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16.作
사회에 나가면 십 년 차이는 친구라는데
이처럼 멋대가리 없는 세상이 또 어딨나
세상에 십 년이란 시간이 차이가 없다니
금쪽같은 시간이 쪽박같이 흐른 거잖아
대학교가 낭만이 넘친다고 얘기하는 건
일 년이 무진장 긴 시간이라서 일지 몰라
일 년 선배는 하늘이라서 깍듯이 모시고
일 년 선배는 하늘이라서 밥도 술도 사고
그런데 한 달이 무지 긴 시간인 데가 있어
그런 데가 어디냐면 군대라는 곳이거든
팔십 인생을 사십 분의 일로 줄인 곳이니
한 달 고참이면 마흔 달 즉 삼 년 반 차이네
그곳에서 마주하는 이등병과 병장이라
들어온 지 백일과 백일이 남은 사람이라
안 가본 사람은 좀처럼 느낌이 없을 거야
그냥 무서운 게 아니라 일종의 현인이야
병장의 깔깔이에서는 우아함이 흐르고
병장의 팔자걸음에서는 여유가 넘치지
병장의 한 마디에는 진리가 새겨 있는데
그 병장님께로부터 이 시를 듣게 된 거야
눈 내리는 벌판 한가운데를 걸을지라도
이리저리 경솔하게 어지러이 걷지 마라
오늘 내가 걸어가는 눈길 위의 발자취는
훗날 뒷사람이 걸어갈 이정표가 되리라
관물대에 기대앉아서 이 시를 읊던 모습
얼굴은 잊혀졌지만 장면은 잊히지 않네
2년 먼저 민간인이 된 병장님의 발자취
어느 들판에서든 올곧게 나아가셨기를
(4+16+16×4×7=4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