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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주 Jun 05. 2017

들어가기, 나의 따스했던 기억 하나

여자 혼자 떠난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에서 마지막 밤.


직접 장보고.

또 요리하고.


이탈리아 청년이 이탈리아어로 "안심을 세 덩어리를 주는데 하나는 볼로네제소스에 넣게 갈아줘."라고 요청을 했고 정육 코너에 계신 스페인 아저씨는 이탈리아어를 하시진 못해도 청년의 말을 알아 들으시고는 그대로 준비해주셨다.

 

두 사람의 대화는 <영어>라는 공통 언어 없이 스페인어와 이탈리아어가 뒤섞인 채 이어졌다.











깐깐한 이탈리아 청년 쉐프 덕분에 한시간 반을 한 10곳도 넘는 곳을 둘러보며 저녁에 필요한 식료품을 마련하기 위해 그렇게 바르셀로나 시내를 돌았나보다.



직접 파스타에 스테이크 준비하는 이탈리안 미르코와 주방 보조 말레이시안 청년 하피즈. 런닝맨을 그렇게 좋아한다며 런닝맨을 보지 않는 나에게 자꾸 "런닝맨에서 그러는데 삼겹살이랑 자장면이 그렇게 맛있다며?"이런다. 


의외의 복병이었던 일본 후쿠오카 '야스시 아저씨'


공교롭게도 미르코를 제외하고 나와 하피즈, 야스시아저씨의 바르셀로나에서의 마지막 밤이 모두 같았다. 호스텔에서 한 방을 쓰게 된 인연도 값지게 생각한 네 명이 저녁 식사를 함께 하기로 했고, 처음에는 우리의 일정에 참석만 하겠다며 수동적인 태도를 보였던 야스시 아저씨는 값비싼 와인과 하몽, 스테이크 고기, 그리고 밤 늦게 밖으로 나가 들렀던 바에서의 마무리 한잔까지 모두 계산하셨다. 


공항으로 향하는 새벽 택시. 

셋이 돈을 모아 택시를 타고 편하게 공항에 가자며 먼저 제안했던 말레이시아 청년 하피즈는 공항 청사가 상이하여 먼저 이별을 해야했다. 바지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어 택시비를 계산하려는 찰나에 야스시 아저씨는 두 손으로 힘있게 청년의 지갑을 닫으셨다. 본인이 계산하시겠다고 했고, 택시비를 혼자 부담하게 만든 게 미안해서 커피를 한 잔 사드리겠다고 하는 내게 양쪽 바지 주머니에 묵직하게 들어서 귀찮다며 동전을 잔뜩 꺼내어 커피 값까지 흔쾌히 내어주셨다. 


넉넉인심의 유쾌한 일본아저씨는,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기도 전에 면세를 이용하고 텍스 리펀을 받아야 한다며 서둘러 종적을 감추셨다. 








마지막 밤은 영어를 불어처럼 하는 프랑스에서 태어난 라오스 청년 데미안까지 한데 모여 까사 바뜨요를 등지고 사진 한 장. 이탈리안 청년은 끝까지 이탈리안 포즈.


어마어마한 이탈리안부심의 '미르코'


요리를 정말 날로 하는 거 같고 딱봐도 오버쿡이였는데 면도 잘익고 스테이크도 부드러웠다. 일본에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소유하고 계신 일본 아저씨도 여태 자신이 먹어 본 파스타 중에 가장 잘 삶아졌다고 칭찬 일색이었다. 



소스를 만든다며 고기를 익히는데 와인 조금 물 조금 다진 양파 조금 소금 조금 넣더니 빵에 얹어서 먹어보라며 내어준다. 보기만 했을 때는 꽤나 고기 누린 냄새가 날 것처럼 보이는데 신기하게도 맛이 좋다.






우리도 모르게 그새 시장에서 하몽을 넉넉하게 사오신 일본인 야스시 아저씨 덕분에 입이 호강했다.





자꾸 우리한테 "이게 좋다.", "이 지역 이름이 쓰여 있는 것은 가격과 관계 없이 맛이 좋은 와인이다."라며 온갖 눈에 보이는 좋은 와인들을 알려주더니, 결국은 좋은 와인들은 너무 비싸다며 5유로(6,000원)도 채 되지 않는 싸구려 와인을 집어드는 미르코의 고집에 우리는 모두 저렴한 와인으로 목을 축였다. 와인 병이 비어갈 때 쯤 조용히 자리를 떠나 미르코가 좋은 와인이라고 입이 닳도록 언급했던 것 중에 한 병을 구매해서 쓰윽 테이블에 놓아 주신 호인 야스시 아저씨 덕에 이탈리안 남부 시골 청년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짧았던 바르셀로나로의 혼자 여행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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