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자를 위한 이야기
새로운 회사로 이직했다. 첫 번째 이직이다 보니 참 어색하고 낯선 부분이 참 많다.
그래도 제조회사이다 보니 다른 점보다는 유사 점이 더 많을 거라고 기대했고 유사한 점은 많았다. 그러나 그 유사한 것들이 유사하기는 하지만 똑같지는 않았다.
몇 달 후 한 총괄 본부장님이 이직하니 어떠냐고 물어보셨다. “마치 전주 아가씨가 상주에 시집온 거 같습니다.”라고 답변을 했다.
같은 한국에서 김치에 쌀밥은 먹는 건 같지만, 김치에 굴을 넣느냐 다른 걸 넣느냐가 다른 것처럼 유사하지만 다름이 있었다. 그리고 전 직장을 상대적으로 더 큰 대도시로 이야기하는 건 아닌 것 같아, 두 지방도시의 비교했다.
그렇게 말했지만, 마음속은 그렇지 않았던 거 같다. 이직 전 직장이 매출이 3배 정도 크다 보니 조직규모나 업무세분화가 더 되어 있을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마치 아직 전문화가 덜 되어 보였었던 거 같았다. 그리고 계속 전 회사와 비교하게 되었다.
"뭐 이래..."라는 말이 툭툭 나왔다. 그러다 문득 이전 직장에서 더 큰 회사에서 온 분이 했던 말이 생각이 났다. "어머 이게 뭐야. 이건 정말 실망했어요... 여기가 이것밖에 안 돼요..." 내가 잘못한 것은 아니지만, 그 말에 참 불쾌했던 기억이 났다.
그리고 말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점점 회사의 주력 시장에 대한 이해와 그 시장에서 회사가 어떤 모습으로 지금까지 사업을 영위해 왔는지 하나씩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점점 이전 회사의 방식과 다른지만 이것이 지금의 환경에서는 더 좋은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2년쯤 지난 때 새로운 임원이 왔다. 전 직장보다 더 규모가 큰 회사에서...
그리고 어느 날 우리 팀과 점심식사를 하면서 어느 회사에서 왔는지 그 회사는 뭐가 달랐는지 이야기를 하게 되어, 이전 직장 이야기를 하게 되어 이전 직장의 생산라인이 셀라인이었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게 뭐가 좋냐고 하시길래, 라인의 공정별 시간이 균일하지 않는 경우(A공정은 50초 B공정은 45초가 소요되면 컨베이어 속도는 일정하니 B공정은 5초 대기시간이 발생)의 Loss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건 생산기술로 균일하게 하면 되는 거다라고 단호하게 말씀을 하셨다.
임원과 점심식사 시간에 더 이야기할 주제는 아니어서 더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일이 나에게 거울치료가 된 거 같다. 나도 저런 우월적 모습을 보였던 것은 아닐까...
회사의 규모가 더 크다고 더 좋은 회사이고 더 선진화된 모습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렇지 않을 수 있는데, 그저 그 부분을 더 깊이 논쟁하거나 시간을 쓰기 싫어서 넘어가는 부분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름 어느 날 휴지통을 맴도는 날파리들과 전쟁이 시작되었다.
종량제봉투에 휴지를 덥고 잘 묶어 두어 어느 정도 날파리가 줄기는 했지만, 그래도 남은 놈들을 소탕하기 위해 포춘기를 샀다.
파란색 불빛을 내는 포춘기는 벌레들이 좋아하는 불빛으로 벌레를 유도해서 고전압으로 제거하는 원리였다.
처음 포춘기를 켰을 때 빠직 빠직하면서 벌레들이 사멸하는 소리가 들렸다.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쓰레기 통 위를 활공하고 놈들이 있었다. 왜 저 녀석들은 남아 있을까? "불빛을 안 좋아하나?"라는 생각이 '진화'라는 단어를 떠 오르게 했다.
결국 불빛을 덜 좋아하는 날파리가 현대에는 더 오래 살게 되고, 그러면 불빛을 덜 좋아하는 날파리 객체가 더 남게 되고, 그렇게 날파리의 세대가 몇 세대 이어지면 결국 불빛에 반응하지 않는 날파리를 바뀌는 거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아이들 학습 지도에 써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생각의 멈추지 않고 더 걸어갔다.
"환경에 적응하는 거잖아"
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빛을 좋아하는 날파리보다 불빛을 별로 안 좋아하는 날파리가 더 우월한가?
도심환경에서 인간들의 포춘기라는 장치 속에서 살아남기에는 더 좋겠으나, 자연의 환경에서는 불빛을 좋아하는 것이 더 유리했을 거다. 그런 객체가 많다는 걸 봐서는...
어떤 환경에 더 적합하게 적응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회사의 규모가 더 크다고 더 좋은 회사이고 더 선진화된 모습'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거였다.
각각의 시장에 맞게 회사는 적응하고 발전한다. 상품과 국가에 따라 시장의 크기는 다르다. 그러니 다른 시장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를 규모로 비교하는 것은 미련한 것이었다.
이 시장에서 얼마나 오랜 시간 사업을 영위했냐는 그 회사가 얼마나 시장에 적합하게 적응했고 진화해 갔는지를 말해는 것일 것이다.
아직도 나는 이 회사에 적응해 가고 있다. 이 회사의 제품, 시장 그리고 기업환경과 문화까지 판단하지 않고 이렇게 회사가 오게 된 모습을 이해하고 거기에 적응해 가려고 한다. 그러고 나서 융화가 되고 나서 더 좋은 방법을 찾아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