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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orba Jun 09. 2024

다른 시각으로 가치관에 접근해 보기

오랜만에 카페에 앉아 진득하게 책을 읽었다.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싶을 때 찾는 동네 카페였는데, 이전부터 노려보고 있던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라는 책이었다. '나'와 '세계'에 대한 다소 철학적인 내용이었다. 최근에 잘 안 읽혀서 중간에 덮은 책이 수두룩했는데, 오랜만에 하루 만에 끝까지 읽은 책이었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그 사람은 명료한 언어로 본인의 세상을 참으로 잘 표현했다.


살면서 가치관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잘 확립된 가치관은 외부에 흔들리지 않게 삶의 중심을 찾아준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스스로 가치관을 확립하기 위해 언제나 '나는 이 세상에 왜 태어났지?'라는 질문으로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내 존재의 원천을 탐구하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창조론과 진화론을 접했으며, 어쩔 때는 과학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진리라 여길 때도 있었고, 절대적인 대상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릴 때도 있었다. 


이 책의 내용이 다 기억나진 않지만, 한 가지 좀 충격을 받은 게 있다. 나는 언제나 존재에 대한 질문이 있을 때 '세상에 던져진 나'라는 사고방식으로 접근했지만, 이 책에서는 '내가 태어남으로써 만들어진 세상'이라는 시각을 제시해 주었다. 이 생각의 전환은 삶을 살아가는 태도를 바꿀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는 이 황량한 우주에 티끌과 같은 내 존재가 무의미해지는 부정적인 순간도 있었다. 그럼에도 보다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서 내가 변화를 이끌어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긍정적인 순간도 있었다. 이렇게 복잡하게 질문을 던지지 말고 단순하게 생각하면, 세상은 그저 내 의식이 있는 동안 내 눈앞에 보이는 것이다. 그 세상과 나는 끊임없이 상호 작용을 하면서 살아간다.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휴대폰을 내려놓고 주위를 더 주의 깊게 살핀다. 


세상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내가 마음먹기에 따라 달린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과정 속에서 한 가지 욕심이 생겼다. '언어'를 누구보다 잘 구사하고 싶어졌다. 세상과 더 다채로운 상호작용을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왜 책을 읽는 게 중요한 건지 조금씩 깨닫고 있는 것 같다. 오랜만에 철학을 접하고 편안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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