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자인가?, 적임자인가?

좌충우돌 초보개발자 이야기

by 옅은발자국

회사 R&D 부서에서는 R&D 특성상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이고 같은 부서 안에서도 전공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업무의 내용을 심하게 다른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서로가 쉽게 넘지 못하는 부분들이 생기고 제품개발 프로젝트에 있어서 싫든 좋든 담당자 pool이 많지 않게 된다. 이때 연구원들이 착각하기 쉬운 것이 자기가 적임자라고 생각에 빠질 수 있다는 것 같다.


어떤 일에 담당자 선정에 있어서 전문성 때문에 가장 그 분야에 대한 기술지식이 많은 사람이나 가장 유사한 분야에 있었던 사람을 투입하게 되지만, R&D의 업무가 어찌 기술지식으로 끝나겠는가. 현대의 기술 연구 개발은 한 분야의 독단적인 연구로 성과가 이루어지기보다는 다른 여러 분야의 전문지식이 더해져야 하는 경우가 더 많다. 특히 회사에서 기술개발은 궁극적인 상용화가 목표이고 이를 위해서는 마케팅에서 영업, 신뢰성, 품질, 생산등 다양한 측면이 반영되어야 한다. 그렇게 때문에 기술자에게 요구되는 것들 중 하나가 전문지식이지 요구되는 전부는 아니다.


또한, 전문성에 있어서도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 아주 쉽다. 전공이라는 울타리가 있어 울타리 밖에 있는 사람은 그 사람의 말에 전적으로 의지하게 되고 본인 스스로 그 깊이를 더해 가지 않으면 정체되기 쉬운 환경이다. 나도 가전제품 필터 개발의 5년, 객관적으로 필터 부분에 있어서는 가장 많이 안다고 생각하고 인정도 받고 있지만, 과연 정말 그럴까? 우물 안 개구리로 유유자적하고 있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담당자는 그 일을 맡고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항상 담당자가 적임자일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그냥 그 일을 할 사람이 없으니까 다른 사람들이 더 중요한 일을 하니까 꿩 대신 아쉬운 데로 병아리한테라도 현실적으로는 일을 시킬 수 있다. 어떤 일의 담당자가 되었다고 자신이 병아리인지 꿩인지도 모른 면 불행하다. "역시 이런 일을 할 사람은 나 밖에 없나 보다"라고 생각하게 되면 진짜 불행한 것이다. 특히, 기술분야에서는 이런 착각을 일으키기 쉬운 환경이라는 것을 냉철히 인지하고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냥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그 분야에 대해서 공부를 해봤거나 연구를 해봤으니까 시키는 것이지, 정말 잘할 거라는 기대를 갖고 맡기는 것이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적임자가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항상 잊지 않아야 할 것 같다. 첫째, 나의 경쟁상대는 나의 직장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나와 같은 분야에 있는 전 세계 인재들이라는 점. 두 번째, 내가 갖고 있는 전문 분야만을 업무의 영역으로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로 하는 분야에 대해서 공부를 더하여 그 일에서 필요한 전문성을 적절히 갖추어야 하는 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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