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실 등록하기
평범한 환경 속에서 나고 자랐던 나에게 직장 생활은 일생일대의 위기였다. 간호사 국가고시 합격여부를 알기도 전에 일주일 가량의 전체 입사 교육을 받고, 면허증의 감격을 뒤로하고 3월부터 출근을 했다.
평소에 남의돈 벌기가 쉬운 게 아니라는 말을 부모님을 통해서 닳도록 들었지만, 이렇게 힘들 줄 알았다면 과연 이 길을 택했을까 라는 생각이 매 초마다 들었다. 병원시스템은 나에게 시작부터 혼돈이었고, 매일 쏟아지는 업무내용들을 소화해내는 것도 버거웠고, 집에서 막내로 부모님의 지원 아래서 커왔던 내가 환자, 주변 동료와의 관계를 잘 다루어야 했던 그 상황이 언제나 불편하고 긴장상태였다. 남에게 싫은 소리를 듣는 것을 극도로 힘들어하는 내가, 출근하면 쏟아지는 지적에 익숙해져야 살아남았고, 의욕에 비해서 형편없는 실력에 매번 좌절해야 했다. 도대체 대학 4년 동안 뭘 했나 할 만큼 현장에서의 내 모습을 도저히 사랑해줄 수 없었다.
당시 타지 생활을 했던 나는 다행히 같은 병동내 입사 동기들이 많아서 때때로 근무가 맞는 날에는 몰려다니면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고 필요시 서로서로 도움을 받기도 했다. 그러지만 그들도 "신규 나부랭이"에 지나지 않았고 그 영역에 한계란 언제나 있었으며 각자의 고민은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몫이 분명히 있었다. 매번 의지하기에는 우리는 미숙했고, 힘이 없었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당시 근무했던 병원은 간호사와 인턴 의사들을 위해서 2인 1실 기숙사를 제공했다. 책상조차 없이 겨우 생활을 위한 공간이었고, 각자 근무가 맞지 않아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병원 근처 독서실을 끊어서 시간이 날 때마다 그곳에 들러서 시간을 보냈다. 병원 업무 공부든, 담당과 간호 공부든, 이직 준비든, 그냥 앉아서 멍 때리고 오든 간에 그 좁은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은 언젠가 약이 될 거라고 믿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