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께, 해야제

비즈니스 파트너와 합심

by 옅은발자국

회사에서 신사업을 시작한 지도 이제 2년 반 정도가 지났다. 그동안 정말 열심히 달려왔고 정신없이 헤쳐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었던 사업모델의 여러 벨류체인에서 삐그덕 소리를 넘어 크랙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나의 체인이 문제가 생기니 다른 체인에서 영향을 주고 전체 사업모델의 한 부분이 멈추게 될 위기에 처했다. 그 이야기이다. 그리고 아직 다 해결하지는 못했지만, 다시 또 앞으로 나가는 이야기이다.




그간 회사는 대리점에 판매를 하고 대리점은 고객에게 제품과 함께 설치서비스를 제공하는 모습이었다. 타이어 회사가 타이어 대리점 팔면 대리점은 타이어와 함께 공임을 받아 실제 사용 고객에게 판매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신사업에서는 온라인 판매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온라인 판매 협력사 따로 설치만 전담하는 협력사 따로 제휴를 하고 사업을 진행시켰다. 그렇게 1년 정도가 지났다. 사업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물론 시원스럽게 쭉쭉 나가지는 못했다. 대리점 판매를 하던 제품을 온라인에서 팔려고 하니, 아직 고객들은 온라인을 찾지 않는다. 온라인의 수많은 블로그들도 결국 대리점이 우리 대리점이 경험이 많고 믿을 만하다는 시공 사례 중심이다. 그렇게 온라인 검색은 도배되어 있다. 마치 우리가 대형마트에 가서 타이어를 찾지 않은 것 같이 거기에 가면 그 제품이 있다는 경험이 없으니 시장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파는 사람들만 있으면 뭐 할 거냐 찾는 사람들이 와야 장터가 되는 건데...


그렇게 신사업에서 초기 시장의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일 년이 지나도 가뭄에 콩 나는 수준의 거래에 협력사들이 지치기 시작을 했다. 처음에는 이제 시작했으니까 곧 좋아지겠지 좋아지겠지 했는데, 돈이 안 되는 것은 물론이 거니와 쥐구멍에도 볕 들 날 있겠지라는 생각이, 터널이 끝이 보이지 않고 시간이 가면서 과연 이 터널을 끝은 있는 것일까?라는 의심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리고 협력사의 고객접점에 있는 분들은 품은 많이 들고 신경은 많이 써야 하는데, 소득에 재미가 없는 것이다. 이는 그들에게는 손실이다. 다른 일을 하면 더 벌 수 있는데, 이런 이상한 일을 하니 품은 많이 들고 속도는 느리고 신경은 쓰이는 삼중고의 일이다.


그러니 일 년이 지나서 설치업체가 그만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그래도 계약을 넘어 상도덕으로 몇 개월 더 유지하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다 보니 이제 끝내는 일이다 보니 관리가 나빠졌다. 그리고 그 영향은 온라인 판매업체에게 영향을 줬다. 이런 내부 사정에도 몇몇 가뭄의 콩들이 우리는 어떻게 되는지 언제 새벽이슬이라도 내리는 건지 기다리고 있고 목마른 콩들의 소리는 판매처의 스트레스로 못해 먹을 일이 되었다.


그리고 연락이 왔다.


협력사 사장과의 미팅이 잡혔고, 급하게 참석자기 되었다. 다음 아이템을 준비하던 나로서도 이 업체가 아니면 주력 영업 채널이 빠지는 거라 잡아야 했다.

마음을 얻어야 한다!




온라인 판매 특성상 굳이 서울에 있을 필요가 없으니 협력사 사장과의 미팅은 협력사가 있는 전라도였다. 급하게 미팅자료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하던 일이 있으니 뭔가 지금 굴러가던 것들을 쓰러지지 않게 하고 나니 퇴근시간. 남들에게…


정공법으로는 할 시간이 없으니, 전략을 다시 생각해 본다. 그리고 앞서 협력사 사장님을 만났던 사람들에게 스타일을 물어보았다.


그리고 포인트 중심의 PPT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목과 부제목을 모두 사투리로 썼다. 이렇게…


1. 야 있냐, 아따 긍께
1) 안당께
2) 치아라
3) 마지기
2. 싸게싸게 해볼라꼬
1) 뭐시기
2) 얼만디
3) 머하냐


그리고 발표 자료의 맨 마지막장 이렇게 적어놨다.


긍께,
해야제



좀 너무 갔나?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임팩트를 줄 다른 방법도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홈런일지 1루타 일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병살은 아닐 거라 생각하고 그냥 두었다.


회의가 시작하고 그간의 진행에서 드러난 문제점, 고충 그리고 앞으로의 막막함이 이야기되었고 협력사 실무팀장이 중간에 호출되었고 이렇게 다 이야기해도 되는 걸까 하는 표정으로 더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이야기했다.


결국 우리는 발가벗게 졌다.


신사업을 시작하면서, 스타트업들이 최소기능재품(MVP)으로 핵심을 만들고 부가적인 부분들을 만들어 간다는 것은 결국 완성도가 부족한 부분을 누군가에게 고충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대학원 지도교수님의 명언 “20평 아파트나 50평 아파트나 침실, 주방, 화장실, 전기, 수도, 난방 등 만들어야 하는 것들은 크기는 다르지만 비슷하다”는 말이 다시 생각이 났다.


부끄러웠다.


앞에서 잘 팔면 뒤는 알아서 돌아갈 줄 알았는데,

대기업에서 하는 신사업이라는데,

어찌 이런 지 설명하는 것이 구차하다 싶었지만, 그래도 여러 상황을 설명하고 어떻게 바꾸려고 하는지 이야기를 했고 앞으로 잘 될지 알쏭달쏭 한 상황에서 내가 준비한 자료릉 설명하는 시간으로 넘어갔다.




회의가 끝나고 식사를 하러 갔다. 식사를 하면서 반주라고 하기에는 좀 많은 술병과 함께 이야기는 2시간 반 동안 이어졌다. 돌아가는 기차 시간이 점점 다가와 마무리해야 할 때, 같이 간 다른 사람이 내 발표 자료는 어땠는지 물어봤다.


홈런!


큰 기업이라고 오면 맨날 영어 섞어서 말하고 가는데, 우리(만)를 위해 자료를 준비했다는 부분이 감명적이었다고 했다.


택시를 타기 전 내가 툭 한마디 던진 한마디 “마음이 맞아야 일을 하죠” 그리고 협력사 사장의 말 “아시네~”


비즈니스는 돈으로 되는 것 같지만, 비즈니스의 본질은 거래이고 거래는 마음에 들어야 한다. 내가 무언가 돈을 살 때 마음에 들어야 사는 것이고 그리고 돈이 흐르는 것과 같다.


협력하려는 사람의 마음을 맞아야
힘이 더해질 것 아닌가,
합심으로 일하고
돈은 흘린 땀만큼 따라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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