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길었던 한 달
풀리지 않는 피로가 계속됐다. 회사에 가기 싫어 8시까지 꾸역꾸역 알람을 끄다가 겨우 일어난다. 그리고 옷을 갈아입고 바로 회사에 갔다가 다시 21시 22시쯤 퇴근한다.
뭔 일을 그렇게 많이 하냐고 할 수도 있는데, 생각해 보니 일 자체는 그렇게 많지 않다. 일은 보통 8시쯤 끝난다.
고객 관련 문의를 받고, 입주 브랜드의 고충을 전화로 받고, 로고도 좀 만지고, 문구도 생각해 내고, 폰트가 어떤지도 봐야 하고, 모바일로 봤을 때는 잘 되는지, 카카오, 네이버 로그인이 잘 되는지 QA도 하고, 중간중간에 영상편집 외주도 대학생한테 맡기고, 정식으로 외주계약한 곳과 콘텐츠를 피그마로 소통하고, 우리가 원하는 기획안에 대해서 협의하느라 또 2시간은 쓰고 뭐 그렇다.
모두가 퇴근하고 8시쯤이 되면 강의나 글들을 찾아 읽는다. 일 잘하는 법, 콘텐츠 만드는 법, 툴 다루는 법 등.
요즘은 회사에 디자이너가 없으니 AI콘텐츠 만드는 법 강의를 듣는데, 8만 원치고는 좀 비싼 거 같다. 한 4만 원 정도면 괜찮다 하고 들었을 거 같다.
9월 1일. 페이지가 나왔다. 아니 출시하기로 결심하고 그냥 내놓았다. 23시까지 다 같이 회사에 있었다. 폰트를 보고, 문구를 수정하고, 사이즈를 조정하고, 링크될 페이지를 확인하고, 각 기능 등을 한 번 더 체크했다.
간단한 광고 하나만 걸고 해산했다.
그날 밤은 잠이 안 왔다. 에너지 드링크를 두 개씩 먹어서는 아닐 거다. 평소에도 잘 자니까. 그날 밤은 2시가 넘어서도 잠이 안 오길래, 페이지를 몇 번을 둘러보고, 광고가 잘 돌아갔나 체크했다.
다음날, 토요일에도 모바일에서의 심미성이라던가, 버그 등이 없는지 충분히 개선하지 못한 거 같아 아침에 회사에 와서 한 번 더 봤다. 데이트 중에도 신경 쓰여서 한 번 더 봤다. 게시판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 주말이라 안 되는 거 같아요, 하면서 가볍게 남겼는데 개발자님이 10분 만에 처리해 주셨다.
대표가 말하던 한 정신으로 움직이는 팀이란 게 이런 걸까? 오자마자 급하게 참여해 주셨는데 똑 부러지게 말도 잘하시고 우리가 원하는 것도 잘 들어주신다.
7월 말에 아예 새로 해보자고 고객 인터뷰를 시작했다. 7월 26일에 고객 비대면 인터뷰 일정이 있다. 블로그에 관련 글을 쓴 사람에게 다 댓글을 달아서 설문지 참여나, 카톡으로 이야기할 수 있겠냐고 했다. 관련 키워드로 검색하고 최신 순으로 내려서 바닥이 보일 때까지 댓글을 달았던 거 같다.
이때 모인 30~40명 정도의 답변으로 우리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7월 말일쯤 외주업체를 수배했다. 랜딩페이지를 잘 만들어줄 분들을 찾아 나섰다. 이틀 정도 소요했다.
8월 첫째 주 외주업체와 최종협의라는 일정이 있다. 사실 이 이후에도 계속 바뀌긴 했는데, 큰 윤곽은 이때쯤 잡혔다. 그래서 계약은 8월 중순에 했지만, 일은 이때부터 시작했다.
8월 4일 UX아이데이션을 고민했다. 사실 대표가 의견을 많이 냈고, 개발자와 나는 거기에 대한 의견만 조금 내는 정도였다.
8월 6일 노코드로 신청페이지를 만들었다. 만들기 전 반응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MBTI와 결합해 1명의 신청자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2만 명이 보고 2000명이 응답했지만, 실제 신청자는 1이라. 쉽지 않다.
8월 중순, 많이 헤매었다. 회의가 거의 매일 있는데, 뭘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고전했던 건, 개발자가 생기고 빠르게 해야 하는 시점에서 서로의 업무들을 어떻게 공유하냐는 거였다. 노션으로 하기에는 사무직인 나도 귀찮았고, 투두리스트 앱으로는 개발과 관련된 업무를 공유하기 어려웠다. 서로의 일정을 어떻게 공유하냐는 걸로 한참을 논의하다 결국 서로를 믿고 개발은 개발 관련 페이지에 알아서 저장하는 걸로, 나머지는 각자 알아서 일정관리를 하는 걸로 찢기로 했다.
8월 15일. 플랫폼으로서 다시 브랜드들을 만나러 다니기 시작했다. 온라인으로 하지 않고, 직접 만나러 다닌 이유는 심플한데 단순히 온라인으로 하는 것과 직접 만나자고 할 때 사람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심지어 오프라인으로 2번이나 만났는데 그 이후에 연락 두절이 된 경우도 꽤 있었다. 그런데 온라인으로 나 돈 벌고 싶다고 한 신청의 글을 그냥 믿고 간다? 그건 아닌 거 같다.
그래서 꽤 많은 시간을 보냈다. 중간중간 일도 하면서 10일 동안 7~8명 정도는 만나러 다녔다. 하루 1탕은 기본이고 2탕 한 적도 있다. 만나는 거 자체는 괜찮은데 왔다 갔다 버리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그나마 요즘 유튜브로 데모데이라는 채널을 보며 창업자와 투자자의 생각을 엿보고 있다.
8월 20일. 언제 했는지도 모르게 UXUI적인 부분은 거의 끝났고 마케팅 부분이 남았다. 콘텐츠나 마케팅 부분은 예전에 외주 했던 것처럼 비슷하게 갈 줄 알았는데, 콘텐츠 기획에 3주가 걸린단다. 그러면 9월 1일에 시작하는데 9월 20일부터 콘텐츠가 올라간다는 거다. 어이가 없고 대표한테 깨지기도 해서 이걸로 또 2~3일을 실랑이했다.
알아서 잘해주면 좋겠는데 알아서 잘해주는 그 무엇은 없었다. 그래서 나도 밤늦게까지 의견을 주고받으며 약간의 기싸움을 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원하는 바를 쟁취했는데, 마지막에 남긴 말이 좀 민망하다.
'상식적으로 서비스 론칭하는 것과 콘텐츠 같이 나오는 게 맞는 거 같다. 만약 3주 걸리는 줄 알았으면 계약논의 초기부터 이야기했을 거다. 그리고 그때부터 하자고 외주사 쪽에서 말 꺼내는 게 맞고. 계약 확정 후 2주가 넘었는데 왜 이제 와서 3주 걸리고 일정이 어떤지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
참 귀찮다. 늘 느끼지만 서로의 생각과 입장이 달라서 알아서 잘해주는 경우는 없는 거 같다. 초일류 기업이나 인재가 아닌 이상. 이래서 회사생활이 참 어렵고 귀찮다.
8월 29일. 어영부영 시간이 또 갔다. 한 달이 정말 빨리 지나갔다. 보니까 8월 29일까지 사람들을 만나러 다녔다. 29일은 비가 엄청 오는 날이었고, 마지막에 만난 사람이 서로의 계약이나 상황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분이어서 굉장히 피곤했었다.
실력자인 건 알겠는데, 오프라인으로 보고 자료를 봤을 때도 이 정도면 함께 하는 게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이때의 이슈는 피그마로 봤을 때는 적당한 사이즈의 페이지가 직접 보니 사이즈가 맞지 않아 재조정이 필요한 거였다. 그래서 급하게 또 수정에 들어갔다. 외주사의 마이그레이션 분은 31일 새벽 1시 30분에 최종본을 올려주셨다.
8월 31일. 마지막으로 점검해야 하는 걸 다 같이 모여 정리했다. 폰트, 사이즈, 코딩 마이그레이션, 예시 게시물 업로드 등.
9월 1일. 개발자님이 전달받은 페이지를 마이그레이션 하고,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뭘 하고, 뭘 수정하고, 뭘 추가하고, 뭘 조정하고, 뭘 연결하고, 뭘 묶다 보니 보니 23시였다.
이젠 진짜 더 고칠 게 없었다. 아니 물론 많았지만 마이너한 게 아니라서 금방 손 볼 게 아니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갔다.
하루가 지나갔고.
약간의 흥분감과 허무함. 성취감과 무력함. 모든 게 하루에 느껴지던 날이었다.
대표는 신입으로 모든 단계를 경험해 보는 게 쉽지 않다고 했는데, 맞는 말이다.
그래서.. 이거 잘 될까?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