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되고 싶다

House I Used to Call Home

by 유재은


여기 이 바닥에서 기는 방법을 배우고

위층의 복도에서 첫걸음마를 떼었죠.

이상하죠. 그땐 복도가 어찌나 커 보이던지.


장롱 문에는 아직도 표시가 남아있네요.

엄마 아빠는 네 살부터 키를 재주셨거든요.

장롱은 숨바꼭질할 때 숨기 제일 좋은 곳이기도 했어요.


이 집에 머물 다음 주인에게 한 가지만 부탁드려요.

나를 가장 잘 아는 이 공간을 잘 돌봐 주세요.

저는 그만 추억을 싸서 떠나요.

그래야 당신의 추억이 채울 공간이 생길 테니.

내가 집이라 부르던 이곳을 잘 부탁해요.


저 창문을 통해 밤에 몰래 외출을 하고

첫 키스는 뒤 현관 전등 밑에서 했어요.

실연당한 후에는 몇 주간 방을 떠나지 않았죠.


열여덟 살, 차를 몰고 집을 떠날 때

삶의 모든 게 송두리째 변화하는 시기에도

집은 늘 같은 자리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죠.


이곳에 머물 다음 주인에게 한 가지만 부탁드려요.

나를 가장 잘 아는 이 공간을 잘 돌봐 주세요.

저는 그만 추억을 싸서 떠나요.

그래야 당신의 추억이 채울 공간이 생길 테니.

내가 집이라 부르던 이곳을 잘 부탁해요.

내가 집이라 부르던 이곳을 잘 부탁해요.


내 모든 짐을 이 박스에 담았고요.

잃어버렸다 생각했던 오래된 담요도 찾았네요.

이 바닥의 촉감을 느끼는 것도 마지막이겠죠.


이곳에 머물 다음 주인에게 한 가지만 부탁드려요.

나를 가장 잘 아는 이 공간을 잘 돌봐 주세요.

저는 그만 추억을 싸서 떠나요.

그래야 당신의 추억이 채울 공간이 생길 테니.

내가 집이라 부르던 이곳을 잘 부탁해요.


저는 그만 추억을 싸서 떠나요.

그래야 당신의 추억이 채울 공간이 생길 테니.

내가 집이라 부르던 이곳을 잘 부탁해요.


떠나려는데,

이 집이 이렇게 작게 느껴지긴 처음이네요.


(#House I Used to Call Home_가사)

sHouse I Used to Call Homee I Used to Call Ho






<단어의 집>에서 안희연 작가가 근래 들었던 가장 아름다웠던 노래라는 'House I Used to Call Home'.

언제부터인가 책 속에 음악이 나오면 꼭 그 곡을 들으며 읽기에 글 첫머리에 나오는 노래를 재생했다. 가사가 보석 같다는 말에 전곡을 먼저 들었는데, 마음을 차오르게 하는 가사와 그에 어우러지는 악기의 선율, 노래하는 이의 음성이 내 시간을 멈추게 했다.


작가는 "좋은 예술작품은 언제난 '탈 것'의 역할을 한다. 순식간에 우리를 어딘가로 데려다 놓는다는 점에서."라는 글을 건네며, '페어리 서클(요정의 원)'이라는 단어를 "시를 쓰는 순간에만 나타났다 사라지는 세계"로 풀어갔다. 작가만의 깊은 시선에 감탄하며 공감하다가 어느새 나는 또 다른 나만의 샛길에 빠졌다.


한 곡의 노래가 한 편의 영화처럼 다가왔다. 누군가의 한 세계가 추억으로 담기고 새로운 세상의 문이 열리는 순간.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한 두려움은 단단한 마음의 힘으로 자리매김한 집이 있기에 그 무게를 덜어낼 수 있다. 문득 그런 집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공간이 우리에게 그렇게 스며들기를, 나도 누군가에게 집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새해 소망을 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