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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기타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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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주 Feb 02. 2018

(4)론도너도 피해갈 수 없는 외로움

기타의 삶 두 번째, 영국

워킹홀리데이 제도를 이용해 영국에서 머물렀던 일년 반.

새로운 공간에서 낯선 일들을 겪으며 천천히 스며드는 여행인 듯 삶인 일상의 기록을 담습니다.



영국에서 집을 구하고 일을 구하고 런던 구경도 꽤 하고 나면 슬슬 외로움이라는 놈이 스며들어왔다.

물론 나처럼 혼자임을 갈망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래도, 인간은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데카르트가 아닌 이상 속이 뒤틀리거나 엉뚱한 생각을 시작하거나 무기력함에 빠지기도한다. 


1.

가끔은 '아, 나저기 가보고 싶어.'하는 곳들이 혼자 가기에는 애매해서 향하는 것을 망설이거나, 한동안 입은 양치를 하고 음식을 섭취할 때만 열어서 누군가말 벗이 필요하거나, 그냥 옆에서 살 부비우며 사소한 행동에 '함께' 웃거나, 내가 이 곳에서 앞으로 뭘 파먹고 살아야 되는지 의문이 들거나, 많은 생각이 쉼 없이 머릿속에 치고 들어올 때 맥주 한잔 하면서 막힌 머리를 뚫어줄 누군가가 필요할 때가 있지 않나 싶다.


그리고, 영국에 와서 기왕 지내는데 현지에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문화나 생각을 공유하면서 좀 더 영국을 즐기고 싶다는 기대이자 욕심은 워킹홀리데이를 통해 영국에 오는 사람들 중 단지 돈 벌러, 단지 영어공부를 하러 오는 사람이 아니면 누구나 가지지 않을까. 



나는 고맙게도 영국에 머무르면서 수십명의 인연을 만들수 있었다. 

적은 숫자일수도 있지만 누군가를 통해 지금도 "패티, 한국에서 잘 지내?"라는 안부를 건너 듣게 되는 사이의 심도 있는 인연으로 따지면 충분하다. 



영국에서 누군가를 만나 인연이 되어 지낸다는 건 본인이 적극적이지 않으면 쉽지 않다. 그들의 삶에 브랜드 뉴(Brand New)로 등장한 건 나이기에 내가 먼저 인사하고 말 걸고, 식사나 맥주 한잔을 함께 하길 권하는 건 사람을 사귀는 자세로서 꽤나 괜찮았다고 본다. 내가 먼저 아는척하고 얘기를 꺼내고 크게 웃는 게 상대방을 향한 호감의 표현이고 그게 상대방에게도 호감으로 받아들여지면 자연스레 인연이 됐다.


2.

언어 교환


영어는 끊임없이 연습을 해야 했고 그러면서 어플리케이션으로 헬로우톡과 밋업(Meetup)을 이용했다.

#헬로우톡(Hellotalk)

예전에도 내가 언어 습득하기 좋은 어플리케이션으로 포스팅 한 적이 있는데, 영국에와서는 지역을 업데이트 해서 영국에 사는, 특히 내가 있는 런던이나 런던 근처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었다. 그렇게 언어 교환을 해서 한 명은 실제로도 만났으나 상대방이 영어를 쓰려고 하지 않아서도움이 되지 않고, 그렇게 나와 맞는 성격은 아니었기에 그 뒤로는 사이버 친구로 어학에만 도움을 주는 친구로 남았다.


#밋업(Meet up)

밋업은 사람들과 소셜라이징 하는 용도로 해외만 나가면 위치를 업데이트해서 현지에서 언어교환 모임이 있는지를확인하고 내가 여행하는 기간에 모임이 있으면 항상 참여했다. 런던에서는 3군데의 밋업 모임에 참여했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으나 나는 지금 밋업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과 연락을하지 않는다. 마음에 드는 사람들과는 연락처를 교환하고 모임에 계속 나가면서 친해질 수 있다.


1) MommothLondon Language Exchange on Wednesdays(매주 수요일 저녁 6시반)

런던에 처음 도착해 언어를 열심히 파먹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언어라는 장벽을 허물기 위해 내가 간 첫 번째 밋업 모임은 레스터스퀘어 쪽에 있는zoo bar에서 매주 수요일 저녁 6시 반에 진행되고 있다. 정말 한 100명이 넘는 사람이 지하 한 층을 빌려 쓰다 보니 너무 정신이 없었다. 많은 무리 중에 나는 혼자였다. 그러니 보통 그룹으로 왔거나 이미 이 모임에 여러 번 왔던 사람들끼리 대화를 하고 있으니 사람들에게 억지로라도 말을 걸지 않으면 가서 혼자 눈치만 보다가 입 한번 못 열고 올 수 있다. 


언어교환에서는 영국인 보다는 영어를 하려는 외국인들이 많았다. 

나처럼 아시아 인은 일단 드물지만 얘기하면서 알게 된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루마니아 등 유럽 친구들이 많았다. 일단 영국에 온지 얼마 안되었고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기에 영어가 필요한 젊은 친구들이 모이니 일단 정체 불명의 발음이나, 부족한 영어실력도 부끄럽지 않다는 강점이 있었다. 

분위기는 두 시간 정도 지나야 술도 좀 마시면서 무르익는데 계속 자기소개를 하고 "영국 왜왔냐, 언제 왔냐, 어디 사냐, 한국사람 처음 본다."등등얘기를 다섯 번은 반복하게 되면서 '나는 이 모임은 다시 못 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모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었다.


2) JapaneseLanguage and Culture(토요일 오후 12시. 영어- 일본어)

일단 런던에사는 학생이나 직장인 중에 일본에 관심이 있는 유럽 사람들이 주로 온다. 한 시간 반 동안 두 번 그룹을 랜덤으로 바꾸어서 진행되고 처음엔 일본어 회화를, 다음은 일본에 관한 주제를 가지고 영어로 토론을 하니꽤나 어학적인 면으로도 문화를 이해하는 면에서도 도움이 된다. South bank쪽 National Theatre에 일부 공간을 빌려서 진행되고 그룹마다 일본인 들이 언어 선생님으로 계신다. 나는 일본어도 하면서 영어를 연습하는 어학용으로 이 모임에 두 번 나갔었고 어학이 목적이니 딱히 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욕망이 없었다. 왓츠앱(WhatsApp) 아이디를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왓츠앱이 없다며, 처음 만나는 사람들도 단번에 알아차릴 거짓말로 철벽 차단을 해버렸다. 나는 회사를 다니고 있었기에 이미 있는 인간관계도 영국까지 와서 더럽게 넓혔다고 생각할 무렵이라 친구들을 사귀지는 않았다. 


3) UKKorean Language Exchange(토요일 오후 3시,영어 - 한국어)

한국 문화와 한국어에 매료되었거나 한국에 가 본 경험으로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모임에 갔을 때 1/3은 한국 사람들이었고 영국인들과 그 밖에 영국에 꽤 오랜 기간 살고 있는 외국인들이었다. 내가 친해진 친구들은 나보다 한참이나 어려 조카 같다고 한 19세부터 23세 여자아이들이었다. 왕이 나오고 전통 의상을 입고 있는 모습이 짜릿하고 좋다며 한국 사극을 즐겨 본다는 19세 흑인 영국 친구는 "나는대장금 진짜 좋았잖아"라며 엄청 귀여운 한국말을 한다.


트라팔가 광장 근처에 있는 한국 문화원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김치 만들기도 했다며 자랑을 할 정도로 한국에 관심이 많은 어린 친구들은 이 모임에 단골 참여자들이다. 3개월간 한국에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다는 남자 아이는 한국어를 들을 수는 있는데 말을 못하겠다며 스피킹 연습을하러 모임에 왔다고 했으나 지칠 줄 모르고 영어로 말하길래 덕분에 내가 리스닝 연습을 할 수 있었다. 분위기는아기자기하고 끝나고 자동적으로 한식당에 가는 모임이 꾸려져 즉석에서 '아랑'이라는 한식당에 같이 가 식사를 하기도 했다. 런던에 있으면서 친구 사귀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추천이고 어학을 배우기 위한 사람들에게는 글쎄다. 오는 외국인들이 카카오톡 계정을 가지고 있어서 연락하고 만나기가 쉽고 선한 친구들이 많아 분위기는 좋았다.


3.

데이팅(Tinder/Badoo/POF/Happn)


영국에, 아니지 유럽 전체일 것 같다. 

"너희들은 대체 여자(남자)를 어디서 만나?"라고 물어보면 이십 대 초 중반의 친한 동료들은 클럽이나 펍이라고 당당하게 얘기했고, 그 외에는 지인들의 파티나 모임에 가서 친구의 친구를 만나든 한다고 했다. 2014년에 내가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앞 트램 정류장에서 내가 마음에 든다며 다가왔던 독일남자에게 명함을 받았다고 얘기를 하자 기가 차고 코가 차다며 아직까지도 전설처럼 가끔 이야기하는 스페인 친구만 보더라도 그렇다. 


늬들은 유러피안이라 세련되고 시크해서 소개팅 미팅에 목매고,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에게 "누구 없나?"부터 "나 외롭다, 여자(남자) 좀 소개시켜줘"등의 얘기를 꺼내지 않는구나 하고 넘겼었다.

 

아니 왠걸, 

내가 오해했다.

사이버 상에서 서로 구애를 엄청나게 하고 있었다. 

그래.

그렇지.

이들은 쑥스러웠던 것뿐이다. 

데이트 어플리케이션이 정말 성행한다.

마구잡이고, 가입해서 목록을 넘기다 보면 건너건너 아는 사람들도 다 하고 있고 심지어 직장 동료를 만나는 순간은 빛과 같은 속도로 어플리케이션을 삭제하게 만들기도 한다.



#틴더(Tinder) 그리고

틴더는 홍콩에 살았던 이전 직장 언니가 내가 영국에 도착할 때쯤 알려줘서 처음으로 시도했던 어플리케이션이다. 영화도 보고 공원도 같이 가고 커피 마시고 가 볼만한 좋은 곳을 안내 받기도 하고......철저히 '나' 중심으로 내가 원하는 것들을 함께 해 줄 사람이 필요해서 이 앱에 가입을 했다. 


자고로 언어를 배울 때 연애만한 공부 법이 없다고 하지 않는가. 연애에 목적이 없어서, 말이 잘 통하는 북쪽에 리즈 출신이나 공간디자인으로 석사까지 마치고 최근까지 프리랜서를 하다가 런던에 있는 회사에 출근하게 됐다는 크리스라는 놈은 세상에. 만나서 몇 잔의 페로니를 마시며 네 시간 정도 얘기를 하고 다음에 또 보자며 헤어지고 바로 문자가 왔다. "우린 좋은 친구가 되길 바래. 다음에 베스널 그린에 있는 한식당에 함께 가자." 


"......?"

"누가 친구 말고 다른 거 하자고 했나?"


아무튼 이 어플리케이션에 등록하면 적극적인 남자들이 너무나 저돌적으로 들어 오니 나처럼 낯 가리는 사람은. 기타 바두(Badoo)나 POF(Plenty of fish), 해픈(Happn)등 외로운 영혼들을 위한 어플리케이션은 많이 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는 사이버 상에서 신분이 명확하지 않으니 조심해야 한다. 어이없게시리 분명 모든 앱이 다른 앱인데 그사람이 그사람이다. 

겹친다. 

그만큼 다들 외롭나보다. 

그런 상황에 그들도 생각하겠지.



4.

"아 얘 앱마다 있어, 더럽게 외롭나봐"


그리고 회사 여자 동료들끼리 모든 데이팅 앱과 관련하여 심도 있는 토론을 한바탕한 적이 있으나, 이런 앱들은 무료라서 개나 소나 나 들어와서 물이 안좋고 유료 앱은 돈을 내고서라도 여자를 만나야 하는 하자 있는 남자들이 많아 또 물이 좋지 않고, 결론은 다 물이 좋지 않아 우리가 연애를 못하는 거라고 했다. 8년 동거하다가 헤어진 40 중반 언니와 싱글맘 30세, 그리고 영국에 온지 얼마 안된 동양 애 나, 남자친구랑 헤어져서 홧김에 다른 남자 만나려는 스물 셋의 동생까지. 정말 물이 좋았던 건 암스테르담이었노라 입이 닳도록 말하고 다녔다. 거리가 온통 런웨이라고, 그러다 런던에 돌아와서 앱을 켜서 위치를 업데이트 하니 물이 오염이 되었고, 우리동네 돌아와서 위치를 다시 업데이트 하니 물이 아예 흐려졌다. 



쿨하고 멋져 보이기만 했던 런던, 영국, 유럽.

이곳에서의 시간이 여행 아닌 생활이 되는 순간.

가상 공간에서의 구애만 죽어라 하고 있는, 넘쳐나는 외로운 영혼들의 무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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