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글거리는 마음
좋아하는 작가 중에 유난히 정 씨 성을 가진 분이 많다.
정여울, 정수복, 정지우.
그리고 또 하나의 인연이 된
<너를 만나 알게 된 것들>의 정인한 작가.
잠깐 보고 출근하려 했는데
어느새 몇 챕터를 읽어 내려가며 시간을 잊었고,
나도 모르게 미소 지으며
몽글거리는 마음으로 힘을 낼 수 있었다.
빨리 읽어 내려가고 싶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천천히 아껴 읽고 싶은 마음.
에세이의 범람 속에 읽을 글이 없다는 사람도 있지만
내겐 모든 에세이 속에 담긴 마음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에세이의 글 숲을 걷게 된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이렇게 특별히 마음 한 켠 내어주고 싶은 글을 만나면
모래사장에서 우연히 찾게 된
고운 조가비를 손에 쥔 듯하다.
이 순간도 그리움이 될 것 같은 직감이 든다.
그러고 보면 다시 못 올 여행 같은 일상이다.
부유하는 먼지 같은 감정들,
점점 낡아져 가는 딸의 신발,
늘어가는 상처들을
그냥 흘려버리기는 아쉽다고 생각한다.
다시 볼 수 없는 풍경이
시간과 함께 지나갈 것이다.
다시는 만질 수 없는 시절이
지금도 과거로 넘어간다.
가족이 죽을 때,
자신이 무척 아플 때,
우리는 삶의 유한성을 느낀다.
하지만 나는 작은 딸들을 보면서
오히려 순간의 소중함을 실감한다.
우리 부부는 늙어가지만,
아이들은 자라기 때문이다.
오늘 이만큼의 서우는
오늘로써 마지막이다.
- p.70
나에게도 보물 같은 두 딸이 있어서일까.
나에게도 선물 같은 남편이 있어서일까.
'좋아서 하는 카페'의 상호 속에 숨겨진 이름이,
'이문에 약한 장사꾼'의
'진심을 다해 떳떳한 마음'이,
정인한 작가의 다음 책을 기다리게 한다.
페이지마다 접힌 모서리가
작은 아코디언처럼 되어 버렸다.
그것을 바라보며
또다시 따뜻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