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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딥택트러닝 캐리 Aug 20. 2019

정답 없는 문제

Q6_전 무슨 일을 하면 좋을까요?

'무슨 일을 하면 좋을까요?'

개인적으로 누군가 내게 취업에 관한 조언을 구할 때 단연코 제일 어렵다고 생각하는 질문이다.


이번엔 시작부터 밝히고 해야 할 것 같다.

시원하게 답을 내려주고 싶은 마음이야 늘 있지만, 이번 문제는 그러지 못할 것 같다.

사실 인생에 방향에 있어 답이란 게 과연 존재할까 싶다.

지금은 세상 잘한 선택 같다가도 지나고 보면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게 불완전한 인간이 사는 방식 아닐까?

그럼에도 앞으로 몇 개의 글에서 이런 복잡한 문제를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취업을 준비하면서 한 번은 꼭 해봤으면 하는 생각이라서다. 자기소개서 멘트가 급한 친구들에게 '왠 고리타분한 잔소리야' 일까 걱정도 된다. 그래도 누군가에게는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이정표가 될 수 있을까 싶어 써본다.


질문으로 다시 가보자.

'무슨 일을 하면 좋을까요?'

같은 질문이라도 묻는 사람의 상황에 따라 의미를 다르게 읽어야 한다. 크게는 2가지다.

취업 준비를 막 시작하는 친구 : 세상에 다양한 일이 많은데, 나한테 잘 맞는 일이 뭘까요?

취업 준비를 좀 해본 친구 : 내가 지원하면 될 확률이 높은 일이 뭘까요?


두 가지가 다뤄야 하는 이야기가 달라서 이번 글에서는 첫 번째 경우부터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야심 차게 인스타에 #지금부터 #취업준비 를 써놓긴 했지만 곧바로 장애물이 나타난다.

'내가 도대체 뭘 하고 싶지?'

의외로 넘기 힘든 이 장애물 앞에 발이 묶여버린다.

성격유형검사, 직업심리검사, 직무적성검사 등 등 각종 검사를 해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 적성도 헬스장에서 인바디 기계에 올라서고 났을 때처럼 "회원님 체지방이 34% 네요. 식이 조절이랑 유산소를 병행하셔야겠어요"라고 누가 딱 진단 내려주면 좋겠다 싶다.

아쉽게도 직무적성을 찾는 류의 검사들은 '내가 그런가?' 하는 또 다른 물음표만 만들 뿐, '그래 이거야!'하고 느낌표를 만들지 못한다.  워크숍을 통해 인생 미션도 수립해보고, 이에 연결해서 내가 좋아할 만한 일을 찾아보는 접근이 그나마 낫기는 하다. 하지만 그마저도 그날 진행자가 하라는 대로 뭔가 쏟아낸 게 '꼭 나인가?' 싶은 건 어쩔 수 없다.


이쯤에서 자기인식(혹은 지각)이라고 부르는 개념을 꺼내보고 싶다.

자기 인식(Self-awareness)이란 "언제나 의식적으로 자기의 심리나 행동의 특성에 관해 잘 알고 있는 것"(출처: 사회복지학사전)이다.

행복한 사람은 Self-awareness가 높다. 유명한 심리학자 이름 찾을 것도 없다. 내가 어떨 때 행복한지를 모르는 사람이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기란 어렵지 않을까. 그러니 행복의 출발은 자기를 아는 것부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 어떻게 자기 인식을 높일까?

Career counseling을 연구한 심리학자 Healy는 '다양한 범위의 행위를 경험하고 그것을 숙고할 때'라고 말했다. 좀 더 쉽게 표현하면 '다양한 뭔가를 해보고 그게 어땠는지 생각해보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Reflection이라고 영어로 더 자주 표현하는 '경험에 대한 반추'는 자기인식을 높이는 것뿐 아니라, 학습의 기본 동력이기도 하다. 학생들과 대화를 해보면 심플하게 '좋다/싫다'는 표현하는데 그게 그런지를 설명하지 못하는 것은 이 reflection과 연결되어 있다


어제저녁 우리 남편과 나의 상황을 들여다보자. 둘 다 다른 날 보다 특별하게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이야기한다. 한 줄로 일기를 쓰라면 '남편(아내)과 즐거운 저녁밥을 먹었다.'라고 쓸 수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는 reflection을 한 거라고 볼 수 없다. 단순히 일어난 일과 감정만 기억하는 것이다.

자기 인식을 높이기 위한 질문을 해보자면 이렇다.


어제 저녁식사 중에 나를 특별히 더 즐겁게 한 것이 뭐지? (경험 쪼개 보기)

다른 때와 달랐던 것이 뭐지? (차이점 찾기)

이전에 했던 일 중에 이것과 비슷한 건 뭐가 있지? (유사 경험 찾기)


이런 질문을 던져보고 나면, 똑같아 보이는 즐거운 저녁식사라도 두 사람의 이유는 다르다.


나의 경우>

-직접 발굴한 새로운 맛집을 남편에게 소개했는데 남편이 너무 맛있게 먹는 것을 보게 돼서

-최근 3-4개 추천한 맛집이 다 실패했는데 이번에는 드디어 괜찮은 곳을 찾아서 뿌듯함

-지난번 여름 휴가지 선택할 때도 비슷한 이유로 기분이 좋았었음  


남편의 경우>

-매번 내가 먹고자 하는 음식을 먹었던 것에 대한 미안함이 있었는데, 와이프 의견을 따른 거라 마음이 편했음

-식사도 맛있었지만, 회사에서 고민하던 문제에 대해 와이프와 상의하면서 솔루션을 얻은 것 같아 좋았음.

-지난번에 회사 이과장하고 2시간 토론 끝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냈을 때랑 유사한 기분 같음


내가 경험하는 일에 대해서 이런 방식으로 리플렉션을 하다 보면

점차 나라는 사람이 어떨 일에 의미를 느끼고, 어떤 환경에서 있기를 선호하는지 좁혀가게 된다.

하루아침에 알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꾸준한 관찰을 통해 나라는 사람의 패턴을 읽어나가는 것이랄까.  

이를 위해서 사용할 수 있는 간단한 (하지만 꾸준히 쓰면 파워풀한) 도구를 드려본다.

'자기탐색노트' - 하루에 한 가지 일이라도 Reflection 해보아요

가급적 다양한 활동과 환경에 자신을 노출시키며 이런 reflection을 해보면 보다 풍부하게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당장 취업 준비가 바쁜데 이제와 이런 것을 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혹은 늦은 것은 아닐까 싶은 친구들이라면 한 마디만 더 들려주고 싶다. 나를 찾아가는 여정은 죽을 때까지 계속되는 일이다. 취업을 한 후에도 언제든 인생 궤도 수정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계속 일어난다. 그때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좌표를 가지고 있느냐 아니냐는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언제 시작해도 늦지 않은 고민이고, 길러두면 평생 가는 가치 있는 습관이다.  


돈 안 드는 일이니, 미친 척 한번 이 양식을 한 달만 이라도 매일 써보시길 권해봅니다.

(소근소근) 자소서 단골 문항이 강점/약점, 성공경험도 이런 자기탐색이 누적되어야 술술 써져요~


+다음 글에서는 "내가 지원하면 될 확률이 높은 일이 뭘까요?"에 대해서 이어 이야기해볼게요.


[진짜 취업] 매거진 읽기

내가 궁금해하는 질문들만 골라봐도 괜찮아요.

개별 질문들에 대해 전체 맥락과 함께 깊이 있게 이해하려면, Q1부터 순서를 따라가면 좋아요.

질문들이 많이 모아지면, 취업 방향편/지원서편/면접편 등으로 카테고리를 묶어볼게요.

구독해 주셔도 해치지 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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