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병동에 파견 가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것들

지금도 일상을 지켜주고 있는 사람들

by 유세웅

뉴스에서 다뤄지는 코로나에 대한 소식은 자극적이다. 집단 감염이 일어나서 코로나 환자를 돌볼 인력과 시설을 구하는 게 어렵다는 소식, 100명, 200명... 확진자 수는 점점 늘어나서 1000명 가까이 되었다는 소식, 병상 부족과 끝내 살릴 수 없었던 사망자 수에 대한 소식을 듣게 되면 일상을 너머 누군가의 생명까지도 앗아가는 코로나의 모습에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마치 몸에 새겨져 있는 문신처럼 입과 코를 가려주는 마스크 쓰는 일은 각자의 일상에 새겨진 듯 당연하게 되었다.


작년 같았으면 사람들로 북적거렸을 연말, 연초의 거리도 한산한 풍경을 이루고 있다. 장사가 잘 되지 않아서 점포 임대가 붙어져 있는 가게,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온기를 나누고 있을 거리에는 쌀쌀한 바람이 그 자리를 대신해 추위를 느끼게 한다. 패딩으로 몸을 꽁꽁 싸매어 출근한 병원에도 확실히 출입하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 병원 출입문을 통과해서 내가 발걸음을 향한 곳은 병원 한 곳에 떨어져 있는 코로나 격리 병동이다.


코로나 확진 환자가 많아지는 것에 비례해서 중증 환자도 많이 늘어났다. 음압 병실, 인공호흡기 등 코로나 환자를 적절하게 치료할 수 있는 시설과 인력을 갖춘 곳이 그리 많지 않기에 중증 환자는 주로 대학병원 혹은 기업 병원으로 전원 하여 치료한다. 원래 이 곳은 감염균에 걸린 환자를 주로 보던 병동이었는데,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자 시설을 갖추기 위해 공사도 진행하고 기존 인력들이 중환자를 돌볼 수 있도록 교육하는 한편 중환자실에서 숙련된 간호사를 파견 형식으로 지원받고 있는 상태였다.


기존에 있던 선생님들 입장에서는 자신이 원래 보던 환자군이 아닐뿐더러 조금 더 숙련된 간호를 요구하는 중환자 간호업무를 익히고 해내야 했으니 심적 부담감이 상당했을 것이다. 또한 체계를 새로 만들고 고쳐나가는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감당해야 하는 스트레스가 많았을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점점 늘어나는 코로나 환자를 돌보는 과정에서 육체적, 정신적 피로가 쌓여 번아웃이 하루에도 여러 번 오고 있는 상태였을 것이다.


동료들에 비해서는 짧은 기간 코로나 환자를 돌봤지만, 동료들의 헌신과 노고를 목격했고 또 알리기 위해서 코로나 병동에 파견 가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것들에 대해 나눠보려고 한다.


첫째, 우리가 겪는 불편함은 불편함이 아닐 수 있다.


마스크 답답해서 더 이상 못쓰겠어.


길거리를 지나치다가 우연히 들은 누군가의 말이다. 이 말을 들으며 문득 나는 동료들의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답답했다. 코로나 환자를 돌볼 때는 KF-94가 아닌 의료용 N95 마스크를 착용하고 일을 하는데 두 개의 마스크 모두 써 본 입장에서, N95 마스크를 썼을 때 훨씬 답답하다. N95 마스크를 쓰고 Level-D 방호복을 입은 채 2시간 일하고, 2시간 쉬는걸 2번 반복하고 나면 땀으로 인해 유니폼은 흠뻑 젖고, 머리는 떡지고, 얼굴에는 고글과 마스크 자국이 새겨진다. 게다가 방호복을 입은 상태에서는 물을 마시지도, 화장실을 가지도 못하니 인내해야 하는 상황들을 여럿 마주친다. 코로나 일선에서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고 있는 의료진들의 모습을 기억할 수 있다면, 마스크를 쓰는 조금의 불편함은 감수할 수 있지 않을까?

Level-D 방호복 kit


둘째,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일상을 지켜주는 사람들이 있다.


만약, 코로나 환자를 아무도 치료하지 않고 돌보려고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아마 코로나 확진자 수는 1000명을 넘어 10000명, 100000명... 그 이상이 되었을 수도 있다. 코로나는 전염력이 있기 때문에 섣불리 코로나 환자를 돌보겠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지금도 코로나 환자 곁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의 일상이 그나마 더 무너지지 않고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감사할 것을 찾기 힘든 요즘이지만,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우리의 일상을 지켜주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감사함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셋째,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에게 지금 표현해야 한다.


코로나의 특성상 자신이 걸리게 되면 가족들도 같이 전염되어 격리되는 경우가 많다. 휴지, 물티슈, 기저귀 등 환자에게 필요한 물품을 요청하기 위해 가족들에게 전화를 하면 가족들도 코로나로 인해 자가격리 중이라 물품을 사 오기 힘든 상황이라는 답변을 듣게 된다. 각자의 상태가 호전되어 나중에 만날 수 있으면 다행인데, 그렇지 못한 경우도 존재한다. 승압제, 혈액투석, 인공호흡기 등 적극적인 치료를 병행함에도 불구하고 환자를 살리지 못하는 경우, 환자는 병동에서 임종을 맞이하게 된다. 다른 곳과 차이점이 있다면 코로나 전파 위험성 때문에 면회도 얼굴만 잠깐 볼 수 있을 정도로 할 수 있으며 면회가 끝나면 시신은 관으로 옮겨져 화장한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며 사랑을 표현하기에 지금보다 더 좋을 때는 없다.


이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유지시키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당연하지 않은 일들을 묵묵히 해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당연한 것 같았지만 당연하지 않은 우리의 소중한 일상을 불평과 불만과 무력감으로 보내기에는 너무 아깝고,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매일매일을 지금 이 순간에도 일상을 지켜주는 사람들을 기억하며 감사하는 한편 주변에 있는 소중한 이들의 안부를 묻고, 사랑을 표현하며 지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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