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곳에 머무르지 못하고 이곳저곳 방랑하는 나와 같은 상황에 놓인 다른 누군가가 어딘가에는 있지 않을까 싶어, 매거진 이름을 '방랑하는 우리의 일상 이야기'로 정했었던 것 같다. 이 글을 통해서 그 누군가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그것이 내가 그 당시에 생각했던 작은 영향력의 시작이라고 믿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일말의 긍정이 남아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방랑하는 우리의 일상 이야기'는 어느샌가 '방랑하는 나'가 되었고, 우리와 이야기라는 단어는 그 의미를 잃어갔다. 언제나 그랬듯 글을 쓰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 되어버렸다. 부끄럽게도 내가 글에서 적어 내려 갔던 수많은 다짐들은 시간이 지나면 그 의미가 퇴색되어 갔고, 남은 것은 무의미한 날짜에 박힌 볼품없는 문장들 뿐이었다.
그렇게 3월의 이야기를 끝으로 다시 방랑하는 삶으로 돌아왔다. 올해 1분기보다 더 격렬하게 방랑한 2분기 었다. 시간이 어찌 흐른 지도 모르겠다. 글로 남기지 않으니 기억도 희미해져 간다. 참 신기한 건 그 와중에도 다시 6월이 되니 귀신같이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또다시 글을 쓰겠다는 지키지 못할 다짐을 한다. 언젠가 또 이러다가 자취를 감출 것만 같다.
그래도 지금 해야 할 일은 다시 한번 '방랑하는 우리의 일상 이야기'를 써내려 가는 것이다. 지난 3개월간 참 배운 것이 많고 스스로도 성장했다고 생각하는데, 기록하지 않으니 그 기억을 꺼내어 먹을 수가 없다. 그렇게 머릿속에서 잊혀간 삶의 부분들이 어느샌가 안타깝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정신이 몽롱한 와중에도 꾸역꾸역 컴퓨터 앞에 앉았다. 억지로 글을 더 쓰면 이것조차 일이 될 것만 같다. 글을 쓰는 것만큼은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야 지속가능한 습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