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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덕트와 커머스는 뭐가 다른가

by 파타과니아

1. 똑같이 돈을 받고 파는 건데, IT회사의 프로덕트랑 커머스랑 뭐가 다를까.


2. 일단 프로덕트라는 말이 너무 많은데, 어떠한 문제 해결을 하는 건 다 '프로덕트'라고 간주하겠다. 그리고 중후반부터 프로덕트는 it가 결합된 거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다.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서, 외모를 해결해주겠다면 퍼스널 컬러가 한 방법이다. 대면으로 해줄 수도 있을 거다. 비대면 채팅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예전에 무슨 이쁜 언니들이 사진을 걸어두고, 코디를 보내준다던 서비스도 있었다. AI를 활용해 요일마다 입을 걸 추천해줄 수도 있겠다. 이 다양한 방법(프로덕트)들을 기억해두고 다음 챕터로 넘어가자.


3. 사람들이 글을 안 읽는다는 문제를 해결하는 제품은 뭐가 있을까(물론 이 문제는 내가 만든 가정이다)


롱블랙이랑, 폴인을 비교해보자. 둘다 구독이라는 서비스로, 문제를 해결해준다.


둘 다 구독제지만, 롱블랙은 무슨 이상한 컨셉으로 24시간 안에 읽으라고 한다. 뭔가 이상하지만 이건 분명 IT프로덕트로서의 기능적 특징이다. 그리고, 롱블랙은 이 '프로덕트'로 지나간 글을 못 읽어 아쉬운 사람을 위해 샷 추가라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었다. 아쉬운 사람들에게 돈 내서 구매해 보라는 거다. 필자도 한 2~3만원 넘게 구매해 예전 글을 몰아봤다.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다. 그렇지만 돈을 버는 방식은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프로덕트)에서 또 생겨나기도 한다. 이게 커머스와 프로덕트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기술력이 좋은 제품이면 그 기술력에 걸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춰야 하고, 뛰어난 비즈니스 모델이라면 그에 맞는 제품을 갖춰야 한다.


혁신인 자동차도 파는 게 끝 아니냐고? 그 혁신적인 제품을 위해 법인대상 리스영업, 자동차 구독 등 걸맞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시도하고 있다.


4. 나이키와 구글을 비교해보자. 하나는 브랜드고, 하나는 IT프로덕트다.


나이키의 제 1목표는 뭘까? 매출일 거다.

구글은 뭘까? 적어도 매출은 아닐 거다.


구글의 목표가 매출이었다면 지금 구글의 검색엔진은 광고로 덕지덕지되어있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구글은 AEO(answer engine optimization)로 유저들의 편의를 생각해주며 서비스의 신뢰를 유지하고 있다. 바로 답이 나온다면 구글에 SEO한다는 인간들이나, 키워드광고를 거는 건 무슨 소용이겠는가? 이건 분명 돈 되는 방식은 아니다.


구글의 목표는 뻔하지만 고객 만족이다. 이를 통한 고객 리텐션 유지고, 이를 통한 방대한 데이터 축적 및 알고리즘, 머신러닝 어쩌구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있다. 그래서 자신들의 광고 구좌와 데이터를 더 정확히 만들고, 광고주들의 신뢰를 얻어 돈을 버는 거다. 방대한 트래픽과 정확한 검색 알고리즘, 광고구좌는 구글의 프로덕트이자 비즈니스 모델이다.


좀 돌아왔다. 돈을 벌거긴 벌 거지만, 구글은 바로 돈을 벌지 않는다. 돈을 바로 버는 순간 오히려 돈을 못 벌게 되기 때문이다. 이게 커머스와 프로덕트의 차이 아닐까.


나이키에서 뚱뚱한 분들을 위한 body positive를 하고, 남성적인 재규어 차량에서 LGBT광고를 한다. 하지만 매출이 안 나온다면, 바로 회장들은 대가리를 박고 캠페인을 철회한다. 문화를 만든다고? 돈이 안 나오면 브랜드는 유지가 안 된다(물론 프로덕트도 마찬가지)


나이키의 목표는 문화가 아니다. CMO라는 인간은 그렇게 지껄이겠지만, 매출이다. 매출을 위해서 문화를 만들고, 문화를 만들기 위해 운동선수 후원도 하고 대회도 열고 하는 거다.


5. 구글의 제 1목표를 총 검색량 정도라고 가정하자.


여기서 커머스 기업과 프로덕트 기업을 또 구분할 수 있을 거다.


일반 기업은 KPI를 말한다. 예측 가능하고, 분업화 가능하고, 탑다운 관리가 가능한 Key performance indicator다.


프로덕트 기업은 OKR을 말한다. Objective Key result다. 한국어로 풀어볼까.


주요 '성과' 지표 vs 주요 '목표'값


하나는 수치와 결과에 집중되어 있고, 하나는 과정과 지향에 맞춰져있다.


전자가 '00% 성장 달성' 이라면, 후자는 매출 수익 증대. 이를 위한 (1)전환율 0% 개선 (2) 재계약 0% 개선 (3)유입 00% 상승 목표 (4) 주커버그 머스크와 격투기 붙이기 등 무궁무진하게 나올 거다.


6. 오케이. IT프로덕트가 그렇게 쩐다고 치자. Saas(software as a service)와 윈도우11 CD는 뭐가 다른가?


후자는 사실 소프트웨어지만 그냥 1회성 제품 아닐까. 커머스랑 똑같다.


개인적으론 이 둘의 차이를 소유과 관리의 관점에서 다르다고 본다.


Saas의 주인은 Saas 대표다. 그래서 사용량 체크도 되고, 요금제도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고, 혹시 유저가 이상한 어뷰징하면 밴 먹일 수도 있다. 또한 저렴한 요금으로 진입 장벽을 낮춰 유입되게 한 뒤, 들어온 뒤에는 습관이 되게 만들어 떠나지 못하게 하고, 클라이언트의 유저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요금도 추가 청구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CD의 주인은 나다. 사고, 설치하면 끝이다. 빌게이츠랑은 엮일 일이 없다. 내가 복제해서 몰래 팔아도 그는 모른다. 아프리카에 화장실이나 짓고 있겠지.


물론 Saas가 저렇게 사용량을 체크하고, 그럴 수 있는 건 그들의 '기술'(프로덕트)력 덕분이다. 서버를 잘 구축하고 회원을 관리하는 기술이 들어가는 거고, 고객이 만족해서 떠나가지 못하도록 기술을 활용해 문제를 잘 풀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IT프로덕트를 만드는 곳을 보통 스타트업이라 하고, 스타트업의 정의 중 꼭 들어가는 용어가 '혁신적인 기술'이다. 혁신적인 기술은 KPI가 중요하지 않다. 세르게이 브린이 검색량을 20%씩 늘리자고 해서 지금의 구글을 만든 게 아니니까. 물론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도 있으나 이제 혁신적이라고 부를 만한 모델이 더 남았나 싶다.


7. 같은 '돈을 낸다'는 행위더라도 IT프로덕트와 커머스는 시작점과 지표가 다르다. IT프로덕트는 보통 무형의 습관과 문제를 풀어내고, 이는 떼어낼 수 없는 고착화된 유저의 습관이 된다. 좋은 경험을 한 유저는 기꺼이 프로덕트에 신뢰와 리텐션을 주고, 프로덕트는 광고든 멤버십이든 뭐든 그걸로 돈을 번다. 그래서 프로덕트는 KPI가 아니라 OKR을 지향한다. 딱 하나의 지표만 고려하기도 한다(북극성인지 OMTM인지 나발인지) 그 지표를 개선할 수 있는 과정이 중요하고, 그 지표만 잘 나오면 돈을 버니까.


커머스는 당장의 구매가 발생하지 않으면 가치가 없다. 수익이 나지 않는데, 커머스(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가. 돈을 못 벌면 동아리다. 물건을 사고 파는 과정은 예측하기 쉽고, KPI가 중요하다.


사실 이것도 또 어떻게든 연결지어 보면, 프로덕트는 경험을 만들고 수익을 만든다. 커머스는 거래로 수익을 만들고 경험을 이후에 만든다. 이런 식으로 짜맞출 수 있을 거다. 아무튼.



사실 요즘은 뭐가 됐든 지조때로 해석하며 일해도 상관 없다는 생각을 한다. 예를 들어 플랫폼은 공급자와 수요자가 자유롭게 이동 가능하다는 게 학술적 정의인데, 숨고나 크몽 빼고 이런 양면 전환이 자유로운 곳이 어디 있는가. 그냥 브랜드 다 때려박은 커머스도 플랫폼이라고 하는 시대에.


요즘 많이들 혼용하지만, 깊이 파고든 사람이 혼용하는 모습을 보면 좀 웃기기에 그래서 한 번 짚고 넘어가려고 했다. 청바지도 깊게 파면 리벳이 어쩌구, 포켓이 어쩌구, 백포켓에 스티치가 어쩌구, 셀비지가 어쩌구, 온즈가 어쩌구 끝이 없지만 그 따위로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 대중은 색이랑 핏만 이쁘면 그냥 산다.


프로덕트든 커머스든 돈만 벌면 그만이고, 음식은 맛만 좋으면 그만 아닐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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