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 이야기가 좋다

성장의 촉매제

by polisopher




나는 알고 있었다. '시작이 반'이라며 300기 후보생들과의 첫 수업을 마치고 했던 말, 현실이 되어 버린 예언. 맞다. 그들이 입교한 지 절반을 넘어섰고 현장에 나가기까지 불과 두 달도 남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며 어색했던 눈빛은 어느새 장난기 넘치는 인사와 오버 액션으로 바뀌었다. 오늘 그들과 나와의 관계를 묻는다면 렇다. 그래서일까 현장 이야기를 듣고 싶다며, 방황끼를 덜어내고 싶다며 찾아오는 이들도 한두 명씩 늘고 있다.


나는 그들과의 이야기가 좋다. 느끼고 배울 수 있다고 기대하는 그들만큼이나 나 역시 배우고 깨닫는다. 짧게는 23년 길게는 40년 가까이 살아온 이들의 스토리를 듣는다는 건 좌절과 웃음, 탄식과 기쁨이 범벅된 인간극장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꽤 어린 시기부터 해외봉사활동을 통해 헌신의 가치를 깨달은 이, 그녀는 누구보다 경찰의 본질을 이해하리라 생각했다. 정해진 코스를 모범적으로 이수하고 여기에 이르렀지만 옳은 선택인지 방황하는 이들을 보며, 고뇌를 숙명으로 여겨야 하는 경찰의 단면을 보았다. 삶의 슬픔을 얘기하며 눈물을 쏟아내는 이에게서는 민원인의 눈물을 마주하게 될 그의 모습을 그렸다.


경찰후보생들과 내가 성장하고 있는 곳, 오래된 휴게실 (c)대파경


그들은 그들의 삶과 미래의 고민을 스스럼없이 말하면서 나에게 무언가 답을 얻기를 원한다. 하지만 나는 몹시 불안한 존재다. 내가 옳다고 믿는 삶을 간신히 버텨내고 있을 뿐이다. 그런 내가 그들에게 무슨 말을 해줄 수 있겠는가. 그래봐야 현장에서 겪였던 사건사고들과 지극히 사사로운 이야기일 뿐인데.. 허나 나는 새삼 깨닫는다. 보잘것없다고 생각했던 에피소드 하나가 어떤 사람에게는 큰 위로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그래서 요즘 부쩍 두려워졌다. 말도 행동도 신중해야겠다고 말이다. 한 편으로는 마음을 더욱 오픈하고 그들과 대화를 해야겠다고도 생각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사람 이야기가 좋다. 타인의 성장 스토리는 생각과 판단 그리고 오감을 흔들어 주기 때문이다. 틀리지 않았다면 그들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그렇게 우리들의 이야기는 서로의 삶에 촉매제가 되고 있다.


ㆍ대한민국 파출소 경관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