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권하는 사회

쓸데없이 진지한 일기

by 김패티

"사고가 공간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환경이 문제인가 사람이 문제인가, 생각이 건조하고 편협해진다. 코로나 영향인가도 싶고. 공적 공간에 음악으로 사적 공간을 입혀볼까!"

복직한 그는 이전과 가장 크게 달라진 환경으로 자기 방이 좁아졌다는 점을 들었다. 아예 창이 없는 방이라고 했다. 그에게서 시야가 자꾸 좁아진다는 이야기를 몇 차례 들었다.


요새 잘 나가는 건축가가 쓴 글을 읽다가 고개를 주억거린 일이 있다. 요지는 창의성은 공간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인데, 교육의 목표로 창의적 인간 양성이라고 정하고 전혀 창의적이지 않은 공간에서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말이었다. 목표가 창의성 함양이면 과정도 창의적이어야 하는데. 그는 주장을 뒷받침 하는 자극적인 예를 들면서 학교와 교도소가 같은 공간구조를 갖고 있다고 했다. 교도소의 공간이 넓을 리 없고 천장이 높을 리 없다. 그 자체로 인간을 억압한다는 것이다. 학교가 그런 점을 닮았다며 통제와 관리 효율만 극대화시킨 건축물 구조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학부모들에게 가슴 찔리는 소리도 덧붙였다. 아이들이 학교가 끝나면 집으로 돌아오는 게 아니라 창의성과 전혀 관련없는 교육을 받으러 상가 건물에 있는 학원을 순례하게 한다면서, 아이들 학원 수업이 끝나길 기다리는 엄마들은 천장 높은 카페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말을 했다. 천장 높은 공간이 엄마라고 필요없는 건 아니지만 보다 절실한 사람은 아이들이라는 말을 그렇게 표현했다.


H의 시야도 그를 둘러싼 심적 물적 환경에 영향을 안 받았다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코로나 핑계를 빌려 썼지만 실은 근본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은퇴 후 시간이 흐를수록 질이 좋은 일자리나 일감은 구하기 어렵다. H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 짐직한다.


아직 현역이냐, 대단하다, 이런 인사를 받을 때가 있다. 은퇴 후까지 너무 오래 일하는 세상을 살다보니 그런 인사를 주고받는다.


이건 좀 다른 소린데, 5060세대라 불리는 이들을 포함한 이전 세대들은 남에게 짐이 되는 걸 견디기 힘들어 한다는 걸 어디서 읽었다. 여유가 있어도 놀 줄도 모른다. 아니다. 노는 걸 죄악시한다. 멍때리기라니. 쉴 때도 건전하고 발전적인 생각을 해야 한다. 나도 그렇다. 이들 세대는 할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일을 하려고 한다. 일할 수 있는 걸 축복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로 너무 오래 일한다.


그는 남들 일하는 월요일 쉰다. 오는 월요일에 꽃이나 한다발 들고 찾아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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