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 단계 격상에 따라 예정된 강좌를 연기하게 됐습니다. 상반기 개강 일정이 모두 불확실해졌습니다."
오늘 아침 만해도 전화와 문자로 두 건의 강의 취소 혹은 연기 일정을 알려왔다.
한번 연기했던 개강이었는데, 힘들게 올라가던 자동차가 완전히 멈춰버린 느낌이다.
다른 힘을 가진 것이 와서 견인해주어야 할 자동차가 된 느낌.
내 일상도 이렇게 코로나 폭풍 직접 영향권에 들어있다.
그저께 인터넷으로 살림살이를 몇 가지 주문했다.
주문과 배송이 늦어진다는 메시지가 떴다. 사흘씩 걸려 오늘에야 배달된다는 것이다.
평소 당일 배송될 물건들인데. 결국 신선식품 주문은 취소했다.
별일 있겠나, 말은 하면서도 불안해진다.
인터넷이나 일부 채널에서 대구 시내 상점 진열대가 빈 모습을 보여준다.
불안이 가중되는 걸 느낀다. 그들은 사람들이 불안해할 것을 조장하는 듯하다.
대구 사는 페북 친구가 사실이 아니라며 전보다 많은 물건을 사는 건 사실이지만 매대가 빌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또 다른 페친은 시골에 혼자 계시는 어머니한테 매일 다녀온다고 했다.
밀린 일도 있고, 해야 할 일도 있는데, 어머니한테 안 갈 수 없어 간다고 했다.
"매일 엄청난 사람들이 죽는다매?"
어머니의 불안은 혼자서 해소될 상황을 넘어선 것 같다고 했다.
마을회관에 모여 밥도 해 먹고 서로 의지하던 노인들이, 코로나 때문에 한데 모이지도 못하니
집안에서 하루 종일 틀어대는 코로나 뉴스를 보니 패닉 상태에 빠지신 것 같다고, 빌어먹을 놈들이라며 화를 냈다.
지난 토요일에는 파주 속죄와 용서의 성당에 가서 미사 참례하기로 했던 것도 취소했다.
마니가 그곳에서 그리고리오 성가로 미사 드리는 첫날이었다.
가족이 함께 가서 성가단 데뷔를 축하해 주기로 했었는데 다중이 모이는 시설에 참석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서였다. 일요일 미사도 불참했다.
같은 회합 활동을 하는 신자 두세 명이 미사에 다녀온 이야기를 단톡방에 실어놓은 것으로 성당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성당도 몇 차례에 걸쳐 코로나 방역에 관해 미사 등 종교활동에 대한 지침 문자를 보내왔다.
마스크를 쓸 것, 주보는 보고 반드시 가져갈 것, 미사가 끝나면 모이지 말고 곧장 흩어질 것, 각종 회합은 다 취소할 것, 새 신자 교리교육도 취소할 것 등등.
사람들은 역병의 수호성인을 단톡방에 올리기도 하고
누군가 만든 기도문을 올려놓기도 한다.
기도문을 읽은 이들 중에는 '아멘'으로 응답하기도 한다.
그들의 응답은 불안 때문일 테지만, 착잡하기 그지없다.
신흥종교인이나 어느 정치적 목사가 이끄는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광화문에 모인 군중들과 달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이 하필 이성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은 것에 마음을 부려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연일 새로운 감염 확진자가 100명 이상씩 나오고 있다.
오늘자 발표는 763명이 되었다.
2월 초만 해도 확진자 1번, 2번... 23번, 번호를 매기면서 비교적 느긋했다.
완치자도 나오고 전염속도도 완만하여 당국이 잡을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대구에서 발생한 새로운 부류의 환자, 신천지 교인의 코로나 발병은 상상을 초월하여 번지고 있다.
이제 사람들 사이에 31번 환자로 불리는 그는 간신히 막아놓았던 지옥 뚜껑을 열어젖힌 사람이 된 것이다.
5,6일 새 사망자도 7명이 나왔다. 속도가 너무 빠르다.
코로나 온상 같은 신천지교회, 전체 환자의 80프로가 신천지 교인이거나 연결되어 있다.
정부는 어제 전염병 위기 단계를 '심각단계'로 올렸다.
대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필사적인 방책으로.
신천지 첫 확진자 31번이 나온 대구는 예비 병상을 1000상 확보할 거라 하고,
서울시장도 방송에 나와 만약을 대비해 서울 시내 시립 병원 세 곳을 비워서 코로나 환자를 집중 관리할 태세를 갖추었다고 한다.
불안이 의심을 키우고 의심이 불신이 된다.
불안을 조장하고, 불안을 파는 이들의 농간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