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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lisopher Mar 13. 2018

#8. 경찰잡문 '正沫路'

#MeToo가 경찰에게 말한다 - 폭력이 뿌리내릴 수 없게 하라고

같은 제복은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거기에 계급을 달면 서열이 매겨진다. 서열은 지배와 피지배, 명령과 복종의 표시이고 이는 피지배자의 무기력으로 연결된다. 즉 폭력을 당해도 반항할 수 없게 한다.     


이런 바탕 위에 경찰 내부에서 성폭력·반말·욕설·인신공격·따돌림·구타·인사 배제 등 온갖 종류의 폭력이 공개·변태·암묵의 형태로 벌어지기도 하며 묻힌다.    


**·이**·고*·모 대학교수·모 종교인 등 미투의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은 이른바 각계각층의 힘 있는 자들이다.     


그들은 제복을 입지 않았지만 정계·예술계·학계·종교계라는 틀을 입는다. 마찬가지로 그 안에서 그들은 동질감을 느끼고 영향력이나 인기도에 따라 서열이 매겨진다. 그렇게 다양한 형태의 억압과 폭력이 그 안에서도 자행되고 묻힌다.    


#MeToo의 본질은 어떤 옷을 입었냐가 아니다. 권위의 폭력성을 이해하는 데 있다. 내가 속한 조직의 폐쇄·경직·억압성 지수를 경험과 객관 지표로 어떻게 드러내느냐다. 그래야 해결방법도 보인다.    

 

미투 운동은 권위에 짓눌린 여성들의 自殺과 다름없는 자기 드러냄에서 촉발했고 여전히 그것에 의존한다. 피해자가 2차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폭로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권위의 자기반성과 자정작용을 기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하고 있어도, 호소해도 내버려 둔다.     


너도나도 감시자가 되어버리면 미투 운동은 경찰 문화가 되어버릴 테니 말이다.


유력 정치인마저 몰락시킨 미투 열기가 쓰나미 마냥 세상을 덮치고 있어도, 경찰 내부는 놀랍도록 차분하다. 명예와 인생을 건 경남청 임모 경위의 폭로가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오랜 기간 권위의 폭력성에 적응해 온 이들은 권력이란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님을 안다. 폭력이야말로 권력 유지의 가장 중요한 장치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폭력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권력의 심장에서 보다 멀리 있는 이들의 손에 맡겨질 수밖에 없다.     


나아가 성폭력 피해로 국한되었던 미투 운동을 모든 권위의 폭력에 대한 저항 운동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성’ 폭력은 권위가 휘두르는 폭력의 한 형태일 뿐 ‘그’ 모양 따위는 얼마든지 바꾸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힘에 의한 폭력이 발붙이지 못하게 하려면 폭력을 해서도, 당하지도 않아야겠지만 구경만 하지 않겠다는 보편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너도나도 감시자가 되어버리면 미투 운동은 경찰 문화가 되어버릴 테니 말이다.


#MeToo는 경찰에게 말한다. 폭력이 뿌리내리기 어려운 척박한 토대를 만들라고.     

  

ᆞᆞᆞkantrolᆞᆞ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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