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시험법의 패러독스

누구를 위해 만드는가?

by 옅은발자국

와인 애드버킷의 창간자이자 발행인인 로버트 파커는 와인 감별사로는 전 세계적으로 최고의 권위를 갖고 있다고 한다. 혹자들은 와인 권력이라고 까지 하고, 파커의 평가에 의해서 와인 가격이 확확 달라진다고 한다. 일례로 파커가 개인적 사정으로 보르도 지방의 일정을 취소하자 각종 루머가 돌더니 보르도 와인가격이 확 떨어지고도 했다고 한다.


이 정도의 와인 감별자로써의 영향력이 있는 것은 분명 파커가 미세한 미각으로 와인의 숨은 세밀한 맛을 감별해 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파커의 영향력이 너무 오랫동안 지속되자 와인 제조자들이 파커의 취향에 맞는 와인만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다.


와인을 만드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아 더 고가의 가격으로 평가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당연하지만 궁극적으로 파커에 의해서 와인의 다양성이 축소되고 파커의 취향을 기준으로 와인들이 획일화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결국 좋은 와인을 감별하기 위한 파커가 좋은 와인을 만드는데 걸림돌이 되어 가는 패러독스의 대표적인 예이다.




여러 회사에서 가전제품을 만들고 이들을 비교하기 위해서는 각 제조사의 시험규격이 아니라 표준화된 시험법이 필요하다. 그래야 소비자들이 제품들의 성능을 비교하고 판단해서 구매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표준시험법에도 패러독스가 있다. 제품이 가질 수 있는 여러 가지 성능과 기능에 있어서 각 회사들의 제품의 성능과 기능을 아우르는 표준시험법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표준시험법을 만들 때는 해당 제품이 갖고 있는 대표적인 성능과 기능에 초점을 맞추어 시험규격을 만들고 평가를 하게 된다. 하지만, 시험법이 제정되고 시간이 흐르면 제조자들은 시험법에 있는 시험항목과 평가 방법에서 높은 성능을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게 된다.


궁극적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기능보다 시험법에서의 평가가 더 중요하게 될 수도 있고 표준시험법에 시험항목이 아닌 부분의 향상은 더디게 된다.

더디어지는 것을 넘어 표준시험법의 시험 결과 값이 낮아지는 부분은 큰 저항에 부딪힌다.


소비자가 성능을 비교하기 위한 표준시험법이 소비자를 위한 향상을 방해하는 부분이 될 수 있는 패러독스


그 모순에 갇히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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