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인생 제2막, 진로진학상담교사입니다.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는 3월, 복도에서 학생들을 만나면 어김없이 받게 되는 질문이다. 담임을 맡고 있지 않아서 입학식과 개학식에서 따로 소개되지도 않고, 교무실에서 근무하지도 않으니 학생들 입장에서는 궁금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가끔은 섭섭하기도 하다. 늘 3학년을 가르치다 보니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는 시기에는 나에게 수업을 받은 학생이 하나도 없기에 더욱 나를 알리고 소개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겼다, 2018년부터...
나는 진로전담교사이다. 진로교육법(법률 제18298호)에 따른 공식적인 명칭이지만 '진로진학상담교사'로 불리기도 한다. 이 명칭은 교사 자격증에 표시된 과목명이다. 이 명칭도 다른 교과목명에 비해 길기 때문에 보통 '진로교사'로 불려진다. 행정적으로는 '진로전담교사', 교육과정상으로는 '진로진학상담교사', 학교 시간표에는 '진로와 직업 교사', 일상에서는 '진로교사'.
의도치 않게 이름부자가 되었지만, 딱 하나로 통일해서 불러달라고 동료 선생님이나 학생들에게 말할 수는 없다. 어떤 이름으로 불리느냐에 따라 역할에 대해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은 물론 나도 아직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찾아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2002년부터 시작된 나의 교직 생활, 대학에서 교육학과 국어국문학을 전공했기에 자연스레 국어를 가르쳤다. 사실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것은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PD나 작가, 기자 등 방송 계통에서 일하고 싶었기에 희곡, 창작, 비평 등도 즐겨 수강했다. 대학교 3학년 말, 평소 동경했던 출판사에 끈질기게 이메일을 보내고 자격도 되지 않는 채용 공고에 거듭 지원하여, '인턴 신분으로 조건부 합격'을 하게 되었고 3학년에서 4학년으로 넘어가는 겨울부터 인턴 기자로 출근을 시작했다. 당연히 다른 친구들처럼 임용시험을 준비하지도, 준비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교생 실습을 할 때에도 교사가 되겠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상황은 나를 교사의 자리로 이끌었고 운 좋게도 졸업과 동시에 사립학교에서 기간제교사로 일하게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교사로 근무하게 되었다. 그렇게 16년을 담임으로, 국어교사로 휴직 한 번 없이 열심히 달려오다가 2018년, 400시간이 넘는 부전공 연수를 통해 진로진학상담교사로 전공 교과를 바꾸었고 교사 인생의 제2막을 시작하게 되었다.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에는 없던 과목을 수업하고 만나보지 못했던 교사의 역할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지 이제 9년을 되어가고 있다. 진로와 직업이라는 과목이 생기고 학교마다 진로전담교사가 배치된 지 10년이 훨씬 넘었지만 아직도 진로교사가 어떤 일을 하고 진로와 직업이라는 과목이 무엇인지(심지어 그런 과목이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이들이 많다.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들도 같은 질문을 한다. '선생님은 누구세요?', '선생님은 무슨 과목 선생님이세요?', '진로(와 직업) 시간에는 뭐해요?'. 진로진학상담교사로서의 삶, 두 번째 교사 인생 10년을 앞두고 나의 진로와 직업 수업, 나의 진로진학상담, 나의 진로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