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aul Jan 08. 2024

푸념없는 한해가 되기 위한 발버둥

플랭크를 할 때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딱 40초를 넘어가는 순간이다. 이를 잘 참아내면 비로소 1분이란 목표를 달성하는데 그때 얻는 쾌감은 나름 뿌듯하다. Paul 제공

누군가 내게 2024년도 목표가 무엇이냐 물은 적이 있다. 순간 뚜렷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아무런 목적 없이 사는 것인데 이를 묻는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하다니. 돌이켜 보면 지난해 나름의 목표를 세워 지켜가려 했으나 일에 매몰돼 능동적으로 살지 못했다. 여유가 좀 더 있었다면 대학생 시절 마냥 몽상가 뒤를 쫓듯 꿈을 꾸며 살았을 텐데 말이다.


저 말이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정말 그랬다. 오래전부터 기대했던 삶의 모습과는 동떨어져 현실의 일을 처리하며 살아야 했다. 그러다보니 잠깐 틈이 생길 때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해외로 도피를 했다. 지난해에만 일본 2번과 호주 1번을 아무런 계획 없이 출국 2주 전에 급하게 결정해 다녀온 것이 그 사례다. 해외에 나간다고 큰 위로가 되진 않았다. 현실을 어떻게 해서든 잠시 벗어나보려고 열심히 발버둥쳤단 뜻이다.


이런 내가 올 안해 멋드러진 계획과 목표를 세운다고 한들 제대로 지킬 수나 있을까 싶었다. 이에 머뭇거리며 답하지 못했는데 좀 다르게 생각해보니 아주 작은 것들은 실천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틈새공략이란 말이 있지 않은가. 가랑비에 옷이 슬며시 젖어가는 것처럼 눈에 크게 띄지 않지만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올 한해가 끝날 무렵 뿌듯한 회고를 할 수 있겠단 확신이 생겼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바로 플랭크(Plank)다. 운동은 지난 2022년 12월 시작한 뒤로 헬스장 휴일이나 해외 및 지방 일정 등을 제외하고 빠짐없이 했다. 지난해 이룬 목표 중 하나라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올해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역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운동을 하고 있으니 이제는 삶에 안착한 루틴이 됐다고 말할 수 있다. 이 루틴 가운데 추가 변화를 줘 하나의 목표를 새로 만든다면 또 다른 지속가능성에 도전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해당 마음을 먹은 날로부터 현재까지 운동을 하러 헬스장에 가면 플랭크를 잊지 않고 하는 중이다. 이 기간 동안 헬스장의 공식 휴무가 있어 플랭크를 하지 않을 수도 있었으나 끝내 집에서 맨 바닥에 엎드려 할당량을 해치웠다. 앞선 글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이를 계속 할 수 있는 건 손발이 오그라드는 나만의 주문 덕분이었다. 바로 "이것 하나 못하면 난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 말이다. 어찌보면 나를 옥죄는 말이 될 수 있겠으나 이 주문으로 여태껏 이뤄낸 것들이 많으니 나를 채찍질하기에 더없이 좋은 도구가 되어준다.


이밖에 1월 1일부터 다시 성경 맨 앞에 있는 창세기를 펼쳐 읽고 있다. 성경을 1독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지난 2020년부터 작년까지 꼬박 4독을 끝낸 바 있다. 기쁘든 슬프든, 바쁘고 지친 상황에 있다 해도 어쨌든 윗분과 내가 비전을 두고 기도하는 시절 세운 약속이니 무슨 일이 있어도 최우선으로 지켜내고 싶은 목표였다. 성경을 4독이나 해 암송할 수 있는 구절이 대단히 많을 것 같지만 돌아서면 까먹는 보편적 인간이란 걸 매년 확인하고 있다. 어쨌든 이것도 올 한해 이뤄내야 할 목표 가운데 하나로 선정할 수 있겠다.


최근 일을 하며 선후배들과 하는 가장 많은 말은 "2024년도가 아닌 그냥 13월인 것 같다"이다. 세상은 새로운 한해가 시작됐다고 하지만 정작 현실은 어제와 다름 없는 동일한 하루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의 말대로라면 우리에게는 12달 365일이란 기회가 새롭게 주어진 셈이다.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냥 똑같은 일상이다며 푸념만 할지 아니면 좀 다른 무언가로 채워갔다고 뿌듯해할지가 결정되는 것 같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시간이란 귀한 자원, 적어도 이같은 작은 목표들이 한 데 잘 모여 융합하도록 끊임없이 사부작거려 봐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시작은 했지만 멈칫하게 될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