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글

by 유재은


말보다 글이 편하다. 정제된 문장 속에서 내가 전하고 싶은 마음을 비교적 바르게 건넬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평소 마음 전하는 말을 잘하지 못한다. 말이 많은 편도 아니지만, 적은 말을 나눈 후에도 덜어내지 못한 말에 대한 후회를 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다음에는 더 적게 말하고, 더 많이 들어야겠다고 말이다. 이처럼 말은 뱉어낼수록 이롭지 못할 때가 많다는 것을 살아가면서 절감한다.


반면 글은 여러 번 수정할 기회를 가질 수 있으므로 내 마음과 다르게 전달된 말로 인한 상처를 줄일 수 있다. 물론 모두가 공감하는 문장을 다르게 해석하는 사람을 만나 숨 막힐 때도 있지만, 말보다는 그 빈도가 적은 덕분에 관계에 있어서도 도움을 준다. 글을 쓰는 동안 불필요한 감정을 덜 수 있고 상대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며 보다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글은 스스로의 마음 치유에도 효과적이다. 글쓰기 심리 치료가 있는 것처럼 언어를 가지런히 정돈하며 글을 쓰는 과정에서 주제에 대한 뚜렷한 인식과 성찰을 갖게 되고 자아가 보다 분명해진다. 마음의 격랑을 그대로 옮기다 보면 내면에 켜켜이 쌓인 감정의 무게도 조금씩 줄일 수 있다. 그리하여 나는 삶이 아플 때면 글로 마음을 덜어낸다.


그러다가 온라인 글쓰기로는 트위터를 처음 해보았는데 익명성 아래 자행되는 불편한 글들이 그것에 대한 매력을 반감시켰고 이내 오프라인 세상으로 돌아왔다. 그 후 우연히 블로그를 하게 되었다. 어릴 때 읽은 책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지만 나이 들수록 책을 읽으면 모든 것이 쉽게 휘발되기 때문이다. 노트나 한글 파일로 저장해 두는 것보다 종류별로 데이터화 해서 언제든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이미 블로그 열풍은 사그라든 때였지만 내가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의 다른 SNS보다 따뜻함이 느껴지는 게 좋았다. 처음에는 비공개로 했는데 큰 딸의 격려로 난생 처음 과감한 행동을 할 수 있었다. ‘진짜 나’를 표현하기 시작한 것이다.


수전 케인의 『콰이어트』에 따르면 내향적 사람들이 외향적 사람들보다 온라인에서 ‘진짜 자신’을 드러낸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다. 그들은 가족과 친구들이 보면 놀랄 정도로 자신에 대한 깊은 사실들을 온라인에 표현한다. 200명이 있는 강의실에서는 절대 손을 들지 않지만 2천 명, 아니 200만 명이 보는 블로그에 글을 쓰기도 한다는데 내가 바로 그랬던 것이다. 다만 온라인에서 자기를 드러내면 이 관계를 현실 세계로 넓히기도 한다는데 나는 지난 5년 동안 온라인에서만 활동하다가 또다시 뒤늦게 브런치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블로그에서는 책에 대한, 책을 통한 사색을 나누고, 따뜻한 문장의 향기를 전하고 싶었다면 브런치에서는 내 목소리를 보다 진지하게 풀어가고 싶다. 온라인에서도 마냥 수줍기만 한 내가 또 한 걸음 나아간 것이다. 나와 타인에게 의도치 않은 상처로 각인되기 쉬운 말은 줄이고, 나와 타인의 마음에 따뜻함을 더할 수 있는 글에 삶의 무게를 싣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글 못 쓰는 아이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