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모든 게 처음인 엄마

by 유재은


학창 시절부터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주었던 나는 누군가의 고민은 그저 말없이 들어주며 깊은 눈으로 바라보기만 해도 엉킨 매듭이 조금은 풀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공감의 마음으로 그저 한 번 어깨를 토닥여주거나 손을 꼭 잡아주는 것만으로도 살아감에 작지 않은 위로가 된다는 것도 말이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는 사람은 이미 그것을 해결할 힘을 스스로 품고 있기에 “그랬구나, 정말 많이 힘들겠다.”라는 공감의 언어와 따뜻한 몸짓 하나만으로도 그들은 잠시 마음을 쉬어갈 수 있다.


대화에 있어 주로 묵묵히 들어주기를 하는 편이지만 나의 두 딸에게만큼은 쉽지 않다. 타인에게는 객관적 조언이 가능한데 내 아이와의 대화에서는 결국 감정이 앞서게 되는 것이다. 시작 전 아무리 마음을 다잡고 연습을 해 두어도 마지막에 치고 올라오는 감정은 때때로 나를 무너지게 한다.


사춘기 아이들은 부모가 말하지 않으면 자신에게 무관심하다고 여기며, 걱정이 되어 이야기를 하면 잔소리한다고 항변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아이들에게는 무심하지 않게 늘 그 자리에 있으면서 힘들 때 토닥여주는 응원과 어떤 경우에도 너를 믿는다는 신뢰의 언어가 최선일지도 모른다.


'들어주기'에 있어서도 아이들의 고민은 가볍게 여기면 안 되지만, 지나치게 어른의 시선에서 문제를 크게 확장시키는 것도 좋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부모로서 젊은 시절 알 수 있었다면 달라질 삶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게 된다. 이미 조금은 더 앞선 길을 걸어왔기에 미리 알려 주고 싶은 안타까운 마음이 아이들에게 그저 듣기 싫은 기성세대의 잔소리가 되지 않게 할 수 없을까. 생각할수록 어렵게만 느껴지는 아이들과의 대화는 내 삶에 있어 가장 큰 난제이다.


한 시절의 시행착오는 스스로 겪어내지 않으면 결코 깊이 담아낼 수 없고 참 어른이 될 수 없다. 매 순간 모든 게 처음인 나는 어떻게 부모로서 살아가야 하는지 아이들에게 배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보다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기 위해 오늘도 한 걸음 뒤로 거리두기를 한다. 여전히 경계가 모호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