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안진 교수의 「지란지교를 꿈꾸며」를 읽고

유안진 교수의 조용한 꾸짖음

by 박거행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유안진 교수의 글을 처음 읽었을 때 느꼈던 감정은 한마디로 ‘먹먹함’이었다. 다양한 말로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내겐 이 단어가 가장 적절했다. 친구에 대해 담백하고도 섬세한 그리움,

그 안에 담긴 따뜻한 바람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다.

글을 읽다 보면 작가의 진심 어린 바람과 함께, 독자에게 건네는 조용한 꾸짖음도 느껴진다.

“사람이 자기 아내나 남편, 제 형제나 제 자식 하고만 사랑을 나눈다면 어찌 행복해질 수 있으랴, 영원이 없을수록 영원을 꿈꾸도록 서로 돕는 진실한 친구가 필요하리라.”

이 문장에서 나는 작가가 전하고자 한 단단한 메시지를 읽었다. 조용하지만 단단한 꾸짖음은 나를 돌아보게 했다. 나는 얼마나 닫힌 사람이었나?

사람은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존재다. 어찌 보면 누구나 조금씩은 외롭다.

가끔 주위를 둘러보면, 가족에게만 유독 헌신적이고 다른 사람에게는 벽을 치는 이들을 보게 된다. 그런 사람이라고 해서 꼭 좋은 결말을 맞는 것도 아니었다.

가족과만 교감하며 사는 일이 위로가 될 수는 있겠지만, 타인에게 따뜻함을 기대하면서 스스로는 닫힌 마음을 유지한다면, 그건 어쩌면 매우 이기적인 태도일지도 모른다.

난 운이 좋게도 90년대 말에 이사 간 아파트에서 다섯 가족을 만났다.

그들과 20여 년이 넘도록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함께 기쁨을 나누고, 슬픔도 나누며 지내다 보니, 이제는 형제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일하고 흘린 땀을 마주하며, 때론 저녁을 함께 먹고, 차를 마시고, 여행을 다녔다.

최근에는 코로나 이후 못 갔던 여행을 함께 준비해 포천과 철원으로 1박 2일을 다녀왔다.

또 하나의 추억이 쌓였다.

사람은 결코 혼자만으로 설 수 없다.

삶은 어느 지점에서는 누군가의 손을 잡아야 한다.

그 손이 나를 끌어주기도 하고, 내가 흔들리지 않게 잡아주기도 한다.

‘지란지교’ 맑고도 고귀한 벗 사이의 사귐.

나는 그런 관계를 꿈꾼다.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마음으로 더 가까운 사람.

차 한잔이 어색하지 않은 사람. 김치 냄새조차 허물이 되지 않는 사람.

그래서 오늘도 나는, 언젠가 그런 사람이 내 곁에 있다면, 그 순간이 영원일지도 모른다고 믿을 것이다.

그런 친구를 기다리며,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