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가 정말 ‘열일’ 중입니다
요즘 들어, 지브리 스타일의 그림이 한때의 열풍을 지나 조금은 잠잠해진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며칠 전, 회사 선배님들과 커피를 나누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문득 귀에 쏙 들어오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지브리 때문에 GPU가 녹고 있대.”
물론, 이 말은 실제로 GPU가 녹아내린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만큼 GPU가 엄청난 작업량을 감당하고 있다는 은유적인 표현이지요.
최근 들어 GPU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발열이 심각한 기술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고, 그에 따라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저는 인프라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보니, 이런 주제에 자연스레 관심이 쏠립니다.
속으로 조용히 생각했습니다.
‘정말 GPU가 열일하고 있겠구나’
관련 영상을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이야기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조금은 두려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요즘 우리는 점점 더 많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 센터의 규모 또한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데이터 센터들이 내뿜는 열기와 막대한 전력 소모입니다.
결국 이는 자연을 훼손하면서까지 인프라를 확장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메일함을 비우자는 권고가 자주 들려옵니다.
메일 한 통도 서버 저장 공간을 차지하고, 그것이 쌓이고 쌓이면 결코 적은 자원이 들지 않기 때문이죠.
지금은 텍스트보다 영상의 시대입니다.
AR 같은 새로운 기술들도 끊임없이 등장하면서, 에너지를 뒷받침할 인프라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
습니다.
10여 년 전, 건축업계의 화두가 ‘물류센터’였다면, 지금은 단연 ‘서버 센터’입니다.
이제 서버는 단순한 인프라를 넘어 비즈니스의 핵심이 되었고, 그만큼 더 많이, 더 빠르게 늘려야 한다는 요구를 받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에너지 소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센터는 하루도 쉬지 않고, 365일 내내 가동됩니다.
그 안의 수많은 서버들 또한 멈추지 않고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정에서 사용하는 PC나 노트북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규모와 전력을 필요로 하죠.
그래서 기업들은 지금, 전기 사용량과 발열, 그리고 환경 오염을 줄이기 위한 새로운 장소를 찾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북유럽 스웨덴에서 북극의 차가운 바람을 냉각에 활용하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바닷속의 차가운 물을 활용하기 위해, 데이터 센터를 아예 바다에 담그기도 했습니다.
심지어는, 데이터 센터를 달에 놓자는 아이디어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우리가 달이나 다른 행성을 오염시키거나 파괴할 권한이 있을까?
기술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어디까지 해도 되는 걸까?
정말 어렵고 무거운 질문입니다.
요약하자면,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환경오염은 피할 수 없는 결과처럼 따라옵니다.
더 많은 서버, 더 많은 저장 공간, 그리고 그것들을 유지하기 위해 투입되는 엄청난 양의 에너지.
그리고 저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우리는 편리함과 돈을 위해, 스스로를 천천히 자멸로 이끌고 있는 건 아닐까.
부모 세대인 우리는 그나마 이 현실을 감내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보다 더 많은 시간을 살아갈 다음 세대에게는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우리가 누리는 오늘의 편리함이, 그들의 미래를 더럽히는 일이 아니길 바라며
그 마음으로 이 글을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