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16.作
장갑이라고 실로 짠 털장갑이 분명한데
그걸 끼고 눈을 뭉쳐 눈싸움을 하고 있어
저거 저러다가 눈에 젖어 손이 시릴 텐데
웬걸 옆에서는 맨손으로 눈을 뭉치는 걸
잘못하면 얼어 죽는다고 문자가 오길래
한파를 피해 차를 타고 쇼핑몰로 가는데
나라에서 만들어 준 동네어귀 썰매장에
썰매 타려는 동네 아이들이 바글바글해
밤 열두 시가 넘어서 무척이나 졸릴 텐데
아직까지 저렇게 쌩쌩하게 놀고 있다니
오늘 하루 스케줄이 엄청 피곤했을 텐데
아니나 다를까 눕자마자 쌕쌕 코를 고네
하긴 어릴 적 나도 뛰어나가 놀기 바빴지
쉬는 시간 십오 분도 공을 차고 들어왔고
학교가 끝나면 놀이터로 기어 들어갔지
짬도 아까워 허겁지겁 밥을 쑤셔 넣었고
누구랑 놀아야 하는지 걱정은 팔자였어
아무 데나 가도 노는 아이들이 많았거든
고만고만한 시절이라 이름도 묻지 않고
껴서 놀다가 나가면 다른 애가 껴서 놀고
초식동물들 주변에 어슬렁대는 악어가
가끔씩 나타나 코 묻은 돈을 뺐어 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을 건너 다녔던 건
사파라 초원이 우리의 놀이터였으니까
'어린아이 같이 왜 그래' 라고 말하면 안 돼
'어린아이 같이 왜 못해' 라고 말해야 맞지
걱정하고 조심하고 의심하고 겁을 내는
'어른들 같이 왜 그래' 하고 말하는 게 맞지
(4+16+16×4×7=4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