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세웅 Feb 22. 2024

내가 할 수 있는 건

주말마다 하고 있는 큐티모임이 있는데 말씀 묵상과 삶을 나누다가 병원에서 장기간 입원치료하고 계신 환자, 보호자의 손을 잡고 기도해 드리는 게 좋겠다는 마음을 주셨다.


일하던 중간에 시간을 내서 환자에게 다가가고 헤어질 때쯤

"혹시 기도해 드려도 될까요?"라고 여쭤봤는데

거절하는 분이 단 한 분도 없었다.

퇴근 시간은 1시간쯤 늦춰졌지만,

진작에 더 다가갈 걸이라는 후회가 들었다.


사실, 해볼 수 있는 치료와 돌봄을 다 해본 후에는 상태가 호전이 되는지 시간을 두고 기다려봐야 한다.

이 지점부터는 인간이 관여하기 힘든 부분이기도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기도 밖에 없는 순간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 땅에서의 삶이 끝이 아니라 하늘 소망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니까요..."라는 보호자분의 말에 변질되었던 내 마음이 다시 깨끗해진다.

보호자의 손을 잡고 중보기도 해드렸는데 잡은 두 손을 덜덜 떤 채 흐느끼며 우셨다.

병실을 나서며 "감사합니다."라는 그 말이 내 마음을 푹 찔렀다. 


또 다른 환자, 보호자에게 찾아가서 상황을 살핀 후 마찬가지로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보호자는 기도 끝에 아멘이라며 크게 말하신 후

"선생님이 세브란스를 살리는 존재예요"라고 말해주셨다. 

보호자의 그 말에 실제로는 매 순간 그렇게 살지 못하는 내 삶을 되돌아보는 반면,

내가 옳은 길로 가고 있구나라는 확신과 위로를 받는다.


[렘 5:1] 너희는 예루살렘 거리로 빨리 다니며 그 넓은 거리에서 찾아보고 알라 너희가 만일 정의를 행하며 진리를 구하는 자를 한 사람이라도 찾으면 내가 이 성읍을 용서하리라


고난 가운데서도 우릴 향한 하나님의 뜻이 있음을 굳게 믿는다.

비록 믿음과 삶을 살아내는 실력이 일치하지 못하고

낙심하는 순간도 무수히 많이 마주치지만

결국 죽음에 맞서 승리하신 예수님을 바라보며 겸손하게 그 뒤를 따라갈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위로를 잘하는 줄 알았는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