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 호주 브리즈번 방문 영상이 올라온 바 있다. 잠자리에 들기 전 가족이 거실에 한 데 모여 TV를 통해 시청했는데 화창한 하늘이 펼쳐지는 장면에 부모님은 "한 번 가보고 싶다"는 말을 계속 하셨다. 여기에 내 대답은 "호주는 진짜 한 번 살러 가야 한다니까"였다. 늘 그리운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이날따라 영상에서 비춰지는 호주의 모습이 그렇게 좋아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이같은 마음을 먹은 건 간단한 이유가 있었다. 요즘 치열하게 사는 것에 신물이 났기 때문이다. 치열하게 살면 얼마나 그렇게 사냐고 묻겠으나 저마다 상대적인 삶을 살고 있으니 내 기준에서 그렇단 말이다. 사실 치열하다고 해봐야 별 것 없다. 모두가 다 그렇듯 새벽 일찍 일어나 집을 나서고, 회사에서 시키는 일에 떠밀려 언제 시간이 흘러갔는지도 모르고, 집에 돌아와 씻으면 어느새 내일 출근을 위해 자야 하는 일상. 누구에게나 똑같이 벌어지는 이 일상을 두고 지쳐가는 마음이 커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철없는 소리일지도 모르겠다. 어떤 이들은 취업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마당에 배부르니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릴 여유가 있다 지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여러분도 한 번 가만히 생각해보길 바란다. 하루 가운데 다가올 나의 먼 미래를 행복하며 기대하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막연한 망상 따위가 아니다. 정년 은퇴 같은 수십년 뒤가 아닌 당장 어제와 오늘만 생각해봤을 때 마음 편히 바보처럼 웃어본 얼굴을 본 적 있느냔 것이다.
얼마 전 지방에 거주하는 사촌형 가정이 아기를 낳았다는 소식을 접했다. 불과 나와 한살 차이 밖에 나지 않는 형이 벌써 그런 삶을 산다는 것에 적잖은 생각이 들었다. 꼭 해당 모습이 삶에서 밟아가야 할 정답은 아니겠으나 나는 무엇하기에 누구나 취업의 다음 단계로 여기는 이것에 관심을 덜 가졌을까 싶었다. 그러고 보면 요즘 주변에서 잇따라 결혼을 하는데 마치 내가 대단히 늦은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다른 사례는 2년 전 제주도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형이다. 당시 그는 공무원 휴직계를 내고 제주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휴직계를 제출한 이유에 대해 일이 자신과 맞지 않음을 깨달아서라고 했다. 그러면서 휴직계를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면 사직서를 낼 참이라고 귀뜸했다. 계획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장사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실제로 이 형은 지금 타코야끼집을 열어 순항중이다. 용기를 실천으로 만든 도전이었다.
어제 짝궁과 만나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마음 같아서 어디 외국 시골 촌구석으로 가 파트타임으로 일하든지 아니면 카페를 하든지 하고 싶다고. 손에서 노트북을 놓을 새 없이 나보다 더 바쁘게 일하는 짝궁은 격한 공감을 내비치며 대화에 참여했었다. 우리의 삶인데 눈치보지 않고 결정해 그대로 행하면 된다는 말도 빼먹지 않았다. 청년들의 오늘날이 아닐까 감히 의견을 보여 본다. 치열하게 살긴 하는데 내 행복은 어딨을까 현타가 와 잠시 머뭇거리며 망설이게 되는 시간은 더 이상 부록이 아니다.