게 비지니스가 되는가』, 한스미디어, 2015.

3 한상기, 「공유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조건, 6가지」, 『TECH M』, 2015년 11월호.

4 요하이 벤틀러 저, 최은창 역, 『네트워크의 부』, 커뮤니케이션북스, 2015.

5 이민희, ‘알쏭달쏭한 ‘공유경제’... 혁신인가, 신기루인가?’, 오마이뉴스, 2015.12.17.

6 이성규,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공유경제 기업이 아니다’, 블로터, 2015.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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