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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eyooe Aug 31. 2020

집에 있을 때 ‘대부’ 보려고 했잖아요

<대부 2>(1974)를 보고


<대부 2>는 코를레오네 패밀리의 대부가 마이클 코를레오네(알 파치노)로 바뀐 지 7년이 지난 뒤인데도 불구하고 이전 대부인 비토 코를레오네(말런 브랜도)의 유년 시절로 시작한다. 관객은 어느새 아버지와 엇비슷한 검붉은 눈두덩이를 갖게 된 마이클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것도 잠시 아홉 살 소년 비토가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는 시실리의 황량한 마을로 순간 이동한다.


영화에는 중년의 아들 사이사이에 자라는 아버지가 있다. 이 비현실적인 시간의 흐름은 내 부모의 유년기에서 청년기까지를 궁금해하는 자식의 상상 속에서나 가능하기에 비토의 과거 장면에는 애잔함이 깃들어 있다. 예컨대 마이클은 마피아를 피해 뉴욕으로 도망친 소년 시절의 아버지가 자유의 여신상을 응시하던 눈빛이나 훗날 폐렴에 걸린 둘째 형 프레도를 노심초사하며 지켜보던 아버지의 표정을 결코 떠올릴 수 없다. 물론 누군가를 총으로 쏴 죽인 뒤 달려와 갓난아이였던 자신에게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아버지의 목소리 역시 그의 기억 속엔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대부 2>는 내게, 영화의 주인공은 영원히 알 수 없는 오직 관객에게만 보이고 들리는 이야기를 추가했다는 점 때문에 전편보다 더 깊고 장대한 걸작이다.


출처 = IMDb <The Godfather: Part II> 


마이클이 어머니에게 하는 “아버지는 가슴속 깊이 무엇을 생각하셨나요?”라는 질문은 <대부 2>에서 되풀이되는 기도문이다. 사람들은 그를 대부라 부르지만 그 말은 예전처럼 사랑과 존경의 뜻으로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이 아니다. 대가족을 위한 길고 널찍한 식사 테이블은 비토의 시절만큼 풍요롭게 북적이지 않는다. 자신도 조직도 어디론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걸 짐작한 마이클은 아버지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구원받고자 한다. 그는 누구라도 죽일 수 있다는 신조로 비대해진 조직을 지속시킨다. 혈육도 예외란 없어서 조직을 배신한 둘째 형을 종국에 제거한다. 아내도 예외일 수 없어서 자기 몰래 패밀리의 아이를 낙태한 아내 케이(다이앤 키튼)를 즉시 집 밖으로 추방한다.


그러나 그가 그런 식으로 지킨 코를레오네 패밀리는 원래 아버지가 내 가족과 친구를 지키기 위해 건설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사람을 품어 규모를 넓혀 나간 방공호였다. 아버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패밀리를 운영하길 원했던 건 다름 아닌 마이클 자신이었다. 또한 그는 정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시대가 끝났다는 걸 잘 안다. 하지만 바깥에 홀로 앉아 있는 마이클을 향해 고든 윌리스의 카메라가 서서히 다가가는 마지막 장면에서의 그는 자신에 대한 분노를 겨우 삭이는 것처럼 보인다.


출처 = IMDb  <The Godfather: Part II>


두 대부 중 눈을 더 자주 마주친 쪽이 알 파치노였기 때문일까. 나는 그의 대부 연기가 말런 브랜도의 그것보다 더 많이 기억에 남고 그 점은 내가 1, 2편 중 후자의 편을 드는 이유 중 하나다. 고즈넉한 앞마당에서 오렌지 껍질을 윗잇몸에 끼워 넣고 손자와 놀아주다가 풀썩 쓰러져 버리는 비토의 최후는 내게도 단 하나의 명장면이지만 영화를 생각하며 눈을 감으면 마이클의 한기가 도는 시선이 먼저 나를 감싼다. 지금도 나는 말런 브랜도의 ‘대부’가 아닌 알 파치노의 ‘대부’로 불려야 마땅하다고 조용히 목소리를 높인다.


항시 축축한 두 눈은 알 파치노의 강점이다. 그것은 강아지의 두 눈과 흡사해 보호가 필요한 대상처럼 보이게 하고 때론 깊은 우물처럼도 느껴져 속내를 알 수 없는 고독한 인간처럼 보이게끔 한다. 자신을 때린 경찰 반장과 아버지를 죽이려 한 마피아 보스를 죽이겠다고 선언하자 형에게 뽀뽀나 받던 마이클은 2편으로 넘어오자마자 조직원으로부터 손등에 맹세의 키스를 받으며 등장한다. 1편의 귀여운 반항아는 어디 갔냐고 웃으며 묻기에는 대부의 눈에 살기가 등등하다.


출처 = wallpaperaccess.com/michael-corleone


영화 끄트머리에 삽입된 과거 아버지 생일날 시퀀스에서 식사 테이블에 모여있던 가족 중 마이클만이 집에 들어온 아버지를 축하하러 가지 않는다. 자신의 장래 계획을 아버지가 당신 뜻대로 세우려는 걸 막 알았으니 축하 노래나 부를 기분이 아니다. 가족들이 아버지를 따라 오른쪽 복도로 몰려가면서 테이블에 오른쪽을 보고 혼자 앉아 있던 마이클은 그들 전부와 등진 꼴이 된다. 이 정반대의 구도가 찰나의 우연이 아님을 영화의 190분가량을 지나온 관객은 안다. 그는 가족을 보기 위해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




[chaeyooe_cinema]

대부 2  Mario Puzo's The Godfather Part II

감독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Francis Ford Coppola




영화의 주인공은 영원히 알 수 없는, 오직 관객에게만 보이고 들리는 이야기가 추가된 전편보다 더 깊고 장대한 걸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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