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하고 싶고, 무엇이 되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은 타인의 잣대에 스스로를 비교하며 우리를 쫓기게 한다. 그래서인지 아이들도 엄마 아빠 중에서 누가 더 좋은지를 묻는 것만큼이나 이 다음에 커서 뭐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가치만을 떠오르게 하는 질문 대신 어떤 사람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이야기 나누고 싶다. 어떤 음악과 그림을 좋아하는지, 인생 책과 영화는 어떤 것인지, 꿈꾸는 노년과 행복은 무엇인지 도란도란 마음을 나누고 싶다. 누군가의 무엇으로서 할 수 있는 대화가 아닌, 오롯이 ‘나’에 대한 꿈들을 주고받으며 미소 지을 수 있는 만남이 그립다.
내 삶에서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를 생각해 낼 수 있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살아감의 길이 열리고 인생도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타인에 의해 강요된 일상을 살아가며 하루하루 버티어 내는 대신, 어려워도 스스로를 토닥이며 이겨낼 수 있는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고 싶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물질적 가치를 쫓다 보면 하나를 채워도 끝없이 또 다른 것들을 갈망하게 되고, 그것을 갖지 못하면 스스로를 가치 없는 사람으로 여기게 된다. 그렇게 평생 남과 비교하는 부족한 삶을 살고 싶지 않다.
열일곱의 나는 ‘살아가며 문득 떠올렸을 때 작은 미소 짓게 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었다. 그렇게만 살아갈 수 있다면 더없이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나의 마음을 닮은 이해인 수녀님의 시를 깊이 되뇌며 일기장에 반듯한 글씨로 새겨 넣었다.
값비싼 보석보다도
파도에 씻긴 작은 조가비 한 개를 더 사랑하고,
거액의 지폐보다도
한 장의 낙엽을 더 사랑할 수 있는 너의 순수를
누가 어리석다 할지라도
나는 그렇게
어리석은 기쁨만으로 평생을 살고 싶다.
어느 눈 오는 겨울밤,
네가 내 가슴에 쏟아 놓는 하얀 눈물처럼
나도 누군가를 위해 대신 울어 줄 수 있다면,
작은 손 하나라도 이웃에게 건네주며
착하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 이해인, 『두레박』, 소녀에게 中 -
어른이 되면 어릴 적 마음을 흔들었던 글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될 때가 있는데 이 시는 언제 읽어도 내 마음을 설레게 한다. 비록 지금의 나는 그렇게 살아가지 못할 때도 있지만 그것을 닮아가는 삶을 살고자 노력하며 어린 시절 내게 부끄럽지 않고자 한다. 읽을 때마다 가슴 뛰는 시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