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끊기고 음악이 말을 대신하는 순간
♬ 당신이 물이라면 흘러가는 물이라면
사모하는 내 마음은 종이배가 되오리다…♬
이렇게 시작되는 노래로, 몇 년 전에 세상을 떠난 김태정이 1983년에 발표한 노래로 10여년 전에 우연히 알게 되었다. 트로트로 분류되는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김태정은 이 곡 이외에도 「백지로 보낸 편지」가 워낙 유명해서 잘 몰랐는데 아마도 중년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 같다.
이 노래는 내가 들었던 수많은 노래중에 처음으로 연주하는 악기에 관심을 가지게 했다. 바이올린이었는데 바이올린의 음색으로 작곡가는 짧지만 강렬하게 노래말이 전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표현했다. 네 박자씩, 여덟 박자로. 따다다단 따라라란!
나는 음악에 대해 무지한 사람이다. 음계나 겨우 아는 정도로 노래 감상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무지한 사람에게 감동을 준 것은 어떤 내용인가.
김태정의 「종이배」는 누군가를 향한 일방적인 헌신을 노래한다.
물 위를 유유히 떠가는 종이배처럼, 상대가 어디로 흐르든 자신도 그 길을 따르겠다는 말.
그렇게 불리워 지던 노래는 어느덧 1절이 끝나며,
말이 끊기고, 음악이 말을 대신하는 순간이 있다.
1절이 끝나고 이어지는 간주의 바이올린 연주는
이 노래의 진짜 감정을 말해주는 부분이다.
가사가 멈추고, 악기가 마음을 대신한다.
첫 음은 낮고, 묵직하다.
그건 앞서가는 ‘님’이다.
사랑받는 존재, 흘러가는 사람.
말없이 먼저 걸어가지만, 그 발걸음은 흔들림 없다.
그 뒤를 잇는 날카롭고 가는 선율.
그건 이 노래 속 ‘나’다.
종이배처럼 작고 여린 존재지만,
그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 애쓴다.
서로 같은 방향을 향하지만,
두 선율은 겹치지 않는다.
함께 가되 앞선 이를 조용히 뒤따른다.
그것이 이 노래가 말하는 사랑의 본질이다.
그는 말한다.
“내 마음은 종이배가 되오리다”
쉽게 젖어도 괜찮다.
흘러가다 사라져도 좋다.
당신의 흐름을 따라갈 수만 있다면.
이 노래를 들으면 표현할 수 없는 애절함이 느껴진다.
분명히 내 얘기는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